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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뮤직”. “제3세계 음악”. 영미권 대중 음악을 제외한 나머지 음악을 이렇게 지칭해 왔다. 그래도 미국 중심의 세계관에서 나온, 혹은 냉전시대에 쓰이던 구시대의 단어 “제3세계”라는 수식어를 사용한 “제3세계 음악”보다는 그래도 “세계의 모든 음악”을 지칭하는 “월드 뮤직”이라는 단어가 낫다. 여전히 어폐가 있긴 하지만, 전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용어이므로 여기에도 “월드 뮤직”이라는 단어를 쓰기로 한다.
“하늘에 있는 별만큼이나 세상엔 좋은 음악이 많다”라는 말은 흘려 듣기 쉽지만, 다양한 문화권에서 뿜어져 나오는 월드 뮤직을 들으면 바로 그러한 말을 피부로 실감할 수 있다. 영국과 미국이 주도했던 소위 “팝 음악” 에는 없는, 우리가 느끼지 못했던 다른 차원의 문화-음악적인 체험을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월드 뮤직이다. 그리고 새로운 체험에서 오는 감동은 발견의 기쁨을 반드시 동반한다.
60만장 이상을 판매한 크로스오버 앨범 시리즈 “미라클” 은 이제 월드 뮤직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이번에 발매된 “미라클-월드 뮤직”은 그 첫 걸음이다. 2장의 음반에 나뉘어 수록된 37곡의 음악은 초심자도 생소하지 않게 들을 수 있는 곡들이지만, 브라질, 쿠바, 프랑스, 이태리, 아일랜드 등 유럽-아프리카-중남미 대륙에서 만들어진 다양한 음악(보사노바, 삼바, 켈트, 샹송, 깐따또레, 파두, 아프리칸 팝, 모르나, 집시 음악 등)의 매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앨범이다. 사실 월드 뮤직은 우리에게 이질적인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을 수 있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현재 힙합을 중심으로 주류를 만들어 가고 있는 미국과 영국의 팝 음악보다 여기 수록된 음악들이 우리에겐 더욱 친숙하고 가깝게 다가올 가능성이 높다. 왜냐면, 포르투갈의 파두, 브라질의 보사노바, 아일랜드의 켈트 음악, 프랑스의 샹송, 쿠바의 누에바 트로바…속에는 “보편적인, 혹은 한국적이라고 불러도 좋을 멜로디와 정서”가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전세계의 그 방대한 음악 가운데 과연 어떤 것을 먼저 취할 것인가. 이 음반에서 그에 대한 정답은 발견하기 힘들 지는 몰라도, 적어도 “참 좋은 음악이 세상엔 많구나”라는 사실 하나는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