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곡의 보너스트랙이 수록된 New Verion!
기다렸던 케니 지의 새로운 앨범은 첫 곡부터 그 특유의 흩날리는 깃털같이 훨훨 날아다는 느낌을 전해준다. 뮤지션의 입장에선 자연의 어떠한 순간을 포착해 마치 정지시켜 놓은 것처럼 그 느낌을 충실하게 표현하고자 하는 남모르는 고민에 빠지게 된다. 이것은 그림을 그리는 화가도 마찬가지인데 음은 보이지 않은 것이기에 화가의 입장으로 풀어서 설명하자면 이렇다.
하나의 사물을 보는 순간, 예를 들어 나무라고 하자. 처음 화가가 그 나무를 그리기 시작했을 때 당시의 햇빛, 바람의 속도 등에 따라서 나무의 색채나 흔들림은 결정되어진다. 화가는 그 순간을 포착해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나 그러나 점차 시간이 지날수록 나무는 처음의 색채와 빛, 그리고 흔들림이 달라지게 된다. 그렇다면 이럴 때 화가는 처음 본 순감을 화폭에 담아야 할지 그러한 고민을 하는 바로 그 순간을 그려야할지 머뭇거리게 된다. 바로 이러한 시점, 순간에서 화가나 음악가는 자신이 보고 감동을 받은 자연이나 사물의 순간을 음악으로 그림으로 어떻게 하면 완벽하게 표현 할 수 있을까 번민하게 된다.
케니 지의 이번 앨범은 이러한 고민을 담고 있으면서 출발한다. 예전의 시점에서 보다 정확하고 디테일하게 사물과 자연을 꿰뚫고자 노력하는 그의 노력은 수록곡 12곡에 잘 묻어나 있는데 기존의 연주 방식과 표현과 약간 다른 면을 보인다. 그것은 소프라노 색소폰이 표현하는 파장음을 될 수 있으면 자제하고 숨을 안으로 들이마시면서 내면의 깊은 곳을 순간적인 감정에서 우러나오는 솔직함으로 표현하고자 애쓰고 있다는 것이다.
그의 순간 포착에 대한 탐구는 특히 1번 곡에서 잘 나타나 있으며 보사노바풍의 3번째 곡에서는 남미의 열정을 느낀 바대로 자연스럽게 표현하고 있다.
이제 케니 지도 레퍼토리가 다 떨어졌구나 라고 생각하는 이가 있다면 이 곡을 자세히 들어보면 그가 마지 못해 일부러 연주하는 것이 아닌 자신이 흡사 남미인이 되어 몸을 흔들면서 연주하는 매끄러움을 들려준다. 그밖에 수록된 여러 곡에서 그는 기존의 연주 스타일을 연계하는 연주력을 전개하며, 예전보다 더욱 촘촘하게 사운드를 만든 부분에서 변화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특히 여성 보컬리스트 토니 브랙스턴을 초대하여 노래를 앞세우고 그의 연주를 배경으로 처리한 5번 곡은 그의 변신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부분이다(물론 그 전에 마이클 볼튼과 함께 하기도 했지만) 이러한 변신에서 그가 과연 순간 포착에 진정으로 노력했는지 상업성에 기인한 것인지 가늠하기 힘들지만 이 두가지가 이번 앨범에 공존되어 있는 것만은 기정사실인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