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앨범의 사운드는 전체적으로 좀 더 어두웠다는 느낌이다. 전작의 Cum on everybody의 후속편 격이 될 Drug ballad, 닥터 드레가 프로듀스한 I'm back 그리고 무시무시한 가사와는 달리 밝은 느낌을 주는 타이틀 곡 The real slim shady 정도가 메이저의 느낌을 줄뿐이다. 한층 심오하고 쇼킹한 가사들이 올 여름 우리의 더위를 확실히 책임지기에 충분하다. 그의 앨범에서 기대할 수 있는 프로덕션과 게스트가 고스란히 총출동한 앨범은 그의 예전 팬의 기대치를 충족시킴은 물론이고, 새로운 팬들을 만족시킬만한 요소들을 가득 담고 있다. 언더 그라운드 시절부터 5 star generals 같은 명곡을 함께 녹음하고 <Lyricist Lounge> 투어 등에서 함께 활동해온 샤밤 사딕(Shabaam Sahdeeq)이 에미넴은 충분히 성공할만한 가치가 있는 매력적인 엔터테이너라 단언했던 것처럼..
1집의 인트로와 연장선상에 있는 짧은 안내문으로 시작되는 본작은 ‘듣기 싫으면 꺼지라’ 는 식의 황당한 이야기와 ‘배 째’(Sue Me) 라는 선언이 압권인 인트로지만 그이기에 전혀 황당하지 않게 느껴진다. 3번째 트랙 Stan은 상당히 혁신적인 포맷의 곡이다. 우선 나긋나긋하게 들리는 여성 보컬 디도(Dido)의 코러스가 우리의 귀를 사로잡지만, 그 이면의 에미넴의 1인 2역을 맡고 있는 가사를 들여다보면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디도는 <아리스타(Arista)> 소속의 여가수로 하우스 성향의 댄서블한 트립 합 음악을 하는 살바 미아(Salva Mea), 최근 God is DJ라는 싱글로 유명한 프로젝트 성격의 그룹 페이스리스(Faithless)의 객원 보컬로 활동한 바 있다. 1996년과 1999년 두 장의 앨범에 참여했으며, 작년에는 자신의 솔로 앨범 NO ANGEL을 발표하기도 했다.
에미넴의 앨범에 삽입된 그녀의 곡은 Thank you로 영화 <Sliding Doors> 에서도 들을 수 있다. 에미넴은 스탠이라는 가공인물을 내세워 편지를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자신의 어린 시절의 암울했던 생활을 그를 통해 대신 이야기하고 있으며, 얼굴도 기억하지 못하는 아버지에 대한 악감정 또한 그대로 표현하고 있다. 결국 스탠은 에미넴의 1집 가사처럼 임신한 여자친구를 트렁크에 싣고 함께 물 속에 뛰어든다. 에미넴은 늦게나마 답장을 해 자기를 너무 따라 하지 말고 안정을 취하길 권유한다. 그러던 중 TV 뉴스에 1주일 전 차를 몰고 죽은 사람과 트렁크에 갇혀 함께 죽은 여자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그러자 에미넴은 ‘니가 바로 그 스탠이니..?’라며 곡을 끝맺는다. 어떻게 보면 한없이 황당하게 다가올 수도 있지만, 조금은 슬퍼지기도 하는 이 곡은 에미넴이 스탠과 자신, 1인 2역을 목소리를 바꾸어 가면서 랩을 해낸 수작이다.
이번 앨범에는 1집과 연장선상에 있는 곡이 몇 곡 있어서 이채롭다. 우선 앨범 타이틀 역시 자신의 어두운 일면이라던 Slim Shady에서 좀 더 자신과 가까운 본명 Marshall Mathers로 바뀌었다. ‘97 Bonnie & Clyde(Just 2 of us)의 연장선 격인 Kim, I still don't give a fuck과 같은 형식의 Criminal 등은 1집의 연장선상에 있는 2부작쯤 된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My name is와 닮은 느낌의 첫 싱글 Real slim shady가 있다. 이 곡은 서두에 언급한 팝 스타들에 대한 험담(diss)이 담겨 있어 화제가 되었던 트랙으로 전체적인 내용은 ’에미넴 찬가‘ 정도 될 것 같다.
레코드를 좀 더 많이 팔기 위해 앨범에 욕을 넣지 못한다며 윌 스미스(Will Smith)를 공격하고 있으며, 그래미 같은 명예에는 별로 관심도 없다고 말한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수상했지만..) 또한 아이들 스타들에 대한 성적인 농담과 음악적인 비하 또한 빠지지 않는다. 이러한 외적 요소에 대해 상대를 험담하는 것을 이슈화해서 오히려 자신의 앨범을 많이 팔아보겠다는 한 단계 높은 전략으로 치부하는 의견들도 있다. 하지만 그가그정도로 잔머리(?)를 잘 쓴다고 믿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이러한 입담은 Marshall Mathers에 까지 이어진다. 이 곡 역시 위에 언급한 그룹/가수들과 리키 마틴(Ricky Martin), 뉴 키즈 온 더 블록, 퍼프 대디(Puff Daddy), 미시 엘리어트(Missy Elliot), 바닐라 아이스(Vanilla Ice) 그리고 심지어 대담하게도 먼저 에미넴에 대한 곡을 발표했던 동향 출신의 그룹 인세인 크라운 포세(Insane Clown Posse) 등이 그의 식탁에 올랐다.
에미넴의 입담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앨범에는 동성연애자를 비난하는 발언 또한 담겨있어서 개이와 레즈비언 권익단체인 GLAAD로부터도 잔소리를 들어야했다. 또 하나의 화제작은 바로 KIM이다. 최근 재결합한 걸로 알려진 그의 부인인 킴벌리 매더스(Kimbery Mathers)에 관한 이야기인데, 전작에서 바람 핀 아내를 트렁크에 가둔 채 달리면서 딸과 나누는 대화를 담는 엽기를 보여줬던 Just 2 of us의 후속편이다. 시종 일관 영화를 보는 듯한 긴장감 가득한 이 트랙의 마지막 부분에는 도망치는 부인을 잡아 목 졸라 죽이는 에미넴의 현장감(?) 넘치는 래핑을 들 수 있다. 이 곡은 랩이라기보다 영화의 한 장면을 녹음해놓은 듯한 느낌을 줄 정도로 현실적이다. 최근 한 나이트 클럽에서 부인과 키스하는 남자에게 총을 겨누어, 폭행과 무기소지 죄로 체포된 에미넴의 재판이 진행중이라고 한다. 아마도 ’킴‘여사는 앞으로 행동에 각별한 조심을 해야 할 것 같다. 노래가 현실로 될 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니까 말이다.
마지막으로 언급할 곡은 스눕 독(Snoop Dogg)의 TOP DOGG 앨범에 수록되어 화제를 모았던 Bitch Please의 후속편이다. 이번에는 서부 힙 합의 양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전속 가수 네이트 독(Nate Dogg)이 보컬로 참여해서 좀 더 꽉 찬 느낌을 준다. 그 외에도 자신에 대한 성찰을 담은 The way I am에서는 다소 격양된 목소리의 그를 만날 수 있어 이채로웠다. Drug ballad, Kill you 등 2000년대에 힙 합 클래식으로 추앙 받기에 부끄럽지 않을 명곡들로 앨범은 가득 차 있다. 게다가 본 작은 우탱 클랜(Wu-Tang Clan)의 멤버 고스트 페이스 킬라(Ghostface Killah)의 신작처럼 발매지역에 따라 앨범 커버와 수록곡이 조금씩 틀려서 많은 화제를 불러모으고 있기도 하다. 특히 MTV에서 자신에 대해 언급했던 크리스티나 아길레라(Christina Aguilera)에 대한 직설화법이 담긴 Christina는 국내 발매 음반에 수록되어 있지 않아 아쉬움을 남긴다.
1. Public Service Announcement 2000
2. Kill You
3. Stan
4. Paul
5. Who Knew
6. Steve Berman
7. Way I Am
8. Real Slim Shady
9. Remember Me?
10. I'm Back
11. Marshall Mathers
12. Ken Kaniff
13. Drug Ballad
14. Amityville
15. Bitch Please II
16. Kim
17. Under the Influence
18. Crimin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