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상상하는 바로 그 공간으로의 초대 : 한음파의 [독감]
시대를 초월한 감성과 실력의 밴드, 한음파
1999년 등장하자마자 음악팬들의 관심을 받았던 한음파는 당시 국내에서 보기 드문 싸이키델릭 사운드로 주목을 끌었다. 2001년 한음파는 자체 제작한 EP앨범 [한음파]를 발표하지만, 이듬해인 2002년 활동 중단을 선언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2007년 10월, 운명처럼 재결성된 그들은 6개월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2008년 5월 홍대 공연장에서 컴백한다.
컴백한지 딱 한 달 후인 2008년 6월, 문화컨텐츠 진흥원과 EBS, 네이버에서 주최하는 “이 달의 헬로 루키”에 선정된 한음파는 "2008년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과 "EBS SPACE 공감"에 출연한데 이어 같은 해 11월, 첫 번째 싱글 앨범인 "5th plan 5호 계획"을 발표한다. 그리고 2008년 연말, "올해의 헬로 루키 Hello Rookie of the Year"에서 특별상을 수상, 독보적인 음악성을 검증받기에 이른다. 2009년, 한국과 프랑스 합작 다큐영화인 [Manhwa District(가제)](2010년 1월 유럽 20여개국 개봉 예정)의 주제가 및 사운드트랙 작업과 함께 크고 작은 공연 활동을 꾸준히 이어온 한음파, 그들이 이번에 첫 번째 정규 앨범을 발표한다.
독감 獨感: 홀로, 외롭게, 마음이 움직인다
한음파의 첫 번째 앨범의 제목은 “독감”이다. 홀로 독, 느낄 감,의 독감獨感이다. 뜻을 그대로 풀자면, ‘홀로 느끼다’, 혹은 ‘외롭게 감응하다’ 정도겠지만, 음악을 듣다보면 행간의 의미가 느껴진다. 그건 바로 “당신 마음에 닿은 그것, 무엇을 느끼든지 그게 바로 한음파의 음악입니다”라는 그들의 속삭임.
한음파의 음악은 반짝일 때마다 모양이 달라지는 홀로그램이나 정교하고 복잡한 구조의 건축물 같다. 격정적인가 하면, 가슴시리고 따뜻한 음색이 느껴지고, 싸이키델릭한가 하면 말랑한 팝 멜로디가 등장한다. 담백한 사운드에 복잡한 잔상이 그려지는가 하면, 무중력의 우주공간을 홀로 떠다니는 것처럼 쓸쓸해지기도 한다. 곡마다 다채로운 개성을 보여주지만, 전체를 보면 일관된 ‘한음파적 정서’가 녹아들어 있다. 주제와 화풍이 자유로운 화가의 다양한 그림에서 그 화가만의 개성을 발견할 수 있는 것처럼, 한음파의 음악도 그렇다. 그 한결같은 ‘한음파적 정서’는 ‘진정성’이란 단어로 대체 가능하다.
비견될 수 없는, 사운드의 미학
앨범의 시작을 알리는 것은 “초대”. 2001년 EP 앨범에도 수록된 바 있는 이 곡은 싸이키델릭 사운드는 어렵다는 편견을 바로 깨줄 것이다. 네스티요나의 ‘요나’가 피쳐링을 맡은 “독감”은 입체적인 구성이 돋보이는 곡으로, 마치 한 편의 매력적인 하드보일드풍 영화를 보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이 곡은 예의 한-프 합작 다큐 [Manhwa District(가제)]의 주제곡이기도 하다) “무중력”은 앨범의 타이틀곡으로, 몽골 현악기 마두금의 서글픈 선율과 응축된 기타 사운드의 조화, 절제된 은유의 가사가 아름답다. 한 번 들으면 잊지 못할 트랙.
한음파의 개성이 강하게 드러나 있는 “참회”는 멤버들이 스튜디오에 모두 들어가서 원테이크로 녹음되었는데, 공연장에서의 응축된 에너지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프리티벳 운동을 하는 '까락 뻼빠Kharag Penpa'의 이국적인 허밍으로 시작되는 “무덤”은 독특한 리듬과 멜로디를 들려주며, 스튜디오가 아닌 트인 공간에서 다 같이 모여 한 번에 녹음했다는 “연인”은 모노 사운드의 묘한 담백함을 자랑한다. 숨 막히는 긴장감과 화려한 구성을 보여주는 마지막 곡 “독설”까지 듣노라면, ‘가슴 절절한 음악적 감동’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