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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ampire Weekend 와 MGMT 를 연상시키는, 새롭고도 낯선 그러나 매혹적인 잭 퍼냐아티(Jack Penate)의 두번째 앨범!
- 뉴욕형 인디 댄스 넘버 "Be The One" UK Indie 차트 3위! 댄스홀에서 듣는 남미음악에 어느 순간 들려오는 고전적인 소울과 가스펠!
- "재생하는 45분간 한결같이 우수한 노래가 끊임업이 쏟아진다!" (Guardian)
이제는 제대로 발음하게 될 이름 [Everything Is New](2009) by Jack Penate
본명 Jack Penate. a 위에 작은 물결이 보인다. 그 물결 참 난감하다. 어떻게 읽어야 할지 곤란하게 만드는 애매한 표식이기 때문이다. 이는 몇해전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경로로 그를 발견했을 모든 이들의 공통된 의문이기도 한데, 잭 '피네이트'에서 '피니야트' '페니아트' 등등에 이르기까지 모두 제각각 부르고 있었다. 예컨대 '리우' 데 자네이루인 줄 알았다가 '리오' '히우' '히오'로 표기하는 또다른 경우들을 왕왕 마주치는 것처럼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스페인계 영국인이고 서반어를 쓰는 대륙과 인구가 어마어마한 만큼 지역에 따라 발음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쩐지(아니 당연히) 그가 진짜로 쓰고 원하는 이름을 불러줘야 할 것만 같다. 좌우간 그가 직접 밝히는 실명은 '잭 퍼냐아티'에 가장 가깝고 '아'는 거의 묵음처리된다. 그런 고민을 아는지 모르는지 섬세한 발화 없이 영국인 특유의 거만하고 시크한 억양으로 후다닥 자기소개를 끝내는 매정한 남자의 동영상 인터뷰 몇개를 수십번 반복재생한 끝에 알게 된 작은 수고의 산물이다.
그가 처음 꾸던 꿈: 인디와 블랙뮤직의 결합
짧게 보낸 대학시절 그는 역사학도였다 한다. 세부전공은 중앙아메리카(메소아메리카) 문명사. 깊은 흥미를 느끼지 못해 결국 그만두었지만 중단했던 공부는 이력에 도움이 될 만한 중요한 영감을 안겨주었다고 그는 회고한다. 데뷔앨범에 실린 수록곡 'Learning Lines'는 그가 얕게나마 공부했던, 과테말라와 온두라스 등 멕시코 이남의 크고작은 미지의 세계를 상상하고 모사하는 것으로 출발한 노래다. 1984년 잉글랜드 태생, 북런던 부근의 블랙히스Blackheath에서 나고 자란 그는 또래들과 함께 90년대의 전형적인 록과 힙합을 접하고 즐기며 평범한 소년의 시절을 보냈지만, 기타를 처음 들었던 열아홉의 순간에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를 넘어 사람들이 좋아하고 세계가 반응하는 노래의 정체를 조금씩 인지하기 시작했다. 그의 언급에 따르자면 세상의 예외없는 기호란 이렇다. "어느 시대 속에서나 사람들은 오래된 음악을, 그리고 훌륭한 음악을 언제나 바라보고 있다."
좋은 노래가 뭔지 알긴 하겠는데 그 실체란 사실상 추상적인 관념에 가까웠던 시기, 이십대 초엽의 그는 학업을 접고 거리로 나와 노래하기 시작하면서 자신이 추구하는 음악을 명확하게 정리하게 된다. 숱한 실습과 치열한 고민 끝에 내린 구체적인 결론은 "블랙 뮤직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기타 인디 뮤직"이다. 이는 지금까지 발표한 두장의 앨범에서 각각 다른 형태로 변용되고 점층적으로 발전하게 되는데, 좌우간 데뷔시절의 그는 어쿠스틱 기타를 부각하면서 인디 음악 특유의 비정형화된 아름다운 멜로디를 완성하고 싶었다. 그리고 대체로 관능적이고 때때로 위협적인 흑인음악 특유의 리듬을 얹고 싶었다. 두가지 뿌리를 모두 반영하는 녹록치 않지만 환상적인 순간을 꿈꾸며 작업을 거듭하는 동안 그는 빌보드의 힙합이 아닌 남미와 아프리카의 세계를 새롭게 사고해볼 만한 기회를 얻었고, XL 레이블과 계약해 발표한 데뷔앨범에 부분적으로 월드뮤직의 흐름과 레게의 비트를 끌어왔다. 2007년 출반한 [Matinee]는 호평을 하든 혹평을 하든 어쨌든 특징있는 신예의 발견에 부지런하고 실험음악의 해석을 즐기는 다수의 매체들을 자극한 앨범으로 기억되었다.
[Matinee]의 잭은 음악적인 탐구와 사유를 즐기는 지식인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로 앨범 속의 잭은 십대시절 듣고 즐겨왔을 대중적인 노래들의 속성을 몸으로 인지하고 있는 보편적인 청년이기도 했다. 일례로 앨범에 수록된 'Torn On The Platform'은 영국의 인기 청춘 드라마 [홀리옥스Hollyoaks]가 간택한 노래다. 드라마를 통해 노래가 흐르던 날 휴대폰 개통 이래 가장 많은 문자를 받았다고 기억하는 그는 진지한 음악적 이상을 경쾌한 터치로 풀어낼 수 있는 쿨한 재원이기도 했다. 어쿠스틱 기타를 특히 부각하는 것으로 새로운 싱어 송라이터의 출현을 가시화하는 한편 드라마의 데코레이션 역할도 자연스러웠던 앨범은 꽤 능란한 마법을 부리고 있었다. [Matinee]는 언론이 주목하는 작품형 앨범이기도 했지만 우리가 건강하고 즐겁게 소비할 수 있는 완벽한 파퓰러 앨범의 측면도 강했기 때문이다.
그가 다시 꾸는 꿈: 완벽한 리부팅
2년 후 발표한 두번째 앨범 [Everything Is New]의 한 리뷰는 '리부팅'이라는 단언으로 풀이를 시작한다(musicomh.com). 비슷한 맥락에서 [가디언]은 "제목부터 모든 게 새롭다고 하는데 이남자 지금 장난하는 것 아니다"라 운을 뗀 후 "재생하는 45분간 한결같이 우수한 노래가 끊임없이 쏟아진다"고 절제없는 칭찬을 쏟아붓고 있다. 이제 막 앨범이 공개된 시기여서 앨범을 거론한 매체는 사실 많지 많지만, 몇몇 평가만 훑어도 [Everything Is New]는 데뷔작의 인상을 선명하게 기억하는 이들이라면 동시에 변화를 감지하고 고르게 고개를 끄덕일 만한 구석이 분명한 앨범이다. 누군가의 비유처럼 PC 재부팅을 떠올릴 만큼 사운드가 확연하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Everything Is New]라는 단순하고 민망한 제목은 정말이지 농담이 아니다. 홀로 거리에서 기타를 연주하면서 경력을 쌓았던 어느 아마추어의 흔적은 돌연 사라졌고, 숱한 악기와 장르와 사운드 레이어드를 아낌없이 두텁게 펼쳐놓는 어느 젊은 음악적 부호가 보일 뿐이다.
[Everything Is New]는 전작과 달리 동시대 젊은이들과 호흡하려 애를 쓰지 않는다. 청춘물에 묻어갈 수 있을 법한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전에 리스닝의 족보를 가진 이들을 찾아 호소한다. 새롭거나 낯선 장르에 관용과 호기심을 가지고 음악과 생활해왔을 이들에게 잭의 앨범은 기원을 찾는 일만으로 쏠쏠한 재미를 안겨줄 작품이라는 얘기다. 우선 가장 가볍게는 댄스와 아프리카 비트의 조합이다. 첫싱글 'Tonight's Today'는 마찬가지로 아프로 큐반에 대한 매혹과 애정을 숨기지 못했던 뱀파이어 위크엔드의 출현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한편 잭은 시대의 흐름을 읽을 줄 안다. 가성으로 시작해 역동적인 진행을 선보이는 두번째 싱글 'Be The One'은 MGMT 같은 뉴욕형 댄스 인디 경향에 가장 가까운 구성이 두드러진다. 댄스홀과 남미음악을 바쁘게 오가던 그는 어느 순간 고전적인 소울과 가스펠을 흠모해왔음을 뒤늦게 고백하기도 한다. 'Every Glance'과 'Body Down'을 들으며 누군가는 필리 소울Philly Soul(나이지리아의 전통으로부터 시작된 필라델피아의 소울) 같은 전문용어를 떠올릴지도 모른다.
고루하거나 이색적인 전통에 지금의 잭은 집착하지만, 그러나 앨범은 무겁지 않다. 전작과 충격적으로 달리 들리지만 더많은 이들과 숨을 나눌 수 있을 긍정적인 가능성이 출렁이는 앨범이다. 과거와 완벽하게 선을 긋는 과감한 리부팅이 그리 부담스럽지 않은 까닭은 현명하고 절도있게 완충장치를 동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아홉곡, 45분 가량의 러닝타임으로 리스너가 소화해야 할 양이 딱 적정 수준이다. 그리고 덮고 입히는 수많은 악기와 리듬의 포화로 사운드가 사방에서 울려펴지는 것 같아, 지루하다고 느낄 틈이 별로 없다는 사실도 앨범의 미덕이다. 무한히 터지고 쏟아지는 비트 안에서 언제나 목소리를 높여 성의있게 노래하는 잭의 뜨겁고 진실한 발성도 몰입도를 높인다. 이 모든 치밀함 덕분에 두번째 앨범을 준비하면서 누구나 겪는 갈등, 유지와 변화 사이의 고단한 기로에서 (이따금씩 청춘물과 대등하게 들리기도 하던) 전작과 완벽하게 결별하는 길을 택했다 해도 별다른 리스크는 없어 보인다. 결국 런던과 뉴욕과 과거의 미국과 아프리카를 짧게 그러나 깊이있게 관찰할 수 있는 풍요로운 실속 관광 앨범을 완성했기 때문이다. 대륙을 가르는 그의 여정을 도운 인물은 폴 엡워스Paul Epworth로, 프라이멀 스크림에서부터 케이트 내쉬까지, 막시모 파크에서 블록파티까지 영국 주류 음악을 주로 조율해왔던 그에게도 의미있는 작업이었을 것이다.
이제는 기억하게 될 이름
웹에서 찾을 수 있는 그의 바이오그라피에 의하면 잭은 교양있는 가문에서 성장한 남자로 추정된다. 한 매체는 그를 두고 소위 '초상류계급 출신의 인디upper-middle-class indie kid'라 규정하기도 한다. 일례로 그의 외조부 머빈 피크Mervyn Peake는 1920년대부터 작가로, 시인으로, 삽화가로 왕성하게 활동하던 전설적인 인물이다. 국내에는 크게 소개되지 않았지만 사후에 출판된 그의 대표작이자 2000년 영국 BBC TV에서 드라마로 각색하기도 했던 3부작 연작 소설 [고르멩거스트Gormenghast](1950)는 동시대 작가였던 톨킨의 [반지의 제왕]과 함께 거론되는 대표적인 판타지 문학이며 우리가 기억하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그가 그린 삽화 버전이다. 한편 잭은 배우 주드 로를 비롯해 버밍엄 시티 FC의 미드필더 로빈 쉬르트, 케미컬 브라더스의 에드 사이먼스가 십대시절을 보내기도 했던 영국의 대표적인 명문 사립학교 알레인 스쿨Alleyn's School에 입학했고 재학 중에 음악적인 이상을 함께 나눌 친구를 얻는다. 현재 마카비스The Maccabees에서 활동하는 펠릭스 화이트Felix White로, 한때 함께 밴드를 결성하기도 했다.
가문의 영광으로부터 자립해야 하는 시기 잭은 대학에 입학했고 결국 학업을 중단했다. 경제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막막하던 시절 찾았던 현실도피의 대상은 자신이 주도하는 음악이었다는데, 거리에서 펍에서 경력을 쌓다 본격적인 데뷔가 이루어졌고 그러나 다시 음악을 통해 전에는 알지 못했던 명과 암이 분명한 세계를 발견하게 된다. 2006년 첫싱글 'Second, Minute Or Hour'를 공개한 후 앨범이 출시되자 [NME] 커버 아티스트로 등장하는 흥분을 경험하기도 했지만, 쏟아지는 평가들 속에 더러는 악평이 섞여있자 그는 천하의 소심남으로 돌변했다고 회상한다. "앨범에 대한 견해를 누구나 가질 순 있지. 하지만 왜 거기에 증오를 섞는 걸까?" 하지만 이제는 그 시절을 여유로 회고하고 있을 앨범으로, 호평을 대기하고 있거나 올해의 앨범 결산을 벌써 염두에 두고 있는 매체를 예고할 수 있는 앨범으로, 그리고 잭-퍼-냐-아-티라는 그 어려운 이름을 이제는 익숙하게 만들 작품으로 복귀했다. 영국의 웹진 타임스 온라인(timesonline.co.uk)은 [Everything Is New]를 두고 "자신의 성격을 제대로 활용하는 방법을 스스로 찾은 성과야말로 새 앨범의 진정한 승리"라 평했다. 그는 전보다 개인적인, 그러나 전보다 보편적인 앨범을 완성했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