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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팝 음악 시리즈'에 수록된 아티스트들의 베스트 앨범을 45% 할인된 Budget Price 로 만나본다.
노토리어스 B.I.G와 투팍의 대립으로 절정에 치달은 이스트코스트 힙합과 웨스트코스트 힙합이라는 커다란 분류는 이제 지역적인 한계 외에는 더 유효할 이유가 없는 것 같다. 물론 아직도 이스트코스트와 웨스트코스트 힙합을 나누는 기준이라는 게 어느 정도 인정되지만 단순히 고전적인 특징, 이를테면 이스트코스트 힙합은 메시지가 강한 랩 위주의 음악이라거나 웨스트코스트는 음악에 새로운 음향을 첨가하고 즐거움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하다 같은 설명을 위해 존재한다고 보는 것이 속 편하다. 여기에 더티 사우스 힙합까지 대입하다 보면 힙합의 패밀리 트리를 만드는 작업을 위해 지역을 나누는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까지 하게 된다. 단지 메시지와 즐거움, 또는 그들만의 커뮤니티를 위해 여전히 힙합은 존재하고 있고, 그것이 특정 지역과 집단을 넘어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는 사실이 더 중요하다.
그래도 나스를 이스트코스트 힙합 씬의 주목받는 신예에서 급속도로 중심 아티스트로 성장한 거물이라고 소개해야 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가 평단과 음악팬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얻으며 빌보드 앨범 차트 12위로 직행한 힙합 명반 「Illmatic」을 발표한 것이 1994년이라는 걸 감안하면 이스트코스트와 웨스트코스트가 서로 견제하며 독자적인 음악 스타일을 유지한 시절이었다.
제이 지(Jay-Z)와 함께 이스트코스트 씬의 신예이자 핵심 아티스트로 성장한 나스는 전형적인 이스트코스트 사운드를 담은 데뷔 앨범에 이어 「It Was Written」(1996)과 「I Am…」(1999) 등의 앨범을 연이어 발표하며 거장으로 우뚝 섰다. 하지만 나스의 조급함인지 레이블의 조급함인지 분명하지 않지만 「I Am…」과 같은 해에 발표한 「Nastradamus」(1999)로 그는 퇴보하기 시작했다. 이 퇴보를 일단 멈추게 한 것은 2년 뒤에 발표하는 「Stillmatic」(2001)이었고, 「God's Son」(2002)은 추락한 그의 명예로 원상태로 추슬러준 앨범이 되었다.
「Greatest Hits」는 나스가 콜럼비아를 떠나 데프 잼으로 레이블을 옮기자 급히 그의 히트곡들을 추려 2007년에 발표한 베스트 앨범이었다. 후에 네 곡을 추가한 인터내셔널 버전이 공개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미국 버전으로 공개되었기 때문에 온전한 인터내셔널 버전의 콜럼비아 시절 베스트 앨범을 만나는 셈이다. 이 베스트 앨범이 「Illmatic」 시절의 향수를 자극하는 올드스쿨 비트와 샘플링, 그리고 끊임없이 메시지를 전달하는 'Surviving The Times'로 시작하는 것은 무척 현명한 톱 트랙 선정의 묘다. 이 곡을 지금 시점에서 바라보면 그저 베스트 앨범의 톱 트랙일 뿐이지만 처음 공개된 2007년으로 돌아가면 데뷔와 동시에 전성기를 맞이한 나스의 음악적 전통을 떠올리게 하는 멋진 신곡이었다. 이 곡을 통해 구사하는 나스의 랩을 따라가다 보면 힙합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음악 팬들도 쉽게 동화될 수밖에 없는 강렬한 흡인력을 과시한다.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지지 않은 오래된 곡들에서 멋진 샘플을 따오는 재능도 뛰어난 나스가 마이클 잭슨의 'Human Nature'를 샘플링해 'It Ain't Hard To Tell'을 발표한 것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Bridging The Gap'은 머디 워터스의 블루스 고전 'Mannish Boy'를 트랙의 기초로 삼아 블루스까지 힙합으로 가져오는 나스의 감각적인 샘플링을 보여준 곡이다. 게다가 재즈 뮤지션이었던 아버지가 직접 연주에 참여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베스트 앨범이 나스의 중요한 히트 트랙을 모두 담지 못했다는 점에서 팬들의 원성이 자자했지만, 솔직히 한 장짜리 베스트 앨범이라는 한계상 나스의 힙합을 확인하는 데에는 부족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