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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팀이 완성한 완벽한 하모니 7 Worlds Collide 최강의 수퍼 프로젝트 앨범 [The Sun Came Out]
지금 막 뉴질랜드로부터 신비로운 앨범이 한장 도착했다. 앨범을 듣다 보면 이름과 목소리가 익숙한 아티스트가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다. 후자의 경우 존재를 잘 모르지만 눈을 번쩍 뜨이게 하는 목소리를 가졌고 인상적인 연주와 아름다운 화음을 선보이고 있다. 그래서 무심코 이름을 웹에 적어 보면 대단한 이력과 기량의 소유자임을 알게 된다. 지금 만나는 앨범, 이름부터 생소할 수 있을 세븐 월즈 컬라이드7 Worlds Collide의 [The Sun Came Out]은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어떤 세계의 풍성하고 탄탄하며 바람직하기까지 한 우수 노래 모음집이다.
기원
세븐 월즈 컬라이드라는 이름은 과거 세상과 만났던 한 앨범 제목이 기원이다. 뉴질랜드 출신의 싱어 송라이터 닐 핀(Neil Finn)이 2001년 발표했던 라이브 앨범이 바로 그것이다. 그 해 닐 핀은 뉴질랜드의 오클랜드에서 여러 동료가수와 함께 'Neil Finn & Friends'라는 제목으로 다섯 차례에 걸쳐서 이벤트성 공연을 선보인 바 있다. 그리고 공연 기록을 묶은 앨범이 바로 [7 Worlds Collide](2001)이다. 앨범의 제목은 닐 핀이 속해 있던 밴드 크라우디드 하우스(Crowded House)의 1993년 싱글 'Distant Sun'에서 유래했다. "일곱 개의 세계가 붕괴한다 해도/ 언제나 나는 네 곁에 있어(When your seven worlds collide/ whenever I am by your side)."
당시 라이브에 그리고 앨범에 참여했던 가수만 해도 엄청나다. 펄 잼의 에디 베더, 스미스(The Smiths)의 기타리스트였던 조니 마, 라디오헤드의 기타 에드 오브라이언과 드럼 필 셀웨이, 그리고 닐 핀의 아들 리암 핀(Liam Finn)과 닐 핀의 형 팀 핀(Tim Finn) 등등. 함께 무대에 섰던 각 분야의 프로들은 자신의 노래를 부르거나 닐 핀의 히트곡을 함께 연주하는 것으로 그림 같은 순간을 연출했고, 이는 앨범과 영상으로 기록되었다. 그리고 한참 시간이 흐른 후 이 올드 보이들이 다시 의기투합했다.
취지
2008년 11월 공연을 통해 '닐 핀과 친구들'이 재 소집했다. 연말부터 연초까지 뉴질랜드에서 진행된 라이브는 매진을 기록했다. 전과 형태가 같은 공연이지만 전과 다른 바가 있다면 참여 멤버를 충원했다는 것이고, 앨범발매를 상정하고 신곡을 준비했다는 것이며, 그리고 일종의 봉사활동을 동반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제는 '닐 핀과 친구들'이 아닌 정식으로 이름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새로 얻은 이름은 세븐 월즈 컬라이드이고, 각자의 영역에서 프로의 입지를 가지고 활동하는 숱한 아티스트들이 완벽하게 새로운 곡으로 참여했다는 점에서 수퍼 그룹의 성격을 띤다. 그들이 완성한 [The Sun Came Out]은 옥스팜Oxfam(영국 옥스포드를 본부로 1942년 발족한 극빈자 구제기관)에 수익기금을 전달하는 자선앨범이기도 하다.
지난해 말부터 올 초까지 가졌던 공연을 보도한 뉴질랜드의 언론 [뉴질랜드 해럴드]는 이들의 재결합 공연을 이렇게 묘사했다. "이들의 이벤트는 일종의 버라이어티다. 이것은 일종의 코미디이기도 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훌륭한 곡이 쏟아진다." 훌륭한 아티스트, 그리고 훌륭한 노래로 관중과 언론을 자극했던 공연의 내용은 곧 닐 핀 소유의 개인 녹음실 라운드헤드 스튜디오(Roundhead Studios)에서 녹음됐다. 친환경 버전의 포장과 함께 2CD 버전으로 완성했는데 살짝 아쉽게도 국내 공개 버전은 1CD짜리다. 그리고 곧 DVD 영상의 발매를 앞두고 있다.
구성
전반적으로 앨범은 지극히 평화적인 노래로 채워져 있다. 근본적인 흐름은 유려한 록이지만 조화와 화합에 몰두하는 록이다. 사회운동의 일환으로 세계적인 부의 평등을 촉구하는 만큼, 그리고 중앙에 닐 핀이 똬리를 틀고 있는 만큼 평화롭고 우아하고 아늑한 선율이 아름답게 이어진다. 선율 이상으로 두드러지는 것은 각분야 프로들의 유려한 연주다. 우수한 곡을 꼽으라는 요구는 부당할 수 있다. 참여한 멤버들은 기타에서 드럼까지, 퍼쿠션에서 바이올린까지 모두 고유한 색깔을 가지고 활동에 매진하는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한편 앨범에는 전작과 차별화되는 특징이 선명하게 보인다. 윌코, 케이티 턴스털, 빅 룽아 등 상대적으로 젊은 아티스트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한 앨범이라는 것.
앨범의 문을 여는 'Too Blue'는 세븐 월즈 컬라이드를 간략하게 소개하는 일종의 예고편 필름과 비슷하다. 앨범에 참여한 주요 뮤지션을 동원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살짝 살펴보면 이렇다. 조니 마, 그리고 윌코의 리더 제프 트위디가 함께 만든 노래다. 조니 마, 그리고 세븐 월즈 컬라이드의 헤드이자 어쿠스틱 기타를 연주한 닐 핀이 노래를 같이 불렀고, 라디오헤드의 필 셀웨이와 에드 오브라이언이 각각 드럼과 일렉트릭 기타를 연주했다. 바이올린은 리사 제르마노가 담당했다. 이들 아티스트를 비롯해 앨범을 채우고 있는 여러 뮤지션을 소개한다.
닐 핀 Neil Finn
앨범의 총책임자 닐 핀은 국내엔 크게 많이 소개되어 있지는 않지만 뉴질랜드의 대표급 싱어 송라이터로, 대영 제국 훈장(OBE, Officer (of the Order) of the British Empire)의 명예를 몸에 새기고 있는 인물이다. 스플리트 엔즈(Split Enz, 1972-1984)와 크라우디드 하우스(Crowded House)의 프론트맨으로 활약해 왔다. 스플리트 엔즈는 그의 형 팀 핀과 결성해 활동한 밴드로, 팀이 영국으로 이동하기까지 'One Step Ahead' 'History Never Repeats' 'I Got You' 'Message To My Girl' 등의 히트곡을 남겼다. 한편 1980년대 왕성하게 활동하던 'Don't Dream It's Over'의 크라우디드 하우스는 오래 활동을 쉬다가 2007년 [Time On Earth]로 복귀해 호응을 얻었던 밴드로, 2005년 드러머 폴 헤스터(Paul Hester)가 자살하는 사건이 있기도 했다.
짐 스코트 Jim Scott
앨범에서 거의 모든 곡의 믹싱을 담당한 짐 스코트는 가수, 연주자, 작곡가, 영화 음악가 등 많은 직함을 가지고 주로 후방에서 뛰어왔던 아티스트다. 록과 재즈에 두루 두각을 나타내고 있으며 조안 바에즈, 조니 미첼, 잭슨 브라운 등과 함께 무대에 섰던 전력이 있다. 앨범 활동 외에도 각종 음악 교본 출간(미국)으로 유명한 인물이다.
세바스찬 스테인버그 Sebastian Steinberg
앨범 구석구석에서 베이스를 연주한 그는 뉴욕 출신으로 90년대 얼터너티브 밴드 소울 코핑Soul Coughing에서 활동한 인물이다. 닐 핀과 함께 닐 핀의 합동공연에 참여했고, 딕시 칙스의 투어 멤버를 비롯해 바네사 칼튼의 백밴드로 연주하는 시기를 보내기도 했다. 현재 미국에서 박스 오피스 1위를 차지하고 있는(2009년 8월) 영화 [퍼니 피플 Funny People]에 출연한 이벤트가 있었다. 주인공 애덤 샌들러가 속해 있는 밴드의 베이시스트로 등장하는 인물이 세바스찬이다.
조니 마 Johnny Marr
앨범의 수록곡 'Run In The Dust' 'Too Blue' 등에 참여한 조니 마는 잘 알려진 대로 스미스에서 기타를 연주하던 전설이다. 이후 뉴 오더의 버나드 섬너와 함께 프로젝트 수퍼밴드 일렉트로닉(Electronic)을 결성했고, 비슷한 시기 맷 존슨(Matt Johnson)의 밴드 더더(The The)에 합류하기도 했다. 이른바 '우정출연'으로 유명한 기타리스트 조니 마는 펫 숍 보이스, 프리텐더스, 토킹 헤즈의 곁에서 연주를 선보인 바 있으며 오아시스, 모디스트 마우스, 크립스 등과도 앨범과 공연을 통해 긴밀한 호흡을 보여주기도 했다.
제프 트위디 Jeff Tweedy
'Too Blue' 'You Never Know' 'What Could Have Been' 등 앨범의 주요곡에 이름을 새긴 제프 트위디는 윌코의 리더로 활약하고 있는 베테랑 뮤지션이다. 그의 밴드 윌코는 최근 앨범 [Wilco](2009)까지 총 아홉장의 앨범을 발표했고 주요작 [Yankee Hotel Foxtrot](2002) [A Ghost Is Born](2004) [Sky Blue Sky](2007) 등은 평단의 호응과 함께 높은 세일즈를 기록한 앨범으로 통한다. 덧붙여 제프는 시설에 출입할 만큼 고질적인 편두통과 씨름하면서 작품활동을 펼치는 고뇌의 예술가이기도 하다.
에드 오브라이언 Ed O'Brien
'Learn To Crawl'을 완성한 에드 오브라이언은 라디오헤드의 기타리스트이다. 2003년 [롤링스톤]의 '위대한 기타리스트 100인'에 60위로 등재되기도 했다. 번외 활동에 활발한 그는 BBC 드라마 [유레카 스트리트Eureka Street](1999)의 사운드트랙을 감독하기도 했고, 영국 출신의 일렉트로니카 밴드 아시안 덥 파운데이션(Asian Dub Foundation)의 앨범 [Enemy of the Enemy](2003)에 참여해 연주를 들려주기도 했다.
리암 핀 Liam Finn
수록곡 'Learn To Crawl'의 리암 핀은 닐 핀의 자손이다. 부자는 다양한 커버 버전의 비틀스로 채워진 영화 [아이 앰 샘](2002)의 오리지널 사운드트랙에서 (특별판에만 실린) 'Two Of Us'를 들려준 바 있다. 1983년생으로 한참 어린 시절 결성했던 밴드 베차두파Betchadupa(1997-2006)에서 활동하던 아들 리암 핀은 현재 솔로 활동 커리어를 모색하고 있는 중이다. 펄 잼의 에디 베더, 블랙 키스 등 다양한 뮤지션의 투어에 참여하는 것으로 인지도를 확보하기 시작한 리암 핀은 데뷔 앨범 [I'll Be Lightning](2007)을 통해 영국과 미국에서 호평을 얻은 바 있다.
돈 맥글라스한 Don McGlashan
수록곡 'Girl, Make Your Own Mind Up'을 작곡하고 노래하고 연주한 돈 맥글라스한은 플레이그(The Plague), 프롬 스카치(From Scratch,) 위즈 키즈(The Whizz Kids), 블램 블램 블램(Blam Blam Blam) 등의 밴드의 일원으로 살았던 인물이다. 모두 뉴질랜드에서 활동하던 밴드로, 생소하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두 장의 솔로 앨범 [Warm Hand](2006), [Marvellous Year](2009)의 솔로 앨범을 발표한 바 있다. 싱어 송라이터 이외에 우포늄(euphonium)이라는 금관악기 연주자라는 직함을 가지고 있다.
빅 룽아 Bic Runga
케이티 턴스털과 함께 'Hazel Black' 'Black Silk Ribbon'에 참여한 빅 룽아는 우리에게 비교적 친숙한 아티스트다. [Drive](1997)로 데뷔해 뉴질랜드에서 기록적인 성공을 거두었던 그녀는 국내 라디오에서도 자주 흘러나오던 'Listening For The Weather'가 수록된 [Beautiful Collision](2002), 뉴질랜드 앨범차트 1위 기록의 [Birds](2005) 등을 발표한 바 있다. 신비롭고 아름다운 목소리는 마오리족이었던 아버지의 유산이기도 하지만 말레이시아에서 가수로 활동하던 어머니 소피아 탕으로부터 물려받았는지 모른다. 한편 빅 룽아는 현지에서 귀족 작위에 해당하는 뉴질랜드 공로 훈장(New Zealand Order Of Merit)을 가진 가수이기도 하다.
케이티 턴스털 KT Tunstall
'Hazel Black'을 시원시원한 목소리로 부르는 스코틀랜드 출신의 싱어 송라이터. 데뷔 앨범 [Eye To The Telescope](2004) 발표 시기 영국의 유명한 라이브 TV 프로그램 '줄스 홀란드의 레이터쇼(Later... with Jools Holland)'에 출연해 홀로 3인 이상 분량의 기타를 소화한 남다른 기타 퍼포먼스로 청중을 제압, 방송 후 세일즈가 급격하게 뛰었다는 기록이 있다. 이 놀라운 무대는 유튜브를 통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Black Horse & The Cherry Tree', 그밖에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2006)를 비롯해 각종 미드에 쓰여 유명해진 'Suddenly I See'로 스타 반열에 올랐다.
필 셀웨이 Phil Selway
'The Ties That Bind Us'를 작곡, 기타를 연주하며 노래한 필 셀웨이는 라디오헤드의 드러머다. 이렇다 할 번외활동 없이 우직하게 밴드에서 드럼을 치다 세븐 월즈 컬라이드를 통해 화려하게 마실을 나왔다.
글렌 리처드 Glenn Richards
'Duxton Blues'를 만들고 노래한 글렌 리처드는 호주에서 활동하는 아티스트로, 오기 마치(Augie March)라는 밴드에서 활동했다. 그의 두드러지는 특징은 로큰롤의 근본에 대한 반편향으로, 템포와 리듬을 무시하고 한박 늦게 노래하고 연주하는 데에 있다. 하지만 'Duxton Blues'는 제대로 노래하고 제대로 연주하는 곡이다.
리사 제르마노 Lisa Germano
'Reptile'에 참여한 리사 제르마노는 미국 출신의 싱어 송라이터로, 바이올린 연주자로 유명한 아티스트이다. 닐 핀을 비롯해 쉐릴 크로, 이기 팝, 주얼, 일스 등 수많은 앨범에 연주자로 참여했던 그녀가 관여한 앨범은 60장이 넘는다. 이번 앨범의 구석구석에서 그녀의 기량을 엿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