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가붕가레코드 공장제 대형음반 No. 6 돈 스톱, 네벌 기브업, 렛츠 록! 치즈스테레오 《Don’t Work, Be Happy》
소녀들을 울면서 춤추게 하는 ‘치즈스테레오’
2000년 처음 음악에 손을 댈 무렵만 해도 이들은 소위 ‘무허가 펍’을 전전하며 하루하루 젊음을 소진해 가고 있었다. 그러던 이들에게 찾아온 첫 번째 계기가 “근육이라도 키우자”며 떠난 2006년의 멤버쉽 트레이닝(MT)임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 원래 술 마시고 고기 많이 먹고 늦게 자고 담배 많이 피는 등의 무위한 행위를 일삼기 위해 기획된 이 MT에서 우연한 계기를 통해 이들이 “청자를 단숨에 흔들어대지 못해서야 못해서야!”라며 득도에 버금가는 순간을 맞이, “오로지 기타! 베이스! 드럼!”을 주창하며 간결 명료한 댄서블 로큰롤을 터득 및 지향하게 됐다는 것도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다.
이후 이들은 어지러운 오색의 조명 아래서 맛깔 나는 리듬으로 플로어를 부산스레 달구는 특기를 얻었다. 그리하여 스스로 몸치라 자부하며 댄스의 세례를 단호하게 거부해 오던 부류들에게 거부할 수 없는 충동을 불어 넣었던 것이다. 이로 인해 그럴 것이라 여겨지지 않았던 이들이 플로어로 뛰쳐나가는 현상이 빈발해졌고, 그 중에서도 특히 소녀들이 울면서 춤추는 모습을 자주 목격할 수 있게 되기에 이르렀다..
이들 정체불명의 3인조. 리더인 이동훈은 밴드에서 가장 거짓말을 잘 한다. 말을 잘해 라디오형 인간으로 평가받는다. 우리 동네에선 록스타라는 자의식을 가지고 밴드를 UK차트로 이끌어 가려 애쓰지만 생각처럼 잘 되지는 않는다. 최영휴는 밴드에서 가장 스타일이 좋다. 공연 시에 늘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있는 것은 모래밭에서 타이어를 끌고 지옥의 베이스 트레이닝을 거친 후 게 눈동자가 빨갛게 변해버렸기 때문이라는 설이 있다. 단단한 베이스 연주로 밴드를 뒷받침한다. 하승우는 밴드에서 가장 말을 아낀다. 힘이 넘치는 드럼 연주를 통해 자기 여자에게만 따뜻한 도시 남자로 평가 받지만 검증된 바는 없다. 밴드에서 디자인을 맡아 하는데 자기 얼굴만 멋지게 그린다는 이유로 다른 멤버들로부터 항의를 받는 경우가 잦다.
이처럼 괜찮은 이들이지만 그들이 가진 것에 비해 이룬 것은 그간 그다지 많진 않았다. 곰사장의 꼬드김으로 붕가붕가레코드에 들어오게 되면서 제대로 구실하지 못하는 회사로 인해 2008년 8월 수공업 소형음반 《Oh Yeah》을 내고도 별반 반응을 얻지 못했던 것이다. 노래도 나쁘지 않고 공연에서도 매번 적잖은 호응을 이끌어 냄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음반 판매량이나 유명세로는 이어지지 않아 고민이 많았던 것이다.
그리하여 한때는 ‘오예스’라는 치어리더 백댄서를 대동하고 야구복을 입은 무대를 선보이기도 했으나 오디션을 통과하여 어렵게 잡은 EBS 스페이스 공감의 화려한 무대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반응을 얻어내지 못했다. 그리하여 “다시는 야구복 입지 않겠다”고 선언, 초심으로 돌아가기로 마음을 먹고 잔기술로 승부를 보지 않는 음악적인 본원에 충실, 열심히 노래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그리하여 2009년 9월, 첫 정규음반의 발매를 앞두게 되었다.
* 치즈스테레오 공식 커뮤니티 : club.cyworld.com/cheezstereo
첫 정규 음반 《Don’t Work, Be Happy》
수록곡
1. Hello 2. The Good, The Bad and The President 3. 난 어떡하라고 4. 동물해방전선 5. 순서에 상관없이 6. Oh Yeah! 7. 탁월한 선택 8. 산울림처럼 Let's Rock 9. 한밤의 에스프레소 10. Last Century Boys 11. 파티엔 언제나 마지막 음악이 필요하다
자꾸 더 채워 넣으라 그랬다. 노래에도 무대에도 무엇인가를 계속 더해야 좋아질 것이란다. 비어 있는 것을 참지 못하는 소속사는 계속 이런 것을 요구했고, 밴드에게는 곤혹스러운 얘기였다. 그러다가 한 때는 밴드 스스로 뭔가를 더 해 넣으려 애를 썼다. 조급했던 것이다. 같은 회사의 소속 밴드인 ‘장기하와 얼굴들’의 성공은 분명 반짝이는 것이었다. 인력이 없는 건 이해하지만 애초 약속 받았던 회사의 지원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 같았다. 그래서 춤도 만들고 야구복을 입고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자꾸만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은 듯 한 어색한 기분을 느끼기 시작했다.
단단히 잘못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2008년 8월 수공업 소형음반 《Oh Yeah!》로 첫 선을 보인 후 1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치즈스테레오는 이런 일들을 겪었다. 그리고 그 결과 그들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애초 외쳤던 것처럼, “오로지 기타! 베이스! 드럼! (가끔 건반도!)”의 간결하고도 춤추기 좋은 록큰롤로. 이미 그것만으로 그들은 충분히 록스타가 될 준비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들의 첫 정규 음반 《Don't Work, Be Happy》는 이렇게 원점으로 돌아온 그들의 지향을 새삼스럽게 다시 확인할 수 있는 음반이다. 제목부터 그렇다. 삽십대 초반이라는 적잖은 나이에 이르기까지 변변한 직업 없이 음악에 매진해 온, 어느 정도는 게으르지만 그래도 재미있게 살아 온 자신들의 삶을 긍정하며 “너네들도 이래 봐라!”며 선언하고 있는 것이다.
후렴의 느낌이 인상적인
이런 부분은 이미 듣는 이들의 대부분은 예상했던 점. 그들의 기대는 여태껏 은근한 정도밖에는 보여주지 않았던 면모들이 어떻게 새롭게 드러나고 있느냐는 것이다. 일단 느껴지는 것은 좀 더 거칠어졌다는 것. <산울림처럼 Let's Rock>과
놀라운 것은 이전에는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던 그들의 서정성. 그간 “가사가 기껏 네 줄 뿐이라니!”라며 이동훈의 노래 쓰기를 비난했던 이들이라면 그들을 새삼 새롭게 보게 될 것이다. 애잔한 슬픔이 배어 있는 <동물해방전선>은 물론, 특히 마지막의 <파티엔 언제나 마지막 음악이 필요하다>는 치즈스테레오가 처음 들려주는 ‘본격 발라드’. 후렴에 이르면 점점 고조되는 감정이 흐드러져 신나게 놀고 난 후에 남는 서글픔을 전하며 적절하게 음반을 끝을 낸다. 그들다운 마무리다.
‘치즈스테레오’라는 밴드의 이름과 음반의 제목을 위트 있게 섞어 낸 음반의 표지는 드러머인 하승우의 작품이다. 공동 프로듀서 겸 엔지니어로는 그들의 든든한 벗인 위치스의 리더 하양수가 참여했다.
글쓴이 / 곰사장 (붕가붕가레코드)
* 붕가붕가레코드 홈페이지 : www.bgbg.co.kr
붕가붕가레코드의 ‘공장제 대형음반’이란?
‘수공업 소형음반’을 통해 어느 정도 경험과 지명도를 확보한 이들에게 더 많은 대중들과의 만남을 주선하기 위해 고안해 낸 형식이 바로 ‘공장제 대형음반’이다. 말이 고안해 낸 것이지, 사실 일반적으로 공장에서 만들어지는 음반과 별반 다를 것은 없다. 어쨌든 “얇고 길게 간다고 하더라도 굵게 가야 할 때도 언젠가는 생기는 법이다.”는 철학 아래, 되겠다 싶은 음반을 기계의 힘으로 대량생산한다.
이 시리즈의 일환으로 No. 1 ‘관악청년포크협의회’의 《vol. 1 – 꽃무늬 일회용 휴지 / 유통기한》, No 2 ‘청년실업’의 《기상 시간은 정해져 있다》, No. 3 ‘브로콜리 너마저’의 《앵콜 요청 금지》(EP), No. 4 ‘장기하와 얼굴들’의 《별일 없이 산다》, No. 5 불나방 스타 쏘세지 클럽의 《고질적 신파》, No. 6 치즈스테레오의 《Don’t Work, Be Happy》가 출시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