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음악 시장의 절대 강자!
성공적인 세대교체를 마치고 돌아온 스위트박스 (SWEETBOX)의 새 앨범 [The Next Generation]
<Don’t Push Me>, <Life Is Cool> 그리고 <Addicted>로 20만장 이상의 음반 판매고와 국내 유명 가수들에 필적할 만한 디지털 세일즈를 기록하며 국내 음악 시장을 강타한 스위트박스가 드디어 돌아왔다!
올해 열 아홉살인 미모의 보컬리스트 제이미 피네다를 영입하여 만든 스위트박스의 3년만의 새 앨범 [The Next Generation]은 이들의 장기인 클래식과 팝의 환상적인 만남, 그리고 R&B와 록 등 다양한 장르와 사운드를 담아 낸 총 16곡이 수록되어 있다.
타이틀 곡 <We Can Work It Out>은 비발디의 사계를 차용한 곡으로, 한국인 들에게 친숙한 전형적인 스위트박스 스타일의 팝+클래식 넘버다. 아울러 미니 홈피나 블로그 배경 음악으로 잘 어울릴 히트 예상 트랙 <Everything Is Nothing>, <Magic> 등에 이르기 까지, 새 앨범은 국내 음악 팬들의 오감을 만족시키기에 부족함이 없는 퀄리티를 자랑하고 있다.
성공적인 세대교체의 표본
SWEETBOX [The Next Generation]
스위트박스가 돌아왔다. 이번에는 조금 다르다. 스위트박스의 목소리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속을 들여다 보면 그 변화의 폭은 더 크다. 스위트박스라는 그룹을 지탱하는 프로듀서인 로베트로 “지오” 로잔, 그도 함께 빠졌다. 남은 것은 애초에 스위트박스라는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큰 틀에서 이끌었던 하이코 슈미트 뿐이다. 하지만 미리부터 걱정할 필요는 없다. 스위트박스의 새 앨범 [The Next Generation]은 과거 스위트박스가 가지고 있던 매력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클래식과 팝의 환상적인 조화. 이미 스위트박스라는 이름이 의미하는 그 음악을 사람들이 죄다 바뀐 새 앨범에서도 유지하고 있다.
모두가 다 알다시피 스위트박스는 프로듀서와 보컬의 만남이다. 1990년대 스웨디시 팝을 이끌었던 에이스 오브 베이스 그리고 바나나라마 등을 프로듀싱하며 이름을 알린 독일 출신 프로듀서 지오는 자신만의 음악을 하기 위해 1995년 솔로 프로젝트 그룹 스위트박스를 결성했고, 나머지 부분은 킴벌리 키어니, 다치아 브릿지스 등 여성 보컬이 자리를 메웠다. 하지만 1997년 매력적인 흑인 보컬 티나 해리스가 스위트박스를 찾으며 모든 것이 바뀌었다. <Everything’s Gonna Be Alright>가 1997년을 휩쓸었기 때문이다. 바흐의 ‘G선상의 아리아’를 샘플링한 <Everything’s Gonna Be Alright>의 인기는 아시아 지역에서 유난했다. 물론 미국에서도 빌보드 싱글 차트 2위, 앨범 차트 37위에 오르는 놀라운 성적을 거두었다. 하지만 일본과 한국, 대만 등에서 스위트박스가 받은 사랑은 다른 어느 지역보다 열광에 가까웠다. 친숙한 클래식 선율에 쉬운 멜로디. 그리고 티나 해리스의 매력적인 보컬의 조화는 사람들의 귀를 쉽게 사로잡았다. 일찍이 누구나 따라 부를 수 있는 댄스곡 프로듀서로 유명했던 지오에게 이같은 곡을 만드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어쩌면 필연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티나 해리스는 곧바로 스위트박스를 탈퇴한다. <Everything’s Gonna Be Alright> 한 곡이 쥐어준 인기를 바탕으로 솔로 활동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그녀의 솔로 활동은 스위트박스 시절만큼 화려하지 않았다.
그 뒤를 이어 등장한 여성 보컬은 제이드 빌라론. 하이코 슈미트가 데려온 그녀는 일단 흑인이 아니었다. 클래식과 팝 그리고 양념처럼 얹는 힙합 리듬이 메인 코스와도 같았던 스위트박스는 약간의 진로 조정이 필요했다.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힙합 리듬을 빼고, 그 위에 팝의 기운을 조금 더 강하게 뿌려주면 됐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스위트박스는 <Everything’s Gonna Be Alright>의 영광을 계속 이어갔다. 클래식 선율을 차용한 달콤한 멜로디가 여전한 덕분이다. 자신감을 얻은 지오는 제이드와 함께 다양한 시도에 도전을 했다. 2004년에 발표한 [Adagio]가 대표적이다. 스위트박스의 정규 네 번째 앨범 [Adagio]는 더 빠른 리듬 속에 예전 스위트박스 음악에서 엿볼 수 없었던 엄숙함이 자리하고 있었다. 제이드가 다시 과거의 히트곡이자 스위트박스의 트레이드 마크인 <Everything’s Gonna Be Alright>를 부른 2005년은 스위트박스가 다시 찾은 제2의 전성기와 다름 없었다. 비록 1997년 과거의 그때 만큼은 아니었지만, 아시아 그리고 유럽에서 만큼은 분명했다. 그렇게 제이드 빌라론은 스위트박스의 큰 품 안에서 다섯 장의 앨범을 녹음했다. 1년의 절반 이상을 투어에 매진하기도 했다(스위트박스는 일본에서 전국 순회 투어 공연을 갖곤 한다). 동시에 지오는 알 수 없는 두려움에 휩쌓여야만 했다. 언젠가, 제이드도 티나처럼 이 곳을, 내 품을 떠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결국 지오는 제이드의 손을 잡고 스위트박스라는 팀을 떠났다. 대신 제이드와 지오는 제이드 발레리라는 이름 하에 솔로 앨범을 발표하고 (Sweetbox에서 나왔다는 뜻과 틀에서 벗어났다는 뜻을 동시에 지니는 [Out of The Box]라는 앨범을 냈다), 최근에는 ‘이터너티(Eternity)’라는 이름의 프로젝트 밴드를 결성했다. 구성과 음악 스타일은 과거의 스위트박스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터너티가 돋보이는 것은 딱 하나다. 과거, 그러니까 클래식과 팝 음악이 완벽하게 만났다고 사람들이 극찬하던 90년대 후반의 스위트박스 스타일에 더 가까이 다가선 것이다.
스위트박스라는 팀에 홀로 남은 하이코 슈미트는 새로운 보컬과 함께 새 프로듀서도 찾아야 했다. 결국 그는 힐러리 더프의 매니저이자 프로듀서인 안드레 렉의 도움을 받아 3000명의 보컬 오디션을 봤다. 결국 한 명의 소녀가 선택됐다. 로스앤젤레스 출신의 가수, 배우 지망생 제이미 피네다가 그 주인공이다. 아메리칸 아이돌의 오디션에도 도전했지만 겨우 20일이 부족해(아메리칸 아이돌은 16세부터 참가할 수 있다) 탈락의 고배를 마셔야만 했던 그녀가 세계적인 프로젝트 스위트박스의 새 목소리가 된 것이다. 지오의 빈 자리는 데릭 브램블이라는 프로듀서가 차지했다.
멤버가 모두 바뀌었지만 스위트박스는 여전하다. 여전히 클래식 선율을 사용한 듣기 좋고, 부르기 편한 팝을 선보이기 때문이다. 이들의 첫 앨범이자 새로운 앨범인 [The Next Generation] 에는 모두 세 곡의 클래식이 사용됐다. <We Can Work It Out>에는 비발디의 사계가, <Crash Landed>에는 바흐의 토카타와 D단조 후가가, 마지막으로 <Magic>에는 베토벤의 교향곡 9번을 들을 수 있다. 그리고 스위트박스는 다시 한 번 새로운 버전의 <Everything’s Gonna Be Alright>를 만든다. 티나 해리스, 제이드 빌라론에 이은 세 번째다. 이번에도 가사를 바꾸며, 또 한 번의 영광을 노린다(그리고 오토튠으로 덧칠한 목소리의 주인공은 새 프로듀서 데릭 브램블이다). 결국 이 앨범에서 가장 먼저 주목받은 곡은 새로운 가사와 목소리 그리고 편곡이 더해진 <Everything’s Gonna Be Alright>이 됐다. 하지만 그 뒤를 곧바로 <We Can Work It Out>이 이었다. 스위트박스는 역시 클래식 샘플이라는 단순한 공식이 쉽게 입증된 셈이다. 물론 클래식을 사용하지 않은 앨범의 다른 곡도 여전히 과거의 스위트박스 분위기를 갖고 있다. 달라진 것은 스위트박스를 이끌어 가는 목소리 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새 프로듀서로 부담스러운 자리에 앉은 데릭 브램블은 과거 스위트박스가 가지고 있던 이름에 먹칠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앨범 제목 그대로 새로운 스위트박스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부단히도 노력했다. 그 노력은 앨범을 찬찬히 들어보면 보이기 시작한다. 과거 단순히 반복하는데 치중했던 리듬은 더욱 치밀하게 자리를 잡았고, 클래식 선율은 샘플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노래에 입혀졌다. 괜히 한 장의 앨범을 만드는데 2년이라는 긴 시간을 소비한 것이 아니다. 스위트박스의 이름은 클래식과 팝의 환상적인 만남이라는 의미로 귀결되기 마련이다. 무엇보다 그 부분에 있어서 만큼은 데릭 브램블과 제이미 피네다는 분명히 성공했다.
사실 이 앨범은 2009년 6월에 일본에서 먼저 발매됐다. 우리나라는 4개월 정도 늦게 발매되는 셈이다. 제이미의 새로운 스위트박스는 현재 새 앨범 작업 중이다. 그리고 스위트박스의 홈페이지와 제이미 피네다의 트위터를 보니 새 앨범의 윤곽이 어느 정도 드러난다. 지난 여름 스웨덴을 여행하던 제이미는 자신만의 스위트박스 노래를 쓰기 시작했다. 과거 다른 보컬들이 단순히 노래를 부르는 역할에 머물렀다면, 그녀는 좀 더 능동적으로 스위트박스라는 팀에 참여한다. 그 결과는 우리를 조금 늦게 찾아온 앨범 [The Next Generation]을 맘껏 즐기고도 한참 후에나 나올 예정이니 미리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일단 지금은 새롭게 윤색된 스위트박스의 음악 속에서 제이미 피네다의 목소리에 흠뻑 빠져있으면 된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글/ 김용현(클럽컬처매거진 <블링>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