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경구, 유승범, 한혜진이 뛰어난 연기력으로 영화를 표현했다.
그리고 박지만 음악감독과 서울전자음악단, 김바다가 영화의 내면적 슬픔을 음악으로 표현했다.
대한민국 최고의 사이키델릭 사운드 “서울전자음악단”과 레전드급 록 보컬리스트 “김바다”가 선보이는 타이틀 곡 <공감대>수록!
[박지만 음악감독 리뷰]
왜 그런 거 있잖아요. 안개에 쌓여 있어서 정확한 형체를 알 수 없지만 무언가 있긴 있는 것 같고, 그게 뭔지 잘 모르겠고, 언뜻 사람의 형상 같아 보이는 것도 같았는데 나중에 안개가 걷히고 보니 그 형상과 비슷한 나무와 돌이 놓여 있는 상황. 영화 음악을 한다는 건 이런 상황에 처하게 되는 것 같아요. 한마디로 맨땅에 헤딩, 앙꼬 없는 빵 같죠.
감정이 스크린에 옮겨 지는 것도 이와 같군요. 화면을 두어 시간 보고 있으면, 화가 나기도 하고, 눈물이 나기도 하고, 사랑에 빠지기도 하고, 긴장되어 손에 땀을 쥐기도 하고, 치킨 한 마리 사 들고 집에 들어 가기도 하니까요.
'감정이란 이런 거다' 라고 설명하기는 너무 어렵지만, 뒤집어 생각해 보면 문학, 음악, 영화, 미술, 무용을 얘기 하다 보면 어느새 장르는 떠나고 감정만 남게 됩니다. 그렇다면 '감정은 음악이다' 라고 말할 수 있겠네요. 게다가 영화에서 감정의 안내자는 정말 친절하고 뚜렸 합니다. 영화 음악을 한다는 건 감정이 어디로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가를 파브르가 곤충을 바라 보듯 관찰하면 됩니다. '글을 쓰는 것은 쉬운 일이다. 이마에 피땀이 맺힐 때까지 그저 텅 빈 종이를 바라 보고 앉아 있기만 하면 되니까' 라고 말한 진 파울러의 말처럼 카메라가 담은 화면을 바라 보고 또 바라보고 앉아 있으면 됩니다.
영화 감독님은 본인이 음악의 전문가가 아니기에 음악을 말씀 하실 때면 겸손 해 지시곤 하는데 제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축구 감독이 아니어도, '그 패쓰는 아니지' 라고 말하는 것처럼 '여기는 슬프게', '여기는 슬프지만 행복한 여지가 있게', '여기는 슬프지만 기쁘게' 라고 한다면 서로 다른 언어인 영어를 한국말로 번역하듯 감정을 음악으로 번역하는 것은 음악가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묘한 감정과 심리에 빠져들게 만든 '용서는 없다'의 작업은 즐거웠습니다. 설경구, 류승범 연기파 배우들의 연기를 보고 있는 것도, 조명과 미술을 보고 있는 것도, 화면에는 나오지 않지만 한여름 촬영장에서 매미를 조용히 시키기 위해 나무에 줄을 달아 당기는 스탭의 모습은 영화 보다 더 재미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같이 작업에 참여해준 음악가 동료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표합니다. 최진우, 김의석, 정재훈, 서울전자음악단, 김바다, 이분들이 없었다면 이 영화의 음악도 없었을 겁니다.
감사합니다.
2009년 12월 30일
박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