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브야지드 첫 정규앨범 [salon de piano]
2009년 그야말로 혜성처럼 나타난 야브야지드는 한국의 lounge, piano music, luxury, chic 등 무슨 수식어를 붙이든 간에 맞거나 혹은 틀린 굉장히 특이한 포지션의 뮤지션이다. 그는 피아니스트로, 싱어송라이터로, 프로듀서로, DJ로, 혹은 일렉트로니카 뮤지션으로, 힙합의 비트메이커로 굉장히 다양한 스펙트럼을 한 장의 앨범으로 버무릴 줄 아는 재주꾼이기 때문이다.
그는 15살 되던 해 Band를 시작한 Rock Kid였으며, 2001년부터 클럽씬에 몸담아온 베테랑 DJ이며, 이른바 SKY라고 불리는 명문대학에 입학하여 사법시험을 준비하던 모범생이었고, 현재는 청담동에서 음악기획사를 운영하는 청년 사업가이기도 하다. 이런 특이한 이력으로 볼 때, 선배들의 수많은 음악적 유산을 모아 하나의 스타일로 만드는 음악적 성향은 한편으로 그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이며 또한 가장 자연스러운 방식이기도 하다.
그의 첫 정규앨범인 [salon de piano]는 누구에게나 친숙하면서도 때로는 가까이하기 힘든 악기인 피아노를 메인 테마로 잡아 작업되었다. 피아노는 때로는 아련한 솔로를, 때로는 들릴 듯 말 듯 다른 악기를 서포트 해주는 바탕으로 스스로의 역할을 다한다. 이러한 피아노의 중심 하에 그의 곡들은 일렉트로니카에서 힙합으로, 댄스뮤직에서 피아노소곡으로 변화무쌍하게 움직인다. 어찌 보면 그다지 스킬이 있게 들리지 않는 그의 보컬이 가장 약점으로 보일만큼, 본 작은 편안한 가운데 악기들의 조화가 돋보이는 앨범이다.
전 곡의 작사/ 작곡/ 보컬/ 프로듀싱/ 녹음/ 믹싱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본인이 전부 끝낼 만큼 음악에 대한 열정과 실력을 보여주어 소속사를 놀라게 하기도 하였다. 다만 기타세션과 랩 퍼포먼스는 피쳐링을 해 준 뮤지션들의 완성도 있는 도움을 받았다.
그 중 기타세션은 미국 노스텍사스 대학교에서 재즈로 석사를 받고 현재 한국에서 재즈기타리스트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Jun Kim이 맡아 좋은 컨디션의 사운드를 더하여 주었다. 랩에 있어서는 국내 언더그라운드 힙합의 가장 Hot 한 뮤지션인 Huck P, CSP, Rhymics, Kuan, 그리고 다소 특이하게 나몰라패밀리의 김경욱이 플레이 하였다. 이 중에서 김경욱은 그가 활동하고 있는 코미디언으로서의 활약들이 기억나지 않을 만큼 훌륭한 랩세션을 보여주어 이채롭다.
15트랙에 이르는 짧지 않은 러닝타임, 높은 퀄리티의 트렌디함과 고급스러움을 가진 Song Making, 소소한 일상과 뜨거운 사랑을 관조하는 가사에 이르기까지, 야브야지드는 본 앨범에서 데뷔하는 신인이 보여줄 수 있는 최대한을 담은 앨범을 만들어 내었다. 그가 앞으로 보여줄 공연과 퍼포먼스가, 오히려 앨범을 따라가지 못할까 하는 기우가 어쩌면 본 작의 가장 큰 불안요소가 아닐까. 이것이 정말 기우가 되기를 바라는 것이 음악을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의 바람이다. 알찬 실력으로 나타나는 신인은 사실, 항상 만나볼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