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인디신의 기인 'DJ 안과장'의 흥미진진한 하이브리드 뮤직 [미인은 롸커를 좋아해]
2006년 봄, 그리 특별할 것도 없던 어느 오후, 홍대의 한 클럽에 두 대의 턴테이블과 탬버린, 미니 키보드와 하모니카, 드럼머신, 전자기타에 보코더 등에 이르기까지 십여 가지의 장비를 거뜬히 짊어지고 나타난 한 사내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미지의 세계에서 온 신비한 로맨티스트 DJ안과장이었던 것이었다! 그는 첫 공연에서 수 년간 골방에서 쌓아온 터질듯한 내공을 단숨에 터뜨리며 직관적인(어쩌면 매우 산만한) 조작과 동선으로 좁은 무대를 마구 휘젓고 다니며 지금까지 그 누구도 들어본 적이 없는 독특하고 재치 있는 사운드와 퍼포먼스를 구사하며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그런 그가 첫 싱글 앨범 “솔솔라라솔솔미” 이후 3년여 만에 첫 번째 정규앨범 “미인은 롸커를 좋아해”를 들고 돌아왔다. 패러디와 은유, 유모어와 시니컬, 복고와 모던, 아날로그와 테크놀로지의 경계를 끊임없이 넘나드는 DJ안과장의 하이브리드한 사운드와 노랫말 속에서 우리는 세상을 지배하는 보이지 않는 손과 경직된 틀, 이분법의 경계선을 ‘걷어치우고’ 창조적 잡종이 이끌어 갈 새롭고 독특한 세계를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럼 홍대 인디신을 누비며 “음악에는 소울soul이 있어야지. 솔솔라라솔솔미!”를 외쳐대던 DJ안과장이 숱한 클럽 공연을 뒤로 하고 오랜 기간 초야에 묻혀 자신의 소울soul을 다 해 준비해 온 첫 번째 정규앨범을 들여다 보자. 이번 앨범의 전반부를 장식하는 ‘마이 스타’와 ‘머니허니’, ‘happy world’, ‘신비한 로맨티스트’에서 우리는 복고적인 일렉트로닉과 롹을 기반으로 한 경쾌한 사운드와 함께 세상을 바라보는 삐딱한 시선 속에 감추어진 따뜻한 정서를 느낄 수 있다. 또한 SBS 월화 드라마 [오 마이 레이디] ost에 삽입된 사랑스럽고 달콤한 멜로디의 ‘체리파이’, 음악을 향한 자신의 꿈과 애정을 담백하게 그려낸 자전적 느낌의 노래 ‘기타를 치고’, 몽환적인 사운드와 애틋한 노랫말이 인상적인 ‘달소녀’로부터 풍자와 해학이 담긴 패러디와 시적 은유를 교묘히 넘나들며 파격적인 가사로 노래하는 ‘선샤인’과 ‘카이저 소제’, 통기타 한대로 관객과 즐겁게 소통하는 ‘랍스타’, 정통 롹사운드와 찌를듯한 샤우트 창법으로 아 워너 러뷰 롹앤롤!을 외치는 ‘rock & roll’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노래들 속에서 우리는 그야말로 온갖 장르와 온갖 사유, 온갖 태도가 어떻게 부서지고 용해되고 뒤섞이고 재창조되는지 그 흥미진진한 하이브리드 뮤직의 생산과정을 생생하게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