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완 Complete Solo Recordings 1983-1995
- 김창완 솔로 앨범 3종을 담은 박스세트.
- 오리지널 아트워크를 그대로 재현한 디지팩 사양.
- 모든 수록곡들의 충실한 가사를 담은 부클릿 포함.
그룹 산울림의 핵심으로서 전무후무한 음악세계를 창조했던 김창완. 산울림 활동 기간 중에도 앨범 기획자와 프로듀서로서 탁월한 재능을 발휘했던 그는 솔로 아티스트로서도 뛰어난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3장의 앨범으로 구성된 이 박스세트는, 활발하지는 않았지만 산울림의 음악만큼이나 가치를 지니는 그의 솔로 작업의 성과를 집대성한 모음집이다.
[기타가 있는 수필](1983)은 록 밴드로서 산울림 사운드의 정점을 찍은 9집 이후 발표된 김창완의 첫 솔로 앨범으로, 서정적인 포크의 감성으로 충만한 김창완 최고의 작품이다. 김창완 특유의 ‘일상에서 비롯되는 풍부한 상상력’과 ‘동화적 감수성’은 나직하게 읊조리는 목소리와 소박한 어쿠스틱 기타 사운드에 실려 듣는 이를 아련한 꿈길로 인도하는 듯하다. 대중적인 히트를 기록했던, 앨범의 성격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유일한 김창훈의 작품) ‘초야’와 지금까지도 심심찮게 들을 수 있는 두 말이 필요 없는 곡 ‘어머니와 고등어’를 비롯하여 ‘죽음’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한없이 예쁜 멜로디와 극대화된 서정성의 시어(詩語)로 표현한 ‘내 방을 흰색으로 칠해주오’, 짧지만 듣는 이의 상상력을 한껏 자극시키는 토크 송 ‘꿈’, 이후 꾸러기들의 앨범에서 더욱 경쾌한 색채로 재현되는 ‘무슨 색을 좋아해도’ 등이 수록되어 있다.
이후 자연스럽게 ‘1인 산울림’의 형태로 앨범 작업을 지속해온 김창완은 당시 MBC의 인기 단막 드라마 시리즈인 ‘베스트셀러극장’의 몇몇 작품을 포함한 TV 단막극의 음악을 담당했다. 그리고 1987년, 자신이 작업하고 노래한 드라마 음악을 모아 [산울림 김창완의 새로운 여행: TV 드라마 음악]이라는 앨범이 발표된다. 어린이들의 합창과 단순하고 쉬운 멜로디 등 동요에 가까운 여러 곡들과 전형적인 포크 스타일의 정적인 곡들과 다소 실험적인 연주곡이 담긴 이 앨범의 최대 히트곡은 박상원이 주연을 했던 베스트셀러극장 ‘강’에 삽입되었던 ‘꼬마야’다. 그 외에 11집에 수록되었던 ‘안녕’과 ‘헤어지면 가슴속에’, ‘바다의 노래’, ‘품팜 처얼썩’, ‘우리 얘기’, ‘하얀 옷의 천사 되어’ 등 가슴을 포근하게 감싸오는 아름다운 곡들이 포함되어 있다.
앞의 두 앨범이 기존 산울림의 모습 중 ‘록’의 향취가 거세된 소박하고 서정적이며 예쁜 색채의 확장 영역에 포함되어 있다면 [Postscript](1995)는, 이후 1997년 14년 만에 형제들이 모여 완전한 ‘록 밴드’로서 펼쳐 보이게 되는 새로운 음악세계의 시발점으로 자리할만한 작품이다. 의도적인 그로테스크함이 강조되며 꼭두각시 화 된 잠옷을 입은 김창완의 모습은 달라진 음악을 말해주는 듯하다. 그 흔적을 찾기 힘든 서정성 대신 앨범 곳곳에서 고개를 내밀고 있는 것은 ‘록’의 어법과 향취이며 일상의 감성과 생활 속에서 찾아내는 독특한 소재 등 특유의 ‘김창완 음악언어’는 앨범을 가득 채우고 있다. ‘추신’과 ‘걱정 마라’, ‘점심시간 칼국수집’ 등 밝은 템포의 팝 록 사운드나 ‘가이아’의 서사적 감성, 민요 풍의 ‘비디오만 보았지’에서의 느른한 중얼거림 등은 언뜻 생소하지만 기존 산울림 음악의 행간에서 충분히 그 모습을 보여왔던 요소들이다. 산울림 13집은 물론 최근의 김창완밴드에서 그가 들려주는 신선한 사운드의 원형이 여기에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