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라이어티한 감성충돌이 만들어낸 기발한 성장음악
음악여행 중 발견해가는 자아성찰의 기록
싱어송라이터이자 원맨밴드 나루(naru)의 2집 yet
소심한 성격 덕에 오히려 완벽해진 원맨밴드 '나루'
'나루'의 2집 "Yet"은 끝이 없는 음악 여행, 그 중 젊은날의 에세이라 할 수 있다. 정확한 결론이나 해답 없이 방황하는 20대를 보내며, 그렇기에 가능한 다양한 감정들과 고민들을 노래한다. 소년들이 앞으로 하게 될 당연한 질문들, 지금을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답이 없는 고민들, 나이든 누군가의 젊은 시절 이야기까지. '나루'가 전하는 이야기에는 남녀노소 모두가 공감하게 된다.
2008년 3월, 1집 "자가당착(自家撞着)"으로 혜성처럼 등장한 '나루'. 데뷔 이 후, 선배 뮤지션들의 아낌없는 관심과 칭찬을 받으며 모던 영재라는 애칭까지 얻었지만 그런 모든 것들이 전형적인 소심형 싱어송라이터인 '나루'에게는 오히려 짐이었는지도 모른다. 세간의 호기심과 무한 증폭된 관심들에 과감히 등을 돌리고 자신만의 공간과 음악 속으로 더 깊게 숨어 들어 갔으니 말이다. '나루'는 그렇게 누구라도 서슴없이 선택할 법한 쉬운 길을 걷지 않고 어떤 도움에도 기대지 않은 채 독자적으로 2집 "yet"을 완성했다. 자칫 치기와 겉멋만 가득한 또 한 명의 안타까운 천재로 남았을 수도 있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소심한 성격 덕분에 스스로 끊임없이 도전하는 믿을만한 뮤지션으로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자신의 내면에 쌓인 고민들과 사회에 대한 질문들 사이를 오가는 가사. '나루' 특유의 재미를 겸비한 개성 강한 멜로디 라인과 빼곡하지만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편곡, 그것도 모자라 이 모든 악기를 혼자서 다 연주하고 녹음했다는 놀라운 사실까지. 더구나 1집에 이어 2집에서도 앨범 자켓의 일러스트를 손수 그려 앨범 전체가 온전히 '나루' 그 자체인 하나의 작품으로 만들어냈고, 그렇게 완성한 2집 "yet"을 통해 다소 느리지만 체계적으로 나아가고 있는 모던 영재의 면모를 직접 증명하고 있다.
이제는 자신의 음악을 보여주기 위해 가지고 있는 모든 재능을 끌어내는 것에 자신이 생긴 '나루'. 2집 "yet"에는 1집에서 미처 다 보여주지 못한 도전과 실험들이 담겨있다. 또한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혼자 챙겨가며 완성해낸 '나루'만의 아우라는 음악 안에 생생히 새겨져 정수리를 강하게 진동시키는 주파수로 울려 퍼진다.
11개의 그림 이야기를 보는 듯한 앨범 "yet"
'나루'는 언제나 가사와 악기 구성, 편곡들이 그림을 그리듯 상냥하고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기발한 구성력을 보여준다. 1집에 비해 일렉트로닉의 요소를 증가시킨 2집 "yet"의 음악적 실험은 첫 트랙 '키'에서부터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전체적인 앨범의 색을 표현하기 위해 2집 작업을 들어가며 가장 먼저 쓴 곡이기도 한 이 곡은 전면에 등장하는 신디사이저의 화려한 플레이가 돋보인다. '먼데이 댄싱'은 월요일이면 어김없이 반복되는 일상을 꼭두각시의 춤에 비유한 곡으로 그로테스크한 느낌이 강한 댄스 팝 트랙. '키'와 함께 앨범의 전체 색을 보여준다. 이번 2집 "yet"과 동명 타이틀이면서 내용의 대주제를 담고 있는 세 번째 트랙 'yet'은 혼자 모든 것을 감당해가며 음악을 만들어야 했던 본인의 이야기. 힘들었던 시간들을 차분하고 긍정적 에너지로 표현하며 그 동안의 시간들이 큰 공부가 되었음을 자축하고 있는 곡이다. 타이틀곡으로 논의 되었던 'June Song'은 6월의 어느 밤에 스쳐가던 감정을 단시간에 캐치하여 완성한 훅이 강한 발라드 곡으로 여름 초입의 아련한 기운을 담고 있다. 1집의 'Take Off'와 대비되는 Interlude 'Spring!!!'은 록 연주곡인 'Take Off'와 달리 일렉트로닉 편곡으로 만들어 다시 한번 2집 앨범의 컨셉을 확인시켜 준다. 이어지는 '유령의 도시'는 '키'와 같이 모든 악기를 미디로 녹음한 '키'와는 형제곡이라고 할 수 있는데, 경쾌한 분위기와는 달리 휘청거리는 도시의 밤을 노래하고 있다. 2집 중 가장 헤비한 곡인 '지우개를 잃어버리지 않도록'은 높은 보컬 음역과 낮은 기타 튜닝이 대비되는 곡이다. 이는 우유부단한 이의 내면의 격정을 표현하기 위함이라고. 어쿠스틱 기타가 이끄는 러브 발라드 '그대 나의 강 흐르네'는 메말라가는 삶 속에서도 끊임없이 흐르는 애틋한 사랑을 노래하고 있다. 이루어질 수 없는 갈망으로 끝없이 추락하는 이의 심정을 노래했다는 'Things Are Falling Down'은 변화무쌍한 마음을 공격적인 기타와 끊임없이 변하는 리듬으로 표현해냈으며, 또 한 곡의 밝은 사랑 이야기 'One Shining Day'는 영원히 간직하고픈 눈부시고 소중한 순간들을 노래하고 있다. 마지막 곡으로 가벼운 편곡이지만 대곡의 기운이 느껴지는 'Night Whale'은 하루를 다 보내고 빠져든 꿈 속에서 고래를 만난 주인공에 대한 노래이다. 주인공의 의식의 흐름을 따라 다양한 악기들이 함께 진행되며 마치 한편의 그림 동화를 보는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