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부적인 재능을 지닌 한 뮤지션을 바라보는 시선과 수많은 수식어들
3살 때 피아노를 접하고 초등학교 6학년 때 스무살 형들과 그룹활동을 시작, 17살에 정원영, 한상원 밴드를 통해 그룹 '긱스'로 뮤지션들과 대중들에게 이름을 알린 정재일을 따라다니는 수식어들은 무수히 많다. 하지만 '천재뮤지션', '천부적 재능을 지닌 뮤지션' 등의… 그를 감싸는 수식어들은 어쩌면 정작 정재일이란 뮤지션의 음악에 귀를 귀울이는데 장애물이 될 지 모른다.
10여 가지나 되는 악기를 그것도 전문가 수준으로 연주한다고 수많은 음악인들에게 부러움을 사기도 하지만 자신의 음악을 하기 위해선 시간을 들여 하나하나 악기에 관해 파헤쳐야 했던 꾸준한 '노력파' 정재일이기에 그에게 있어 악기연주는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음악 이전에 자신의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한 소통 방식이라는 의미일 뿐이라는 것을 국악, 미술, 영화, 연극, 뮤지컬, 대중음악 등에서 보여준 그의 음악 이력을 보면 볼수록 느끼게 해준다. 한 장르에 머무르지 않고 자신의 음악적 스펙트럼을 조금씩 조금씩 펼쳐 내보이며 묵묵히 문화계 여기저기 남겨놓은 그의 흔적은 정재일이란 뮤지션을 알아 내기 위한 "헨젤과 그레텔의 과자 부스레기" 일지 모르겠다.
이제 서른살을 앞둔 정재일에게 이 음반은 그간 자신의 음악에 대한 기록이라 한다. 2집 앨범이라는 거창한 맘가짐 없이 발표되지 않았거나, 기록되지 않았던 곡들을 '주섬주섬' 모아 만든 소품집으로 여기고 싶어한다. 6곡으로 담은 이 음반이 그간의 기록을 담기엔 너무나도 부족하고 간소하지만 한곡 한곡의 깊이 있는 음악의 고저(高低)는 정재일의 음악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게 한다.
"지극히 개인적인 무엇이 되기 전에 그저 매우 단순히 제 음악들을 기록하고 싶었습니다. 지난해 부터 지금까지 만들었던 음악들을 뒤적이며 가벼운 소품집 혹은 일기 라는 느낌으로 아주 조그마한 생각에서 부터 시작한 곡들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