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의 이미지로 빚어낸, The Grotesque Traveler의 두 번째 앨범
“Crossing the Line”
작곡가 윤여문은 자신의 이야기를 스스로의 음악 속에 심는다. 연주 음악 임에도 가사를 대신하여, 아포리즘(Aphorism, 경구(警句))를 싣는다. 그는 스스로 누린 체험적 진리를 간결하고 압축된 형식으로 나타낸 짧은 글로 작곡의 의미와 배경을 전한다.
장르와 스타일의 구속되지 않는 이미지 크리에이터 (Image Creator) !!
윤여문은 ‘이미지’를 창작의 원천으로 택하고 있다. 그에게 있어 ‘이미지’는 장르나 스타일 보다 상위 개념이고, 선율과 리듬, 화성 보다 우선하는 음악적 요소이다. 그는 소리로 이미지를 빚고자 한다. ‘심상(心象)’은 ‘음상(音象)’이 된다. 때문에 그는 심상과 음상에 어울리는 음의 배열을 찾고, 리듬을 잇고, 화성을 연결한다. 이를 위해 굳이 장르와 스타일의 구속되지 않은 채, 자유를 누릴 수 있다. 뉴에이지, 일렉트로닉, 록, 퓨전 재즈, 월드 뮤직, 포크와 국악의 혼재도 그의 음악에서는 자연스레, 하나의 흐름이 된다. 그는 낱낱의 트랙마다 장르와 스타일의 충돌과 융화, 공존을 선택한다. 그는 특정한 스타일에 묶이지 않은 채, 여러 가지 음악적 기법들을 해체하고, 용해하고, 융화시킨다. 국악과 양악을 어우러지게 하는 것뿐만 아니라, ‘Distorted Desire’에서 히틀러의 육성을 샘플링한 것도 ‘혼돈’의 이미지를 형상화시키기 위한, 소리의 재료일 뿐이다. 그의 음악들을 들으며 낯선 풍경과 영화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되는 이유도 윤여문의 ‘이미지 화법’의 결과일 것이다. - 하종욱 (음악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