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회파 여성 싱어, 배인숙의 두 번째 앨범
세련된 성인의 향취가 가득한 프렌치팝 스타일 가요 앨범의 탄생!
2집은 1집과 마찬가지로 안타기획의 사운드를 대표하는 브레인 안치행과 김기표가 주요 작/편곡을 담당했다. 동시에 좀 더 많은 부분에서 배인숙의 취향과 음악적 지향점이 뚜렷해지는 음반이다. 대부분의 선곡과 작사를 배인숙 본인이 진행했음(8트랙중 6트랙)은 물론 포토그래퍼 김중만과의 협업으로 만들어 낸, 80년의 발매 작으로는 파격적이라 할 수 있는 커버 아트웍도 그녀가 이루어 낸 결과물이다.
배인숙의 두 번째 앨범 [일요일의 고독]은 당시의 주류 음악계와는 결을 달리했다. 아티스트 본인이 직접 선곡한 번안 곡들과 새로이 참여한 백태기의 곡은 1집의 '누구라도 그러하듯이'와 일맥상통하는 곡들로 '일요일의 고독'과 '지금은 머물고 싶어'는 이후 이미배, 조덕배로 이어지는 프렌치팝 스타일 가요의 초기 완성형으로 볼 수 있다.
오리지널 곡이 앨범의 절반에 불과한 구성이지만 '누구라도 그러하듯이'에서 보여주었던 배인숙의 유미적인 가사는 곡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어 오리지널리티를 부여하기에 충분했다. 이 앨범에서 배인숙은 20대 후반에서 30대를 맞이하는 싱글 여성들이 겪을 법한 인간관계, 사랑에 대한 감정 등을 시적으로 풀어냈다. 이후 뉴욕에서 녹음한 3집의 가사에서는 절정에 이른 배인숙의 음악적 성숙을 확인 할 수가 있다.
2집의 특이할 만한 점으로는 당시 안타기획의 새 식구로 합류한 윤항기가 작업한 두 곡의 신곡이 포함된 점을 들 수 있다. 그리고 L.A. 프로덕션 스타일의 팝발라드('추억의 낙엽'), 프렌치팝('지금은 머물고 싶어'), 디스코 넘버('오지 않으리', '사랑은 무지개처럼')등의 다채로운 번안곡과 김트리오의 1집 수록곡 '꿈속의 님아'가 새로운 곡명('구름과 비의 사랑')과 가사로 수록되어 있다는 것이다.
걸작인 3집의 탄생을 예고하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2집은 배인숙의 뮤직커리어에 있어 중요한 위치에 있는 작품이다. 당시 솔로 여가수로서는 드물게 자기고백적인 가사와, 안타사단의 세련된 사운드가 빚어내는 조합은 시대적 조류에 한 발 앞선 '서울 뉴웨이브'라 부르기에 충분하다.
[Trivia]
- 비슷한 시기 현이와 덕이로 활동하던 장덕이 본격적인 여성 싱어송라이터의 선두주자로 두각을 나타나게 된다. 하지만 작/편곡에 직접적으로 참여하거나 앨범 전체의 컨셉을 총괄한다던가 하는 적극적인 여성아티스트의 출현은 포크/캠퍼스 계 가수들을 제외하곤 90년대까지도 드문 편이었다.
- 2집 발매 이후 배인숙은 음악을 향한 열정의 끈을 놓지 않고 뉴욕에서 자비로 3집을 제작, 녹음하였으나 소매치기에 의해 마스터를 도난 당했다 되찾는 등의 우여곡절 끝에 한국음반(HKR)에서 발매를 성사시킨다.
- 3집은 당시 영미권을 강타하던 뉴웨이브, 어번 디스코 스타일의 앨범이었다. 배인숙이 심혈을 기울여 편곡에 참여했다는 '창부타령'과 '님타령'은 민요와 레게가 뉴웨이브록 스타일로 발현된, 시대를 앞선 성공적인 크로스오버 트랙이었다.
- 배인숙이 뉴욕에서 음악공부 중 만났다는 3집의 여성 프로듀서 쉐릴 하드윅(Cheryl Hardwick)은 새러데이 나잇 라이브(SNL)의 초기 건반주자 중 한 명이었다. 그리고 배인숙과의 작업 이후 세서미 스트리트(Sesami Street)의 음악 감독으로 유명세를 떨치게 된다. 이 또한 배인숙의 선견지명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나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