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와 함께 지난날의 꿈을 이야기하랴
충북 보은에서 태어난 천재시인 오장환의 작품이 노래로 살아났다.
빠른 비트로 반복하는 노래들과 제 슬픔도 감당하지 못하는 노래들이 압도하는 음악판에서 오장환의 전통적 서정을 온전히 복원해줄 수 있는 뮤지션들로 구성하여 다양한 장르에 담아낸 시노래 음반을 제작, 발매했다. 안치환, 정훈희, 강허달림, 시와, 김용우, 남상일, 나M, 한음파, 말로 등이 참여하여 만든 음반은 오장환의 시가 품고 있는 당시의 삶과 다감한 시인의 속내를 발골하듯 꼼꼼하게 되짚어냈다. 한 장르와 한 뮤지션에 그치지 않고 국악, 록, 블루스, 재즈, 포크를 두루 아우른 노래는 다양한 장르와 색깔로 원시의 복원에 치중함으로써 자칫 훼손되기 쉬운 오장환 시의 아름다움을 절묘하게 부활시켰다. 토속적인 질감을 세련되게 노래한 안치환과 블루스로 내지른 강허달림의 노래가 오장환이 보은의 시인이었음을 확인시켜준다면 감칠 맛 나고 매끈한 김용우와 남상일의 소리는 오장환이 바로 한국의 시인이었음을 무릎 치는 어깨 신명으로 일깨워준다. 투명한 목소리의 시와가 오장환이 얼마나 선한 영혼이었는지를 떨리는 육성으로 호소하고, 나M이 대신한 절망으로 시인이 속울음을 흘릴 때 어쿠스틱한 연주와 노래에 집중한 앨범의 일관된 편곡은 더욱 빛을 발한다. 하지만 한번쯤 뜨거워지지 않으면 안될 시인의 절창은 사이키델릭한 한음파의 합주를 빌어 중독적인 매력을 터뜨리고 만다. 또한 불멸의 가인(歌人) 정훈희와 한국을 대표하는 재즈 보컬 말로의 품격은 앨범의 가치를 우아하게 끌어올리고 있다. 그리고 오늘의 시인 도종환이 마침표처럼 다시 읽은 낭송은 오늘 오장환에 대한 의미있는 송가로 평가받을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