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재즈를 대표해온 이름 이정식. 그의 딸이 아닌,
피아니스트 이발차로 홀연히 내딛는 첫 걸음에 주저없이 박수를 보낸다.
이발차(Lee Bal Cha) - Late Night Latte
■ 한국재즈를 대표해온 이름 이정식. 그의 딸이아닌, 피아니스트 이발차로 홀연히 내딛는 첫 걸음에 주저없이 박수를 보낸다.
■ 토드 쿨맨(Todd Coolman), 케니 워싱턴(Kenny Washington). 황금세션이 포진한 이발차의 트리오는 조용히 정도(正道)를 걷는다. 과도한 꾸밈도, 허식도 없이 자연스럽게... 그러면서 너무나 진솔하게 다가온다.
■ 정도(正道)를 걸으며 홀로서기를 하는 피아니스트 이발차. 이발차의 연주에서는 재즈가 지닌 본연의 매력이 묻어난다.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재능, 안정된 기본기, 그리고 이를 넘어설 만큼 부단한 노력의 결과다. 그렇게 재즈 피아니스트 이발차의 데뷔 앨범 《Late Night Latte》는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야 하는 홀로서기 작이 아닌, 우리가 주목해야 할 새로운 피아니스트의 탄생이라고 보아도 좋다.
■ “라떼의 온도, 그 향기처럼 은은하게 다가서는 피아니즘” - 남무성(재즈 평론가)
■ “우리가 주목해야할 새로운 피아니스트의 탄생” - 김광현(월간 재즈피플 편집장)
정도(正道)를 걸으며 홀로서기를 하는 피아니스트 이발차
재즈계에는 대를 잇는 연주자들이 있다. 냇 킹 콜과 나탈리 콜(냇 킹 콜의 동생 프레디 콜도 보컬리스트로 활동), 듀이 레드맨과 조슈아 레드맨, 델로니어스 몽크와 T.S. 몽크 등이 그렇다. 한국에서도 정성조와 정중화 부자(父子), 신동진과 신명섭 부자, 그리고 이정식과 이발차 부녀(父女)가 대표적인 재즈 가족이다. 이들은 같은 악기를 연주하는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지만, 어려서부터 쉽게 재즈를 접할 수 있었던 배경은 재즈 연주자가 되는데 큰 축복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한편으로 아버지의 명성은 부담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발차가 재즈 피아니스트가 된 데에는 그러한 아버지의 영향이 가장 컸을 것이다. 연주 이력 역시 경희대학교 포스트모던학과 재학시절 이정식이 이끄는 서울재즈오케스트라에서 시작됐다. 이후 이정식의 앨범에 작곡과 편곡 및 연주자로 참여하며 이력을 쌓던 중 2004년 학교를 졸업하고 유학길에 올랐다. 유학 시절, SUNY Purchase College 대학원 시절에는 맨해튼에 위치한 재즈 클럽 스모크(Smoke)와 웨스트체스트 재즈 빅밴드(Westchest Jazz Big Band)에서 피아노 연주를 하는 등 자신만의 커리어를 쌓아가게 된다. 무엇보다 많은 공연을 보고 연주를 했던 그 시간들은 자신만의 색깔을 갖는, 그리하여 이정식의 딸 이발차가 아닌 피아니스트 이발차로 서는 시간이었을 것이다.
정도를 걷는 연주자로서의 첫 발걸음
2010년은 이발차에게 특별한 해로 기억될 듯하다. 이제 그녀는 자신만의 리더작을 가진(혹은 재즈에서 표현하듯 명함을 한 장 만든) 피아니스트가 되었기 때문이다. <늦은 밤의 라떼 (Late Night Latte)>라는 타이틀은 라임을 이용한 표현도 재미있지만, 유학 시절 연습을 마치고 마셨을 따뜻한 라떼를 떠올리게 한다. 라떼를 마시며 음반과 음악, 그리고 멀리 있는 가족들을 떠올렸을 듯하다. 그러한 생각들은 과도한 꾸밈도, 허식도 없이 자연스럽게 자신을 내보이는 피아노 트리오로 연결된다. 흔히 첫 앨범에서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들을 모두 보여주고자 욕심을 내게 마련인데, 이발차가 이끄는 피아노 트리오는 정도(正道)를 걷는다. 그것은 지루하다거나 뻔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지난 10여 년 간 배우고 활동해온 음악을 솔직담백하게 마주보며 ‘포멀(Formal)’한 연주를 선보이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지난 30여 년 간 꾸준한 길을 걸었던 아버지에게서 받은 영향이 이렇게 드러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더욱이
는 카네기홀 재즈 밴드와 연주한 마지막 베이시스트로 현재 뉴욕에서 제임스 무디, 아마드 자말 등과 활동하고 있는 토드 쿨맨(Todd Coolman)과 현재 빌 찰랩 트리오의 드러머이자 포스트 하드밥의 명 드러머인 케니 워싱턴(Kenny Washington)이 연주를 맡아 확실한 리듬 서포트를 하고 있다.
첫 곡은 하워드 디츠와 아서 슈워츠(Howard Dietz/ Arthur Schwartz)의 스탠더드 ‘Alone Together’이다. 케니 워싱턴의 전 방위적 드럼 연주와 함께 단단한 타건의 이발차를 만날 수 있다. 이 곡은 많은 연주자들이 노래하고 연주했지만 재즈 피아니스트 송영주도 에서 연주한 바 있어 비교해보는 것도 재미있는 감상이 될 듯하다. 이어지는 곡은 이발차의 자작곡 ‘Foggy Night’이다. 앨범에는 모두 다섯 곡의 자작곡이 수록되어 있는데 곡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 유학생활에서의 힘겨움이나 생활들을 떠올리게 하는 서정적인 선율과 차분한 연주를 선보이고 있다. 이 곡들은 그녀가 피아니스트뿐 아니라 작곡자로서도 충분한 재능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스탠더드 곡으로는 ‘But Beautiful’ ‘Hi-Fly’ ‘Turn Out The Stars’, ‘Body And Soul’ 등을 연주하고 있는데 역시 꾸밈없고 진솔한 편곡이 눈에 띈다. 곡이 가진 매력을 과하지 않으면서도 자신만의 색깔로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두드러진 곡은 기분 좋은 스윙감이 느껴지는 ‘Hi-Fly’와 과감한 플레이로 시작하는 ‘Body And Soul’이 서로 다른 매력을 선보이고 있다.
지금을 하이브리드(Hybrid) 시대라고 부를 만큼 많은 것들이 혼재되어 있다. 더욱이 혼합(퓨전)을 바탕으로 한 재즈에서 그러한 현상은 두드러진다. 하지만 이발차의 연주에서는 재즈가 지닌 본연의 매력이 묻어난다.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재능, 안정된 기본기, 그리고 이를 넘어설 만큼 부단한 노력의 결과다. 그렇게 재즈 피아니스트 이발차의 데뷔 앨범 는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야 하는 홀로서기 작이 아닌, 우리가 주목해야 할 새로운 피아니스트의 탄생이라고 보아도 좋다.
(김광현 월간 재즈피플 편집장)
1. Alone Together (dietz,schwartz)
2. Foggy Night (이발차)
3. But Beautiful (burke,vanheusen)
4. Hi-fly (randy Weston)
5. Late Night Latte (이발차)
6. When People Smile (이발차)
7. Guardian Angel (이발차)
8. Turn Out The Stars (bill Evans)
9. Body And Soul (gre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