락밴드 <맨>의 3번째 싱글앨범이 발매되었다.
두번째 싱글까지 강력한 기타와 락킹한 사운드가 주축을
이룬음악이었다면 이번 앨범은 서정적이고 감성적인 변화가 돋보인다.
먼저 사운드의 중심에 어쿠스틱한 현장감을 무기로한 현악기와 피아노가 자리잡고
이전까지 고수해오던 7~8분의 대곡 형식에서 탈피하여 발라드의 가까운
절제된 곡 구성이 이를 입증한다.
슬프게도 밴드 <맨>의 이러한 변화는 앨범 테마가 알려주는듯(meditation)
그간 한국 음악씬에서 그들이 겪은 악전고투가 느껴진다.
가사 곳곳에서는 각종 인간관계와 사회 기득권들에게 받은 상처가
드러나고 연주에서도 한을 품은듯한 거센 감정의 긴장감이 느껴진다.
사실 군문제로 인한 멤버의 탈퇴와 함께 활동을 중단한 밴드의
입장에서라면 충분히 이해되는 변화이다.
거칠고 정제되지 않은 원래 그들의 에너지 넘치는 음악과는 사뭇다른
여성스럽고 가녀린 애증이 가득한 이번앨범은 듣는 이로 하여금
색다른 매력을 경험하게 할것이다.
마치 가을바람의 쓸쓸함과 봄바람의 따뜻함이 함께 불어오는듯한 이중적 마력에 빠져들듯..
-곡설명-
아련한 피아노로 서두를 알리는 타이틀곡 <너의 향기>의 원제는 <man's orgasm>이다.
세상 많은사람들은 자신의 신념과 믿음을 가지고 살아가지만 돈,권력,이성등
순간적 욕망으로 원래의 자신을 내던져 버림을 남녀간의 사랑에 애처롭게 비유했다.
피아노를 주축으로 한 현악4중주가 슬픔을 더하고
로드스틱을 이용한 어쿠스틱한 드러밍도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중간부분 한국 뿐 아니라 세계 어느 락 음반에서도 경험할 수 없는 활을 이용한
콘트라 베이스 솔로 또한 이노래의 백미라 할 수 있겠다.
마지막 쓸쓸한 피아노소리를 배경으로 사람들의 웅성거림은
듣는 이의 귀를 자연스럽게 다음노래로 인도한다.
앞서 사람들의 웅성거림은 2번트렉<커뮤니케이션>으로 이어진다.
일상을 함께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은 결국 서로간의 아무런 이해도 없이 타인으로 지쳐가고
그런 비참함 또한 무덤덤해져버린 단절의 슬픔을 노래했다.
뉴에이지음악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팀 [노드플루]의 보컬 김현민의 피쳐링도
음악의 애잔함을 잘 살려냈다.
중반부 기타리스트 이동인의 감성적이고 테크니컬한 솔로는 한국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월드클래스에 가까운 맨의 음악성을 다시한번 실감하게 하는 부분이라 하겠다.
마지막곡 <Don't Loose>는 2010년 6월에 발매된<Be The Reds, Go Devils>라는
인디밴드 월드컬응원 컴필레이션 앨범에 수록됐었던 노래를 리마스터링 한것이다.
원래의 맨의 모습으로 회귀한듯한 남성적인 에너지가 넘치는 곡이다.
이노래또한 [노드플루]의 보컬 김현민이 피쳐링으로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