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울 시티(Owl City)가 미스터 E(Eels)를 만났을 때! 토이 피아노와 글로켄슈필로 빚어낸 어른을 위한 동요
끝없는 긍정의 음악, '양초도둑들'의 데뷔 앨범 《Sunshine and Other Misfortunes》
그래, 난 양초도둑이다!
영국을 기반으로 활동 범위를 넓혀가고 있는 듀오, 캔들 띠브즈(The Candle Thieves, 이하 TCT)는 일스의 팬이자, 어릴 적 부모님이 듣던 올드 팝을 좋아한다는 스캇 맥이완(Scott McEwan)과 70년대 포크송 매니아인 글록('The Glock')이 팀을 이루고 있다. -익명으로 사용된 그의 이름은 듀오가 연주에 즐겨 사용하는 종금, 즉 글로켄슈필(glockenspiel)에서 따온 것이다 - 돈을 벌기 위해 웨딩 밴드에서 일을 하던 글록은 결혼식마다 훔쳐온 양초로 방 한구석을 장식했다. 터무니없이 많은 양초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던 스캇을 향해 그는 이렇게 말한다: '그래, 난 양초 도둑이야!'. 그렇게 듀오의 이름이 만들어졌다.
오울 시티(Owl City)가 미스터 E(Eels)를 만났을 때
영화 《하이 피델리티(Hi-Fidelity)》에서 주인공 롭(존 쿠삭)은 이렇게 자문했다: "삶이 비참하기 때문에 음악을 듣는 걸까, 아니면 비참한 음악을 듣기 때문에 삶이 그러한 걸까?" TCT의 데뷔 앨범을 롭의 의문에 대한 대답으로 연결시켜보면, 이 듀오는 '비참하기만 한 음악은 지겹다'라고 말하고 있는 것만 같다. 아니, 아예 어른들을 위한 동요를 만들기라도 할 기세다. 토이 피아노, 글로켄슈필, 캐스터넷츠, 낡은 카시오 키보드가 그들의 멜로디를 감싼다. 얼핏 일스(Eels)와 수프얀 스티븐스(Sufjan Stevens)가 만난 것 같은, 스노 패트롤(Snow Patrol)이 오울 시티(The Owl City)와 새로운 '우편 서비스(The Postal Service)'를 결성한 것만 같은 사운드이지만, 이러한 만남은 이 듀오의 훌륭한 송라이팅 안에서 빛나고 있다.
우린 다 죽어! (그러니 즐겨)
앞에서 '긍정의 음악'이라고 이야기했지만, 이들의 달콤한 멜로디 속 가사에는 아이러니하게 죽음이 자주 언급된다. 첫 번째 싱글로 발표된 'We're All Gonna Die (Have Fun)'이나 (모두 훌륭한 싱글 후보들인) 'Breathing (Just For You)', 'My Love Will Clap Its Hands For You', 'Sharks And Bears', 'The Sunshine Song'을 들어보면 죽음이라는 '불운'과 삶의 유한함이 앨범의 중심 주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기에 삶은 소중하니 더 사랑하고 즐겨야 한다라는 '행복'한 낙천주의로 자연스레 연결되지만 말이다. 이 앨범의 제목이 달리 《Sunshine And Other Misfortunes》이었겠는가. 하지만 이런 대중적인 넘버들 외에도 비행기의 이착륙을 따라 3부작으로 구성한 'Singapore'같은 곡에선 TCT의 음악적 야심도 느껴진다. 이번 비트볼 라이선스엔 두 곡의 보너스 트랙-'Balloon #2'와 'Annabelle's Song'이 함께 수록되어 있다.
TCT는 독특한 장소들에서 연주하기로 유명하다. 초콜릿 가게, 아이스크림 가게, 강에 띄운 보트, 팬들의 집 주방 등이 그 '독특한' 장소들이다. (아이스크림 가게 공연에선 공연비를 초콜릿-믹스 아이스크림으로 받은 적도 있다고.) 아마도 무대에 어수룩하게 올라 장난감 피아노 같은 것들을 이리저리 늘어놓는 것으로 시작했을 것이다. 완전한 밴드의 구성이 아닌 듀오라서 버거웠을 공연에서 그 어떤 녹음 연주도 하지 않고, 모든 악기들을 꾸역꾸역 가지고 다니며 연주하는 모습은 입에서 입으로 전해졌다. 이런 TCT의 모습은 그들이 단순한 형식의 팝 음악을 들려주지만 적어도 음악을 대하는 꽤 진지한 태도를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더불어 그들이 노래를 통해 들려주는 보다 친밀한 정서와 진심 어린 위로가 모아질 때, 이들의 진짜 매력포인트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자자 모두 이들의 공연 동영상부터 확인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