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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Side와 Live를 엮은 뮤즈의 종합선물세트
MUSE - Hullabaloo
라디오헤드(Radiohead)와 맨선(Mansun), 스웨이드(Suede) 등 일련의 영국 그룹들 특징이라면 굉장히 왕성한 창작력으로 (B-사이드 트랙만 다른) 두 가지 버전의 싱글을 제작하거나 혹은 앨범과 전혀 다른 미발표곡들로 이루어진 EP를 내놓기도 한다는 점이다. 뮤즈도 예외는 아니어서 지금까지 수많은 B-사이드 트랙들을 여러 싱글 뒤에 숨겨놓곤 했는데, 발매는커녕 수입으로조차 싱글 음반을 구하기 힘든 한국에서는 이런 B-사이드 트랙들에 대한 갈망이 여간 큰 게 아니었다.
사실 뮤즈라는 이 신출내기 밴드가 2000년대 들어 거둔 성공은 굉장히 큰 듯 하지만 의외로 작은 게 사실이다. 즉, 영국 밴드임에도 불구하고 미국적인 감성을 듬뿍 가지고 있던 뮤즈는 차라리 지극히도 영국적인 콜드플레이(Coldplay)보다 더 냉담한 반응을 얻기도 했는데, 특히 '라디오헤드의 아류'라는 꼬리표는 그 사운드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정립된 2집 [Origin Of Symmetry]에 이르러서까지 편견으로 작용하여 이들의 음악을 제대로 평가하기도 전에 폄하되는 커다란 걸림돌로 작용해 왔다. 세 장의 앨범을 내기까지 아직도 라디오헤드의 그늘에 머물러 있는 트래비스(Travis)나 콜드플레이가 그 원류와는 별개로 영국의 미디어들에게 큰 찬사를 받았던 반면, 정작 라디오헤드와는 멀찌감치 떨어진 뮤즈가 그 (아류의) 타깃이 된 이유는 (미디어와) '타협'이라는 적당한 거래 없이 오직 매튜 벨라미(Matthew Bellamy, 기타/키보드/보컬)의 '신념'대로 자신들의 음악관을 밀고 나가는 저돌성에 있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이런 뮤즈의 남다른 음악관은 비록 최고라는 영예를 안게 하지는 못했지만, 그 누구보다 끈끈한 애정으로 결속된 골수팬들을 많이 양산함으로서 결실을 거두게 되었다. 어정쩡한 뜨내기 100명보다는 확실한 서포터 10명이 더 낫다는 결론처럼….
뮤즈의 음악에서 겉으로 드러나는 부분은 '우울의 정서'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조금만 깊게 들어가 보면 이들이 가진 에너지라는 것은 쉽게 단정지어버릴 수준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영국 프로그레시브락계 거장 키보디스트 중의 하나로 통하는 릭 웨이크먼(Rick Wakeman, YES)이 매튜 벨라미를 두고 '최고의 가창력과 표현력을 지닌 보컬리스트이자 창조적인 생각을 지닌 키보디스트'라고 말하며 칭찬을 아끼지 않은 이유는 뮤즈의 음악에서 자연스레 풍겨 나오는 프로그레시브향 때문인데, 멜로트론과 하몬드오르간 같은 '70년대 고전악기의 사용은 물론이거니와 그 작법에 있어서도 상당히 미학적인 측면에 접근하려애 썼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연유로 뮤즈를 '80년대 등장한 여느 네오 프로그레시브락 밴드들처럼 그렇고 그런 위치에 놓을 수 없는 이유는 이들이 그들처럼 단순히 '과거에의 동경'에 머무른 것이 아니라, '90년대 이후에 발전한 새로운 음악적 요소들까지 잠식하고 있다는 점일 게다. 즉, 너바나(Nirvana)로부터 영향 받은 시애틀 그런지의 단면을 직접적으로 표출하여 새로운 형식의 '브리티쉬 그런지'로 승화시켰다는 점이나, 라디오헤드로부터 파생된 영국 기타팝의 새 물결에 동참하여 그들이 내포하고 있던 이미지까지 그대로 흡수했다는 점 말이다. 이런 '고전과 신생의 융합'은 언뜻 생각하기에 단순한 듯 보이지만 그 표현을 '제대로'하려면 양쪽 모두에 걸쳐 두루 밝은 경험과 지식이 축적되어야만 하며, 또 이것을 구체적으로 형상화하는 데에는 작곡자의 음악관이 확고하게 자리잡아야한다는 전제조건까지 뒷받침 되어야하기 때문에, 그런 점에서 타협을 모르는 매튜 벨라미의 음악적 신념은 뮤즈의 '타임머신 사운드'를 이끄는데 가장 큰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말할 수 있다.
◆ Hullabaloo
유명한 TV 영화 시리즈 'Hullabaloo'와 동명 타이틀을 지닌 본작은 7월 1일 영국에서 DVD와 CD로 동시에 발매될 예정이다. 이중에서 지금 소개하려는 2CD 앨범의 경우 재킷에 'Soundtrack'이라는 말이 표기되어있어서 뮤즈가 영화음악을 제작한 것이 아닌가 혼동을 줄 수도 있는데, 사실 이 말은 DVD에 담긴 영상을 위한 앨범이라는 뜻이다. 다시 말해서, [Hullabaloo]는 'DVD 사운드트랙'인 셈. 세 번째 앨범을 앞두고 팬 서비스 차원에서 발매한 작품인 만큼, 뮤즈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군침을 흘릴만한 내용물을 담고 있으리라.
CD/01
싱글과 EP까지 수집하는 광적인 팬이 아닌 이상, 뮤즈를 좋아하는 대부분의 팬들이 보기에 생소한 제목으로 이루어진 CD/01은 1999년 3월부터 2001년 10월까지 발표했던 싱글들에 담겨있던 B-사이드 트랙들을 모아놓은 것이다. 시기상으로 뮤즈의 데뷔 앨범인 [Showbiz]와 2집 [Origin Of Symmetry]에서 떨어져 나온 곡들로 보면 무방할 듯. 참고로, 수록곡의 이해를 쉽게 하기 위해 라이브와 리믹스 버전을 제외한, 뮤즈의 앨범 미수록 B-사이드 트랙들을 정리해 보았으니 시기순으로 어떤 음반에서 추출된 것인지 살펴보도록 하자.
Coma : [Muse] EP B-Side (1998.5.8)
Instant Messenger : [Muscle Museum] EP B-Side (1999.1.11)
Forced In : [Uno] UK Single B-Side (1999.6.14)
Twin : [Cave 1] UK Single B-Side (1999.9.6)
Host : [Cave 2] UK Single B-Side (1999.9.6)
Do We Need This : [Muscle Museum 1] UK Single B-Side (1999.11.22)
Pink Ego Box / Con-Science : [Muscle Museum 2] UK Single B-Side (1999.11.22)
Ashamed : [Sunburn 1] UK Single B-Side (2000.2.21)
Yes Please : [Sunburn 2] UK Single B-Side (2000.2.21)
Recess : [Unintended 1] UK Single B-Side (2000.6.5)
Nishe / Hate This & I'll Love You : [Unintended 2] UK Single B-Side (2000.6.5)
Nature_1 / Execution Commentary : [Plug In Baby 1] Single B-Side (2001.3.12)
Spiral Static / Bedroom Acoustic : [Plug In Baby 2] Single B-Side (2001.3.12)
Shrinking Universe / Piano Thing : [New Born 1] Single B-Side (2001.6.4)
Map Of Your Head : [New Born 2] Single B-Side (2001.6.4)
The Gallery : [Bliss 1] Single B-Side (2001.8.20)
Hyper Chondriac Music : [Bliss 2] Single B-Side (2001.8.20)
Shine : [Feeling Good / Hyper Music] Single B-Side (2001.10.19)
Please Please Please : [Hyper Music / Feeling Good] Single B-Side (2001.10.19)
CD/02
[Origin Of Symmetry]의 발표 후, 2001년 10월 28일과 29일 파리 'Le Zenith'에서 가진 공연 실황을 담고 있는 것으로, 라이브에서 세션을 쓰지 않고 세 명이 모든 것을 해결하는 뮤즈의 천부적인 응집력이 잘 드러나 있다. 첫 곡으로 등장하는 "Dead Star"와 후반부의 "In Your World"는 1년 만에 들려주는 신곡으로 [Hullabaloo]에는 라이브 버전으로 수록되어 있지만, 2002년 6월 17일 이 두 곡은 스튜디오 버전으로 싱글 발매―[Dead Star / In Your World]에는 "Dead Star"의 스튜디오 버전이, [In Your World / Dead Star]에는 "In Your World"의 스튜디오 버전이 수록―되었다. 2002년 발표할 곡이 2001년 연주된 것으로 보아, 이미 뮤즈의 신곡은 오래 전부터 작업이 되고 있었다는 점을 증명하는 부분. 참고로, 이 두 싱글은 보름이 지난 후인 7월 1일 [Dead Star - In Your World]라는 이름의 EP로 합쳐서 공개될 예정이라고 하는데, 여기에는 각각의 싱글에 분산되어 있던 ([Origin Of Symmetry] 일본반 보너스 트랙이기도 했던) "Futurism"과 "Can't Take My Eyes Off You" 같은 곡도 포함될 거라 한다. 그리고, 또 하나 생소하게 여겨질 "Agitated"는 2000년 10월 4일 일본에서 발매된 여덟 곡 짜리 컴필레이션 EP [Random 1-8]에 담겨있던 것으로, [Hullabaloo]에서는 역시 라이브 버전으로 감상할 수 있다. 그 외의 나머지 곡들은 모두 [Showbiz]와 [Origin Of Symmetry]에서 들을 수 있던 트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