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낙 어린 나이에 첫 앨범을 낸 탓인지 이제 스물 여덟에 불과한데도 피아니스트 스티브 바라캇에게서는 어느 새 중견의 여유로움이 엿보인다. 캐나다 퀘벡 출신인 그가 첫 앨범 [Double Joie]를 낸 것이 열네살 때인 지난 '87년의 일. 클래식에서 출발해 재즈로 그리고 이제는 장르를 초월한 크로스오버 연주자로 성가를 드높이고 있다. 지난 1993년 2집 [Audace/Audacity]를 내놓고 이듬 해 거의 소리 소문없이 내한해 프로모션을 해야 했던 무명의 설움을 겪었던 그가 어느날 갑자기 품격높은 연주 앨범으로 우리 곁에 다가온 것도 신선한 충격이었다.
작곡가로서도 뛰어난 역량을 과시하고 있는 그는 1996년 3집 [Escape], '97년 [Live]에 이어 '98년에는 미니 앨범 [Quebec]을 내놓았다. 지난 해 말 그의 베스트 앨범 [Rainbow Bridge-The Collection](2000)이 국내에 선보여 좋은 반응을 얻은 바 있는데 자작곡들로 채워진 이 앨범 [Eternity]는 그 이전인 1999년 발표된 정규 앨범이다.
장중한 레드 아미 콰이어(Red Army Choir)의 합창으로 시작되는 첫 트랙 'Eternity'는 서정적인 피아노 연주로만 인상지워졌던 그의 이미지를 다르게 느껴지도록 만드는 역동적인 연주가 일품이다. 코러스와 어우러지는 디지털 드럼, 현악 오케스트레이션 등은 고즈넉한 피아노 솔로곡을 예상했을 대부분의 팬들에게는 신선한 충격이라고 할 수 있을 듯.
스티브 바라캇은 이번 앨범을 통해 그가 가진 재능을 십분 발휘하며 다양한 음악적 색깔을 담아내고 있는데 감미로운 색소폰과 영롱한 신서사이저가 어우러지는 'I Believe In You' 처럼 대중적인 트랙들도 있고 한국 팬들에게 먹혀들기 쉬운 서정성 짙은 'Romance'나 'A Star For Everyone'같은 곡들도 있는 반면 그의 재즈 피아니스트로서의 경력을 일깨워주는 'Day By Day'도 인상적이다. 적당한 신비감과 장엄함이 곁들여진, 지중해의 쪽빛 물결을 떠올리게 하는 그런 앨범.
1. Eternity (Fea. the Red Army Choir)
2. I Believe in You
3. Romance
4. A Star for Everyone
5. The Ocean
6. So Many Words
7. Childhood
8. Day by Day
9. Dreamers
10. Summers & Winters
11. Father & S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