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영애 [Behind Time] 발매 10주년 앞두고 봉준호감독 뮤직비디오 포함 리팩키지 앨범 발매!
2003년 일제강점기부터 1950년대까지 사랑을 받던 노래를 한영애의 오리지널리티로 재해석해 발표했던 ‘Behind Time’이 내후년 발매 10주기를 앞두고 봉준호 감독이 연출했던 뮤직비디오를 포함한 리팩키지 앨범으로 재발매된다.
가장 한국적이면서도 가장 세계적인 한영애의 노래
어느 장르의 음악과 만나건, 한영애가 노래하면 온전히 그녀만의 것이 된다. 가장 흑인적인 음악인 블루스를 해도, 60년대 말의 백인 히피문화의 한가운데에 있었던 포크를 부를 때에도 그녀가 부르는 노래는 항상 한영애라는 오리지널리티를 갖게 된다.
그런 한영애가 해방 전후, 그리고 6.25 직후까지의 우리 음악에 대해 따뜻한 시선을 보내는 것은 의외의 일이 아니다. 그시절의 음악들. 우리의 불행했던 아버지와 어머니들에게 잠시라도 위로를 던져주었던 그 음악들이야말로 우리네 정서의 뿌리에 닿아 있는 것이 아닌가. 지금 다시 한번 관심을 가져주지 않으면 영영 잊혀질 지도 모르는 그 노래들을 기억속으로부터 끄집어 내어 우리를 돌아보는 일은, 한영애가 해야한다. 라고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던 양 싶다.
앨범의 편곡과 프로듀싱은 젊은 음악창작집단 ‘복숭아’가 맡았다. 달파란, 장영규, 방준석, 이병훈 등 네명의 실력있는 음악인들이 모여 가요계와 영화음악계로부터 동시에 주목을 받고 있는 이들은, 음악을 통해 오랜 선배들과의 대화를 시도한다. 우리 시대에 가장 실험적인 음악을 하는 뮤지션인 이들이 반세기가 더 지난 시절의 음악과 만나고 우리 시대의 진정한 소리꾼인 한영애와 만난 결과물이 이 음반이다. 이 음반을 통해 옛것은 더 이상 지나버린 과거에 머물지 않고, 현재 속으로 다시 녹아든다. 과거에 대한 따뜻한 시선. 그 시절을 불러내어 위무하는 것. 대한민국의 눈물 많은 역사에서도 가장 한스러웠던 그 시절의 노래를 부름으로써, 그녀는 한판 씻김굿을 펼치려 하는지도 모른다.
신선한 해석과 편곡의 이색적인 앙상블이 매력적
윤심덕의 드라마틱한 삶으로 더욱 유명한 ‘사의 찬미’, 일제시대의 대표적인 곡 ‘강남달’로부터 시작해서, ‘황성옛터’, ‘굳세어라 금순아’, ‘목포의 눈물’ 등 한국인에게는 너무도 익숙한 음악들과 함께, 이 음반을 통해 처음 2절까지 완벽하게 녹음된 ‘부용산’, 지금도 애창되는 정감 어린 동요인 ‘따오기’ 등 1925년부터 1955년까지의 다채로운 노래들이 선곡에 포함되었다. 특히 복각음반을 통해 재발굴한 ‘꽃을잡고’는 원곡이 가진 아방가르드한 매력을 그대로 잘 살려 독특한 아우라를 뿜어낸다.
흥겨운 스카 리듬을 도입한 ‘선창’이 귀에 쉽게 들어오며, ‘오동나무’에는 버블 시스터즈, ‘강남달’에는 어어부프로젝트의 백진이 각각 featuring 하여 앨범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고 있다. 과감하게 새로운 해석을 도입한 다른 곡들과는 달리 ‘목포의 눈물’과 ‘타향살이’는 원곡 그대로의 접근방식을 택하고 있는 것이 오히려 신선하게 느껴진다.
앨범의 하일라이트는 ‘애수의 소야곡’과 ‘외로운 가로등’이다. 너무나 잘 알려진 오래된 멜로디를 모던한 감각으로 풀어낸 ‘애수의 소야곡’은 원곡과는 달리 철학적이고 사색적인 느낌을 준다. ‘외로운 가로등’은 블루지한 기타와 재즈의 느낌을 주는 트럼펫, 그리고 잘 정돈된 스트링 어레인지가 어우러져 이색적인 앙상블을 이루고 있다. 앨범의 백미라 할 수 있는 이 두 곡에서 한영애의 목소리가 가진 매력의 정수를 느낄 수 있다.
세계적 감독 봉준호의 뮤직비디오 ‘외로운 가로등’
한편 이번 리팩키지 앨범에는 봉준호 감독이 연출한 뮤직비디오와 메이킹 필름이 DVD로 포함되어 발매되었다. ‘살인의 추억’‘괴물’‘마더’로 세계적 감독으로 부상한 봉준호 감독은 뮤직비디오 연출 당시 “한영애씨의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의 충격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라면서 “존경하는 뮤지션인 한영애씨의 첫 뮤직비디오 연출을 맡게 돼 영광”이라고 밝혔다.
뮤직비디오에서는 강혜정과 류승범 등 스타배우와 김뢰하, 박노식 등 ‘살인의 추억’의 쟁쟁한 조연배우들이 출연을 자처했다. 배우들 뿐 아니라 조연출, 미술감독 등 주요 스탭들도 이번 작업에 함께 한다. 특히 ‘살인의 추억’에서 미술감독을 맡았고 ‘올드 보이’에서 눈에 띄는 미술작업으로 기대를 한 몸에 모으고 있는 류성희 미술감독이 기꺼이 동참, 뮤직비디오의 완성도를 높였다.
‘외로운 가로등’ 뮤직비디오는 연속되는 키스신과 흡연장면으로 인해 발표와 함께 공중파 방송 방영금지처분을 받았고, 제작과정의 화제에도 불구하고 일반인들이 그동안 접하기 힘든 단점이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Behind Time’의 발매 10주년을 앞두고 뮤직비디오 DVD가 포함된 이번 리팩키지 앨범은 한영애의 팬은 물론 영화애호가들에게도 반가운 선물이 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