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빠지는 순간은, 우리를 얼마나 설레게 하던가. 빅 포니의 [An Introduction To Big Phony]앨범은 그런 느낌으로 우리에게 스며든다.
빅 포니(Big Phony)의 음악을 처음 들었을 때, 마치 오랜 기억의 서랍을 연 것처럼 엘리엇 스미스(Elliott Smith)가 떠올랐다. 뮤지션에게 자신의 목소리가, 자신의 음악이 다른 뮤지션, 그것도 적지 않은 존재감을 가진 선배 뮤지션을 연상시키게 한다는 건 득보단 실일지도 모르겠다. 수많은 색의 스펙트럼에서 자신만의 색이 아닌, 이미 다른 이의 이름으로 된 색을 선택한 기분일지 모르니까. 듣는 이 역시 연상된 다른 뮤지션의 음악이 자신에게 준 정서와 시간, 추억들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마치 마주보고 앉은 연인의 낯익은 얼굴에서, 지나간 시간의 다른 사람을 읽어내는 것처럼.
하지만 빅 포니의 앨범을 거듭 반복해서 듣다 보면, 우리는 점차 지금 이 순간, 이곳으로 돌아와 그의 앞에 서게 된다. 푸른 밤, 잎사귀를 스치는 바람 같은 목소리와 벽난로 앞에 앉아 듣는 것처럼 따뜻한 기타 소리에 귀 기울이게 되는 것이다. 그것은 마치 옛 연인과의 ‘닮은’ 부분들 때문에 만나게 되었던 사람에게서 새로운 부분들을 발견하며 다시 사랑에 빠지는 기분과 비슷하다. 그 사람만의 작고 고요한 우주를 발견하고 사랑에 빠지는 순간은, 우리를 얼마나 설레게 하던가. 빅 포니의 음악은 그런 느낌으로 우리에게 스며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