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에 잔흠집이 약간 있으나 전체적으로 양호한 상태
린(Lyn)의 리메이크 앨범 [Misty Memories]
그녀의 아련한 추억 속으로...
"기억을 찾는 일/그 안에 나를 찾는 일/그리고 나와 함께 자란/노래를 찾는 일..." (인트로 'Go Back'의 나레이션 중에서)
편안하면서도 현란한 가창력의 주인공 린. 그녀가 2006년 봄, 그녀의 아련한 추억을 가득 담은 리메이크 앨범으로 돌아왔다.
최근 몇 년 사이 음반시장 최대의 트렌드로 자리잡은 리메이크 음반의 열풍, 여기에 린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동참하게 됐다. 사실상 리메이크 음반의 성패 여부는, 기존 히트곡의 익숙한 정서를 특유의 방식으로 재해석하는 가수 자신의 역량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린이야 말로 리메이크 작업에 매우 적합한 조건을 지닌 가수라고 볼 수 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원곡의 대중성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자신만의 색채 또한 선명히 하는 묘한 개성이 서려 있다.
이에 린은 본인이 어렸을 적부터 즐겨 들어온 노래들을 주로 선곡함으로써 자연스럽고 편안한 감정 표출을 꾀했다. 타이틀곡 '날 위한 이별'을 위시한 [Misty Memories]의 수록곡 대부분은 린이 학창시절을 보냈을 80년대 후반~90년대 사이에 발표된 곡들이다. 비단 린 뿐만이 아니라, 이 시기 청소년기를 보냈던 팬들이라면 다들 이런저런 추억이 깃들어 있는 곡들일 것이다. 린은 이러한 추억들이 행여 다칠세라 조심스러워하는 듯 특유의 기교를 비교적 절제하며, 각 수록곡의 멜로디에 가장 적합한 보컬을 모색하는 노력을 보이고 있다.
국내 최고의 세션맨으로 구성된 밴드 - 연주를 듣는 쏠쏠한 재미까지
아울러, 일단 선곡된 노래들을 더욱 품격 높게 치장하는 데에도 많은 신경을 기울이고 있다. 상당수의 수록곡들이 Sam Lee(기타), 신현권(베이스), 강수호(드럼) 등 국내 최정상급 세션맨들로 구성된 밴드에 의해 연주되어, '연주를 듣는 재미'가 쏠쏠하다. 편곡자로 참여한 김진훈과 김민수는 지난해 린의 3집 앨범에도 참여했던 뮤지션들로, 린의 음색에 잘 맞는 편곡을 제공하며 잘 맞는 호흡을 과시해 주었다.
GOD 김태우와 함께한 "그대안의 블루"
특히 '그대안의 블루'에서는 god의 리드싱어 김태우가 게스트 보컬로 참여하였으며, 앨범의 마지막 트랙인 '천일동안'에서는 젊은 천재 뮤지션 정재일이 편곡을 담당하여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린의 이름이 앨범의 공동 프로듀서(co-producer) 겸 디렉터(director)로 올라 있음 또한 눈여겨볼 대목이다. 그녀가 이번 앨범에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를 엿볼 수 있다.
하지만 음반을 관통하는 핵심은, 앞서도 언급했듯 역시 린의 보컬일 터. 그녀는 앨범 전반에 걸쳐 아련한(misty) 느낌의 보컬을 통해 자신과 팬들이 공유한 추억(memories)을 효과적으로 되살려내고 있다. 이처럼 팬들과 공유하는 추억을 더욱 생생히 하기 위해, 린은 3월 11, 12일 양일간 성균관대 600주년기념관에서 '화이트데이 콘서트'를 가질 예정이기도 하다. 이제 완연히 추억 속의 일부가 된 곡들을 그녀의 특별한 목소리로 다시 듣는 경험... 린 자신이 각별한 애착을 가진 곡들인 만큼, 더욱 강렬한 인상으로 다가오게 될 것이다.
[수록곡 소개]
* 이별여행 (original song by 원미연) - 원곡에 없던 영어 가사를 삽입해 팝적인 분위기를 창출한 곡. 여기에 차분한 스트링 연주가 곁들여져 격조 높은 컨템포러리 넘버로 재탄생되고 있다. 원미연의 오리지널 보컬과 비교해서 들어보면 매우 흥미로울 트랙.
* 날 위한 이별 (original song by 김혜림) - 오랜 고심 끝에 [Misty Memories]의 타이틀곡으로 결정된 곡. 앞선 '이별여행'과 마찬가지로 김민수의 스트링 편곡이강한 인상을 남긴다. 린 특유의 테크닉과 애절한 가사 내용이 담담하면서도 다소 쓸쓸한 느낌이 연주와 맞물려, 앨범 수록곡 중에서도 린의 감정 표현이 가장 효과적으로 부각된 곡 중 하나로 꼽힌다.최근 최지우 주연 영화 '연리지'의 홍보용 뮤직비디오에 삽입되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 난 남자가 있는데 (original song by 박진영 '난 여자가 있는데') - 박진영의 원곡 가사에서 '여자'를 '남자'로 바꿈으로써, 가사의 뉘앙스가 더욱 묘해지는 효과를 얻었다. 여기에 린 특유의 애절한 보컬이 곁들여져 매우 독특한 무드를 연출하고 있다. 소울스타(Soulstar)의 이승우가 코러스로 참여하였다.
* 보이네 (original song by 나미) - 80년대 당시로서는 획기적으로 레게 리듬을 도입한 댄스뮤직이었던 원곡이, 이번에 김진훈의 편곡을 통해 힙합 색채를 짙게 띤 훵키(funky) 넘버로 거듭나게 되었다. 이렇게 흥겨운 곡에서도 린의 보컬은 역시나 애절한 여운을 남긴다. 린 1집의 'S.H.A.'에 피처링한 바 있었던 허인창이 랩을 담당했다.
* 그대안의 블루 (original song by 김현철, 이소라) duet with 김태우 - 오랫동안 혼성 듀엣곡의 최고봉(?)이라는 아성을 지키고 있는 곡으로, god의 김태우가 린의 파트너를 자청함으로써 화제가 되기도 했다. 린의 테크닉과 김태우의 충실한 서포트가 이채로운 조화를 이루며 원곡의 로맨틱한 정서를 잘 살리고 있다.
* 키작은 하늘 (original song by 장혜진) - 원곡에서 장혜진이 선보였던 청아한 보컬에 비해, 다소 낮고도 절절한 목소리로 차분하게 풀어낸 린의 보컬이 각별한 인상을 남긴다. 문자 그대로의 '재해석'의 묘미를 충실히 살린 곡.
* 미련 (original song by 김건모) - 김건모의 원곡이 피아노 연주 위주였던데 비해, 이번 리메이크 버전은 Sam Lee의 어쿠스틱 기타 연주 중심으로 편곡된 점이 이채롭다. 최소화된 악기 편성을 바탕으로 린의 보컬을 마음껏 음미해볼 수 있는 트랙으로 꼽힌다.
* 천일동안 (original song by 이승환) - 차분하면서도 은근히 변화무쌍한 정재일의 편곡 센스를 엿볼 수 있는 트랙. 중간중간 삽입된 색소폰과 린의 절제된 보컬이 인상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