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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슬랜드 국보급 밴드 시규어 로스(Sigur Ros) 4년만의 신작 [Valtari] 2012년 5월 29일 발매예정!!!
2008년 앨범 [Með suð í eyrum við spilum endalaust] 이후 팬들에겐 아쉬움으로 다가왔던 무기한 활동 중단 선언에 대해 마침내 4년만에 마침표를 찍은 시규어 로스의 2012년 정규 스튜디오 앨범 [Valtari].
런닝 타임 54분, 총 8곡이 수록된 새 앨범 [Valtari]는 멤버들의 표현에 의하면 마치 “느린 속도로 쏟아져 내리는 눈사태와 같은” 시규어 로스만의 사운드 텍스쳐를 들려줌으로써, 그간 시규어 로스 멤버들이 언제나 만들고 싶었던, 그래서 이전 앨범들과는 확연하게 다른 음악적 결과물을 선보이고 있다.
시규어 로스 제5의 멤버라 할 수 있는 Alex Somers와 함께 제작한 이번 앨범은 그 제작 과정에서 너무나 많은 어려움을 겪어 한때 멤버들이 거의 레코딩을 포기하려는 순간까지 직면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그 어려움을 ‘연금술’과도 같은 음악적 기적으로 승화시켜, 대부분 리허설 룸에서의 잼 세션으로 만들어진 전작들에 비해 가장 스튜디오 사운드에 기반을 둔 매력적인 사운드로 탄생하게 되었다.
“녹음 완성 후 내 집에서 즐거운 마음으로 감상할 수 있는 유일한 앨범이 이번 작품이다”라는 베이시스트 Greg Holm의 언급처럼, 실로 오랜만에 팬들에게 선보이는 새 앨범 [Valtari]는 다시 한번 시규어 로스의 매직 타임을 선사할 것이다.
Sigur Ros [Valtari]
The great gig in the sky
욘시의 솔로 앨범 [Go]를 비롯한 멤버 각자의 활동과 긴 휴식으로 최근 몇 년간 조용하던 아이슬랜드 그룹 시규어 로스(Sigur Ros, 아이슬랜드어 발음으로는 ‘시우르 로스’)가, 드디어 새로운 앨범을 발표했다. 2008년도의 [Með suð í eyrum við spilum endalaust] 이후 4년만의 신보 소식이다.
그 첫 싱글로 ‘Ekki Múkk’를 공개하면서 그와 동시에 서비스된 동영상을 보면, 수평선 가까이 아련하게 한 범선이 꿈인 듯 생시인 듯 유유히 바다 위에 그림자를 드리우며 떠간다.
(이 이미지는 그대로 이번 앨범의 재킷이 되었다.)
말하자면 이 한 장면이 앨범 전체를 설명한다.
먼 데 아스라이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배 한 척.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도, 신화 속 공중정원처럼 중력을 거스른 채 공중에 뜬 채로.
따지고 보면, 시규어 로스는 언제나 지상에 발을 딛지 않는 음악을 해왔다. 초창기에는 아직 태어나지 않은 자궁 속 바다를 언제까지나 헤엄칠 것 같은 태아의 무중력 상태를 체험하게 했고, 일반적인 의미에서 가장 대중적이라고 할 수 있었던 지난 앨범조차도 현실의 딱딱함보다는 그 위에 덧칠된 판타지에 가까웠다 - 그들만의 원시적 리듬으로 아이처럼 천진난만하게 뛰고 구르는, 권력욕이 배제된 「파리대왕」, 혹은 피터 팬의 「네버랜드」의 세계 같은.
그런데 이번에 다시금 시규어 로스는 땅 위의 이곳이 아닌 허공의 먼 어딘가를, 머리나 가슴에만 존재하는 그 미지의 영역을 다시 떠돈다.
욘시의 목소리는 다시 천천히 부유하고, 사운드는 느리고 거대하게 움직인다. 그리고 장엄하다.
그렇다고 이들이 스스로 퇴행하기로 결정했다는 뜻은 아니다.
오해를 피하기 위해 언급하건대, 이 앨범은 처음부터 어떤 의도를 갖고 멤버 모두가 합의한 상태에서 시작하고 끝낸 보통의 앨범 작업과는 다르게, 정처 없이 쌓여있던 그간의 녹음물들을 사후에 하나의 맥락으로 재탄생시킨 것이다.
그리고 그 작업은 고통스러웠다. 현재 밴드 웹사이트의 메인을 장식하고 있는 베이시스트 기오르크의 말 그대로, [Valtari]가 만들어진 과정은 난산이었다. “애초에 이 앨범을 어쩌다 시작했는지도 기억이 안 나는 게, 그때 우리가 뭘 하려고 했는지 더 이상은 모를 지경이 됐다.
세션을 거듭할수록 어긋난 데다 중심도 흐트러져 거의 포기하기 직전이었고… 실제로 잠시 포기한 채 내버려두기도 했다.
그런데 그 후에 뭔가 변화의 조짐이 생겨 형태가 잡히기 시작, 이젠 나조차도 정직하게 이렇게 말할 수 있게 됐다: [Valtari]는 다 끝내고 난 뒤에도 내가 집에서 기꺼이 즐겁게 들을 수 있을 유일한 시규어 로스 앨범이라고.”
[Valtari]는 제작하는 입장에서 봤을 때 밴드 시규어 로스가 믹스 담당 알렉스 소머스와 함께 자신들의 음악을 깎고, 다듬고, 이어붙이는 일련의 과정을 무한반복하면서 이루어낸 하나의 인간승리 작품이다. 정성들여 새로운 곡들을 녹음했어도 앨범으로 그것을 발표하기까지는 분명 그 전체를 관통하는 하나의 맥락이 필요한 법인데, 이미 중심을 잃고 헛도는 개별적인 결과물들을 그런 맥락에 일일이 짜맞춰 넣기란, 모르긴 해도 보통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논리적인 인과율도 통하지 않는 ‘음악’이라는 무정형의 감정 예술이라는 점에서라면 그 고난이 오죽했으랴.
앨범의 제목이 ‘Valtari’가 된 것도 그런 연유에서다. 아이슬랜드어로 이 말은 증기롤러, 즉 길을 닦거나 할 때 쓰이는 거대한 기계를 뜻하는데, 그 말처럼 그들은 어떻게든 이 앨범을 밀어붙일 수밖에 없었던 것.
하지만 앨범의 내용물은 그런 힘겨운 역사를 아는지 모르는지, 천연덕스럽게 아름답기만 하다. 무조건 밀어붙이기는커녕 처음부터 하나하나 쌓아올린 공든 탑처럼 들리는 이 앨범은 전체가 하나의 유기체처럼 존재한다.
원래 ‘Dauðalogn’과 ‘Varðeldur’는 2005년 [Takk...] 앨범 당시의 녹음에 2002년의 코러스 아이디어를 덧붙인 것이고, ‘Rembihnútur’와 ‘Valtari’, ‘Fjögur píanó’는 지난 앨범 [Með suð í eyrum við spilum endalaust] 당시의 작품이다.
작년에 이들이 발표한 라이브 영화 [Inni]의 엔딩 타이틀 때 썼던 트랙은 이번에 ‘Varðeldur’로 재탄생했다. 앨범에서 가장 파워풀한 감동을 전하는 ‘Varúð’(왜 이 곡을 두고 ‘Ekki Múkk’을 싱글로 냈는지가 살짝 의아할 정도) 역시, 이들이 쉬던 동안 작업했던 트랙들 중 하나였다. 그런데도 아무런 위화감 없이, ‘Varúð’와 ‘Rembihnútur’, ‘Dauðalogn’로 이어지는 욘시 보컬 트랙의 중량감은 그 직후 ‘Varðeldur’-’Valtari’-’Fjögur píanó’의 후반부 연주 대곡들을 향해 조용한 거인처럼 아주 천천히, 걸음을 옮긴다.
이들의 앨범 중에서도 상당히 긴 호흡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몰입도는 떨어지지 않는다.
이 앨범으로 밴드는 긴 휴식기에 종지부를 찍은 동시에, 몇 년 만의 공연 투어 일정도 살뜰하게 잡아놓았다.
아무리 신곡을 위주로 보여주는 게 통례라지만, 일단 무대에 오르게 되면 그간의 커리어 상 기존의 곡들과 이 곡들을 어떻게든 섞어서 안배할 수밖에 없을 터. 하지만 ‘Hoppipolla’와 ‘I Gaer’, ‘Svefn-G-Englar’ 같은 곡들 사이에서 ‘Dauðalogn’과 ‘Varúð’, ‘Ekki Múkk’도 훌륭히 제 자리를 잡을 것이다. 이들은 3분짜리 팝송이 놓친 세계를 최대한 파노라마로 우리 앞에 펼쳐보이는 데 익숙하고, 또한 제일 능하다.
시규어 로스는 이런 식으로 기지개를 켜면서, 다시 호흡을 가다듬는다 - 멀리 보이는 허들을 앞에 두고 막 출발선상에 섰을 때, 혹은 저 먼 바다를 향해 뛰어들기 전, 도움닫기를 할 때 우리가 그러는 것처럼. 그리고 그들은 결코 바다 속으로 가라앉지 않고, 거대한 아폴론의 태양 마차가 황혼을 향해 서쪽으로 날아가듯, 우리 머리 위에 느린 포물선을 그리며 총총히 빛가루를 뿌릴 것이다.
120522. 성문영.
Sigur Ros discography:
[Von] (1997)
[Ágætis byrjun] (1999)
[( )] (2002)
[Takk...] (2005)
[Hvarf-Heim] (2007)
[Heima] (2007, live film)
[Með suð í eyrum við spilum endalaust] (2008)
[Inni] (2011, live film)
[Valtari] (2012)
Sigur Ros are:
≫ 욘 쏘르 비르기손 (jon por birgisson, 통칭 '욘시') ≫ 1975년생. 보컬, 기타, 신스 담당.
≫ 캬르탄 스베인손 (kjartan sveinsson) ≫ 1978년생. 피아노, 키보드, 기타, 플루트 담당.
≫ 기오르크 홀름 (georg holm) ≫ 1976년생. 베이스, 실로폰 담당.
≫ 오리 파울 디러손(orri pall dyrason) ≫ 1977년생. 드럼, 키보드 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