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을 타지 않는 노래들이다.
이들의 첫 EP 앨범은 논란 속에서 어떤 잣대를 들이대어 포장하고 치켜세우거나, 또는 깍아내릴 그런 종류의 음악은 아니다.
그리고 그런 컨셉은 이들의 관심사도 아닌 듯 하다.
이들은 리스너들이 인디음악에서 얻고자 하는 것들에 대해, 좀더 근본적인 접근법으로 그들에게 다가간다.
바로 비슷한 삶의 방식을 가진 일반인으로서의 일반적인 감성과 공감이다.
그렇다고 여성적이고 섬세한, 소위 '소소한 일상'을 노래하진 않는다.
스무살과 서른살 언저리의 애정과 고독, 고뇌, 성장 등 비교적 무거운 주제다.
'위로의 음악' 을 표방한, 감성, 공감을 슬로건으로 내 건 다른 많은 음악들이 지나친 자기비하, 또는 상황을 너무 처절한 듯 표현하거나, 솔직히 별로 도움 안되는 비현실적인 희망에 대한 막연한 기대, 아니면 아직 덜 여문 청춘의 허세 등으로 귀결되어
듣는 이의 공감을 사지 못하고 오히려 교감을 나누고 싶은 마음마저 사라지게 만드는 경우가 많다.
이에 반해 이들의 탁월한 점은 이 부분이다.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노래하되, 적당한 거리를 두고 감정의 과잉없이 담담하게 공감을 이끌어 낸다. 이는 먼저 수준 높은 자기계발이 수반된 상당한 내공없이는 어려운 영리한 작업이다.
게다가 무뚝뚝한 듯 따뜻하고 진중한 보컬이, 마치 자의식이 강한 20대 청년들의 이야기를 듣는 듯 한 깊은 울림을 준다.
작사능력과 보컬리스트의 역량은 그룹사운드의 원천자원과 같다.
그리고 그 것이 두각을 드러낸 것이 처음 발매한 Ep앨범 이라는 것 또한 의의가 크다.
말하자면 앞으로 꽤나 괜찮은 발전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얼핏 모던락 계열의 무난한 웰메이드 팝 지향의 밴드인 것 처럼 보이지만, 이들이 분명 그 정도로 만족해 할 것으로는 생각되지 않는다.
노래 중간중간 예상치 못했던 동양풍의 리프나 동류의 묘한 분위기들을 드러내는데, 이는 앞으로의 음악 색깔이나 지향점에 대한 이들의 연구와 고뇌를 유추해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첫 EP인 만큼 현재까지는 이 밴드 만의 아이덴티티나 컬러가 확연하게 두곽을 드러내고는 있지 않지만, 앞으로 어떤 식으로 방향을 잡아 진화해 나갈지에 대해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