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피리, 저녁의 생황
김보미의 음악을 들으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보미의 음악에는 두 개의 양면성이 존재한다. '아침'의 요소가 있고, '저녁'의 요소가 있다. 아침의 피리, 저녁의 생황! 이렇게 이름 지어도 좋은지 모른다. 김보미라는 젊은 음악인의 피리와 생황에는 이런 사자성어가 어울린다.
기운생동(氣韻生動), 김보미의 피리가 그렇다.
아침을 시작한 사람들에게 에너지를 주는 느낌이다. 그 에너지는 결코 과장되지 않다. 그 에너지는 결국 제상과 소통하려는 마음이다. 김보미의 생황은 강구연월(康衢煙月)한다.
강구연월(康衢煙月), 김보미의 생황이 그렇다.
강구(康衢)란 사람의 왕래가 많은 큰 길거리를 말한다. 여기저기로 통할 수 있는 사통오달의 번화가이다. 연월(煙月)이란 무엇인가? 연기(煙氣)가 나고 달빛(月光)이 비친다는 뜻이다. 강구연월은 '태평한 세상의 평화로운 풍경'을 비유적으로 나타내는 말이다.
그런데 이를 김보미의 음악과 비교해 본다면, 복잡함 속에 단아함이 있고, 평범함 속에 비범함이 있다는 것과 연결 지을 수 있다. 스스로 잘났다고 인정하는 자만((自慢)이 아니라, 주변을 향해 뻗어가는 충만(充滿)인 것이다.
에너지가 되는 음악, 릴렉스가 되는 음악.
아침은 아침대로, 저녁은 저녁대로, 김보미의 음악은 우리 곁에서 '평범 속 비범'을 일러준다. 아침에는 피리처럼, 많은 사람들에게 삶의 에너지를 불어넣어준다. 그녀의 진지하고 고른 들숨은 목표를 향해서 길게 뻗어갈 수 있는 에너지가 되어준다. 저녁에는 생황처럼, 일상에 지친 사람들에게 삶의 릴렉스(relax)를 시켜준다. 숨가쁘게 살아온 사람들과 호흡을 같이하면서, 함께 들숨과 날숨을 같이하고자 하는 배려가 있다. - 윤중강(음악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