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구스는 ( )에 대해 노래하는 대한민국의 3인조 밴드이다. 다음 중 ( )에 들어가기에 적합하지 않은 것은?
1) 밤 2) 서울 3) 댄스 4) 우주 5) 여자친구
좀 싱거운가? 그 동안 몽구스의 음반을 한 장이라도 들어본 사람이라면 금새 '답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2004년에서 2011년까지, 7년이라는 적지 않은 시간 동안 4장의 정규 앨범을 발표해 왔지만 그들이 노래하는 테마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는 인상이다.
사운드의 측면에서는 꽤 많은 변화도 있었다. 스스로 ‘부레옥잠 사운드’라 명명한 로파이(lo-fi)한 소리를 여과 없이 담아냈던 1집 [Early Hits Of The Mongoose]과 ‘기타 없는 3인조 록밴드’라는 실험을 훌륭히 성공시킨 3집 [The Mongoose]를 비교해 들어보라.
빈티지한 오르간 소리와 특유의 공간감으로 각인된 2집 [Dancing Zoo]과, 그 동안 배제했던 기타사운드를 적극적으로 포용한 4집 [Cosmic Dancer]의 차이는 또 어떤가.
이렇게 그들은 사운드 면에서 유연한 변화를 취해왔지만, 그들이 다루는 테마는 흡사 그들의 몸을 구성하는 주요 원소와도 같이 일정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그렇다면 팬의 입장에서는 특정 테마를 중심으로 그들의 음악을 묶음으로 감상하고 싶은 충동을 느낄 수도 있겠다.
이제 4집 밴드가 된 몽구스이니 만큼 밤에 대한 노래, 춤에 대한 노래들만 묶어도 앨범 한 장 정도는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이와 같은 발상에 맞장구라도 치듯이 그들이 준비한 앨범이 바로 이번 EP인 [Girlfriend]이다.
첫 곡에서 마지막 곡까지 줄기차게 여자친구를 향한 남자아이의 토로로 점철되어 있는 이 앨범의 가사를 보다 보면 그 솔직하고 직설적인 화법과 단순한 접근에 감탄하게 된다. ‘말로 하기엔 바보 같은 것들이 노래로 불려진다’고 볼테르가 얘기 했던가.
하지만 여기에 몽구스의 비트와 멜로디와 사운드가 얹어지면 얘기는 전혀 달라진다.
단숨에 이어폰을 낀 머리를 까딱거리게 만들고 공연장을 들썩이게 만드는 몽구스표 그루브가 완성되는 것이다.
음반을 감상하다 보면, 사실 몽구스의 음악은 여자아이를 좇는 남자아이의 마음 그 자체인 것임을 깨닫게 된다. 사운드의 질감이 바뀌는 동안에도 줄곧 그들의 음악은 첫눈에 반한 여자아이가 다가올 때처럼 쿵쿵거렸고, 그 아이와 보는 새벽 별처럼 뿅뿅 거리지 않았던가.
패드 사운드는 막 손잡은 커플의 체온처럼 따스하게 번져갔고, 오르간 소리는 눈앞에 어른거리는 그녀의 미소처럼 몽글대지 않았던가 말이다.
그래서 이번 EP야말로 몽구스라는 밴드를 압축적으로 설명해주는 다이제스트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새로운 팬들이 몽구스 월드를 유람하는데 로드맵으로 삼기에도 좋을 뿐 아니라, 기존 팬들의 밴드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이다.
지난 4집 앨범 발매 후 가졌던 인터뷰에서 그들은 ‘4집 앨범을 4번 타자 삼아서 이제는 홈런을 치고 싶다’고 했다.
야구 경기라면 야구공이 떨어진 지점이 홈런의 여부를 결정한다. 하지만 음악의 경우라면 얘기가 다르다.
배트와 경식 야구공이 아닌 음과 비트를 매개로 펼쳐지는 이 게임에서 타자가 때린 공은 언제까지고(심지어 타자가 죽은 다음까지도!) 날아가고 있는 것이다. 어느덧 1년이 흘러 다시 타석에 들어선 몽구스는 오로지 한 가지 공만 노리기로 한 모양이다.
사실, 이런 타입의 타자가 투수 입장에서는 가장 무섭다.
몽구스가 또 한번 홈런을 날리게 될지는 모른다. 확실한 것은 이 음반을 손에 든 사람은 모두 홈런볼을 주운 소년처럼 흐뭇한 미소를 짓게 될 거란 사실이다. - ‘가을방학’ 정바비(http://bobbych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