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길선의 풍류가야금 Vol Ⅱ 가즌회상
이 음반은 정교한 기법과 원심력과 구심력을 가진 가야금 연주자 정길선의 8번째 음반으로 조선조 후기의 풍류객들에 의해서 전승되고 발전된 음악을 정길선 만이 가지고 있는 탁월한 연주력으로 저음의 중후함과 고음의 섬세함, 그리고 음과 음 사이 여백의 미를 가장 잘 표현하였다.
‘가즌회상’은 ‘갖은 영산회상’ 즉 ‘골고루 다 갖추어 연주하는 영산회상’ 이란 뜻이다. 본래 풍류방에서 연주되던 영산회상은 상령산을 첫 곡으로 시작하여 아홉 번째 곡인 군악으로 마치는 음악이다. 그런데 여기에 몇몇 악곡을 추가하여 연주하는 것을 ‘별도의 악곡’ 이란 뜻으로 별곡(別曲)이라 하는데, 영산회상 중간에 도드리를 넣고 군악 이후에 뒷풍류라고 하는 천년만세(계면가락도드리, 양청도드리, 우조가락도드리)를 이어가는 형태의 음악을 별곡(別曲)또는 정상지곡(呈祥之曲)이라 한다.
일반적으로 연주되고 있는 별곡의 형태에는 네 가지 종류가 있는데, 그 첫 번째로는 도드리에서 돌장을 거쳐 삼현도드리, 하현도드리, 염불도드리, 타령, 군악으로 마치는 형태, 그리고 두 번째로 거기에 천년만세를 더하는 경우, 세 번째 형태는 상령산, 중령산, 세령산, 가락더리, 삼현도드리, 도드리, 돌장, 하현도드리, 염불도드리, 타령, 군악으로 마치는 경우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거기에 천년만세를 더한 형태가 바로 가즌회상으로 약 70여분의 연주시간이 소요되는 가장 긴 악곡으로 구성되어있기 때문에 연주자들의 높은 공력(功力)이 요구되고 있다. 따라서 요즘에는 가장 긴 형태의 가즌회상이 연주되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 하겠다.
본 음반에 녹음된 가즌회상은 CDⅠ은 세피리, 생황, 대금, 단소, 장구를 악곡별로 풍류가 야금과 다양하게 편성하여 기존의 연주와 색다른 음색을 즐길 수 있으며, CDⅡ는 풍류가야금, 세피리, 대금, 장구로 한바탕을 연주하여, 완만하고 묵직한 표현이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품위에 가득 차서 드높은 향취에 젖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