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멸의 가수’ 배호, 재즈로 다시 태어나다
말로, 전통가요 시리즈 2탄 ‘Malo sings Baeho’ 발표
최백호, 말로와 듀엣… 아코디언 심성락도 피처링
‘불멸의 가수’ 배호가 재즈로 다시 태어났다. 재즈 디바 말로가 6,70년대를 풍미했던 배호의 노래를 자신만의 재즈 스타일로 재해석해 ‘말로 싱즈 배호 (Malo sings Baeho)’ 앨범을 내놨다. 배호 최대의 히트곡인 ‘돌아가는 삼각지’는 보사노바로 ‘안개 낀 장충단 공원’은 블루스, ‘안개 속으로 가버린 사람’과 ‘안녕’은 탱고로 재창조됐다.
모두 6곡이 실린 이번 미니 앨범의 프로듀싱과 편곡까지 도맡아 한 말로는 재즈를 근간으로 다양한 장르의 어법을 빌려와 배호의 히트곡들을 전면 재해석했다. 그로 인해 오랫동안 ‘전설’ 저편에서 잠자던 배호의 음악들이 현재적 감각을 얻어 2012년 지금 이 시대의 노래로 태어났다.
특히 이번 앨범은 배호와 동시대 연주자였던 아코디언의 대가 심성락과 가요계의 거목 최백호가 피처링해 그 의미가 각별하다. 후배 재즈 연주자들과 처음으로 호흡을 맞춘 심성락은 연륜이 묻어나는 그만의 아코디언 톤으로 감동적인 솔로 연주를 선사하고 있으며, 최백호는 중후하고 페이소스 넘치는 목소리로 말로와 멋진 듀엣곡을 선보이고 있다. 최백호가 앨범에서 후배 가수와 듀엣으로 노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스물아홉의 나이로 요절한 청년 배호를 2012년으로 호출해낸 말로는 음반에 “40년 세월을 가로질러 내 앞에 선 젊은 그에게 다시 부른 이 노래들을 바친다”고 헌사를 직접 써 작업의 감회를 밝혔다. 주옥 같은 배호의 노래들은 수없이 리메이크됐으나, 재즈 버전의 앨범으로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올해는 배호가 태어난 지 70주년이 되는 해라, 이번 앨범의 의미가 한층 크다.
말로의 이번 앨범은 지난 2010년 전통 가요를 재즈로 재해석한 ‘동백아가씨’에 이은 ‘K-STANDARDS’ 두번째 작품이다. ‘K-STANDARDS’시리즈는 말로가 한국적 재즈 스탠더드를 찾기 위해 시작한 프로젝트며,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예정이다.
지난 1971년 타계한 배호는 8년 남짓 짧은 음악 활동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히트곡을 남겼으며, 사후 35년만에 전집 앨범이 발매되고 지난2003년 옥관문화훈장을 수훈할 정도로 한국 가요사에서 독보적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뮤지션이다. 음악평론가들이 한국 가요사는 배호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할 만큼 그의 창법은 독창적이었으며, 1981년 실시된 MBC특집 여론 조사에서는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가수 1위로 선정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