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년 전에 매력적인 음악을 만났습니다]
나는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 목소리는 느긋하고 차분해서 달콤한 속삭임으로 들리더군요. 그리고 그 향취는 공기가 아른거릴 정도로 농도가 짙었습니다. 온 멜로디에서 따스한 풀냄새가 풍겼지요. 눈부시다. 처음 그 음악을 마주한 나는 그렇게 말했습니다. 막다른 골목. 돌아가는 길은 생각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이 음악의 가족이 되고 싶다. 나는 그 자리에서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당신의 음악이 참 좋습니다.” 정확하게 편지지 두 장의 분량에 할 말을 다 담았습니다. 그리고 다음 순간, 고심고심 말을 담은 구애의 편지는 이 멋들어진 음악의 주인공에게 조심스럽게 전해집니다. 그러나, 나는 일찌감치 기대를 접은 상태였습니다. 예쁘고 우아한, 그러면서도 부드러운 목소리는 반드시 누군가의 귀에도 맛있었을테니까요.
[어떻게 우리의 음악을 알게 되었나요?]
그 날입니다. 놀랍게도 그 주인공에게서 한 통의 편지가 날아왔습니다. 빼곡하게 글이 적힌 긴 편지였습니다. 어릴 적, 산타클로스에게 첫 선물을 받아든 마음이 이런 기분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더 우드랜즈예요. 포틀랜드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어떻게 우리의 음악을 알게 되었나요.?” 포틀랜드. 다른 장소의, 그 너무도 먼 울림에 짓누르고 있던 몇 가지 걱정이 사라집니다. 그들이 알고 싶었던 것, 그리고 내가 알고 싶었던 것. 여러 가지를 묻지 않으면 안되었고, 우리는 서로에게 하나씩 성실하게 대답해 주었습니다. 그렇게 우왕좌왕했던 얘기들은 모두 끝이 났습니다. 그리고 반 년만에, 나는 그들을 포옹으로 맞을 수 있었습니다. 사무엘 로버트슨과 한나 로버트슨. 남편과 아내이자, 더 우드랜즈의 멤버입니다. 예상과는 전혀 다른 낭만적인 등장에 심장이 쿵쿵거리기 시작합니다.
[나를 거절한 당신에게]
매일 넌지시 주고받는 몇 마디에서 오랜 세월을 함께한 사람들끼리만 통할 수 있는 이해와공감이 있습니다. 사무엘과 한나는 마음이 맞는 부부입니다. 긴 여행에서 돌아와 얼마 있지 않으면, 또 어느 틈엔가 곡을 쓰고 있는 남편. 그의 아내 역시 마찬가지여서 그들의 침실에서는 늘 풍성한 음악 소리가 들립니다. 큼지막한 베개와 커다란 이불로 귀에 거슬리는 소리를 모두 차단하고 나면 침실은 10분 사이에, 다시 훌륭한 녹음실이 됩니다. 해묵은 책상이 놓여 있고, 구석구석 이불을 걸친 곳. 전 곡의 작사, 작곡, 편곡, 노래, 연주, 녹음, 믹싱은 물론 마스터링까지. 더 우드랜즈의 모든 곡들이 쉬지 않고 꿈틀거리며 다시 태어나기를 반복한 공간입니다. 그리고 그 곳에는 사무엘과 한나가 있었습니다. 나는 오늘, 이들 부부의 노래를 당신에게 선물하려고 합니다. 나를 거절한 당신에게 왜 이 노래를 들려주고 싶어졌는지도 알 수 없지만 말이지요.
[다른 나라에서 온 먼지들]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장소에서, 다양한 기억을 안고, 다양한 얼굴로, 다양한 몸짓으로, 특별한 멜로디를 풀어놓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이런 그들을 뮤지션이라 부르더군요. 정말 멀리까지 왔다는 기분이 듭니다. 너무 멀리 와서, 어디로도 돌아갈 수 없다는 기분이. 한적하게 녹아내린 한나의 목소리가 한겨울 도심의 밤 냄새와 멋들어지게 어울립니다. 나는 내 마음과는 무관하게 몸이 따스하고 나른해지는 것을 느낍니다. 다른 나라에서 온 먼지들, 더 우드랜즈. 이들의 음악은 지금 또 다른 세상이 흐르는 자리에 서 있습니다. 오늘은 우연히 어디선가 그들을 만난다 해도, 서로를 알아보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합니다. 의심없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조심하고, 주의를 기울이는 마음을 잠시 외면해 주세요. 눈을 감고 듣다 보면 한결 마음이 포근해질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