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슬픔을 이해하는 것처럼…
지금 이 순간, 가장 사랑 받는 여성 싱어송라이터
‘Be Be Your Love’의 주인공
레이첼 야마가타
사진작가 김중만과의 특별한 작업으로 화제가 된 앨범 Chesapeake 이후 1년…
더욱 깊고 서정적인 사운드가 담긴 미니 앨범으로
팬들 곁에 찾아왔다.
Heavyweight
‘Be Be Your Love’(2004)가 그랬고 ‘Duet’(2008)이 그랬던 것처럼 레이첼 야마가타는 격렬하든 잔잔하든 서글픈 기억을 노래하는 일에 훨씬 익숙한 캐릭터다. 리듬보다 선율에 우선하는 음악과 친근한 편이다. 가끔은 터트릴 줄 알지만 잔잔하고 은은하게 소리를 전달하는 일에 훨씬 능숙하다. 그리고 새 EP [Heavyweight]는 우리가 이해하는 레이첼의 성향을 가장 선명하게 드러내는 작품이다. 수록곡 수가 적은 만큼 일관성이 강하다. 여러 가지 분야를 섭렵해 풍요로운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과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감상적이고 사색적인 싱어 송라이터의 자기 표현에 집중하면서 작업을 마쳤다. 레이첼이 택한 디자이너 잰 조야의 그림처럼, 슬픔과 향수와 열정에만 몰입하는 작품이다.
곡 사이의 변별력은 의외로 풍성한 음색에서 나온다. 첫 곡 ‘Heavyweight’은 가성을 아끼지 않는다. ‘Has It Happened Yet’에서는 허스키한 목소리를 살리는 일에 주력한다. ‘Falling In Love Again’은 다시 사랑에 빠져버린 떨리는 순간으로 우리를 데려가는 것처럼 노래하는 이의 숨결을 고스란히 담았다. 작은 작품이지만 그래도 구성의 묘를 고려하기도 한다. 가장 예외적인 노래는 ‘Nothing Gets By Here’이다. 언제든 도전할 수는 있지만 대체로 자제해왔던 감각을 동원해 문득 상냥하고 친절한 팝 가수로 돌변하는 곡이다. 총 여섯 곡이 실려 있어 길이는 짧을 수밖에 없지만 흥분을 모르고 노래하는 탓인지 무척 긴 시간이 지나간 것만 같다. 30여분 동안 닮은 듯 다른, 참 많은 이야기를 흡수한 것 같은 느낌이다. 가사로 그리고 선율과 목소리로 우리가 사랑에 이끌리고 사랑에 실패했던 한때를 실감나게 묘사한 덕분이다.
레이첼의 음악은 포크가 아니지만 포크처럼 들린다. 여느 포크가수처럼 어쿠스틱 기타에 크게 의존하지는 않지만, 그만큼 섬세하고 온화한 사운드에 치중하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수수하게 실어 나르기 때문이다. 그러다 가끔은 재즈처럼 들린다. 팝의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안정적인 완결성을 갖추고 있지만 소리가 닿는 흔적마다 여유의 연주와 여유의 보컬이 항상 유지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까다로운 장르 구분을 떠나서 그녀 음악이 추구하는 가장 뛰어난 미덕은 일관된 감수성이다. 이는 쓸쓸하고 어둡고 아프고 서글픈 일상의 풍경들을 따뜻하고 아름답게 끌어안을 줄 아는 성숙한 태도에서 비롯된다. 현실을 반영하는 세상 모든 노래의 궁극적인 목적은 위로이자 치유라고 말하는 것처럼, 그녀 노래의 대부분은 슬픔을 다루면서 온화한 전달을 고민한다. 레이첼의 모든 노래는 모든 외로운 사람들의 벗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