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한쪽 방향으로만 바람이 불던 어느 초가을 날 싸구려 어쿠스틱 기타를 어깨에 메고 한강으로 나갔다. 그곳에서 ‘편서풍’이 탄생하였고 홀로 프로젝트 ‘나는 모호’가 시작되었다. –모호
밴드 구텐버즈의 기타/보컬 모호의 홀로 프로젝트
‘나는 모호’의 첫 앨범‘따듯한 사람은 되고싶지 않아요’
아홉곡이 30분 가량에 담겨있다. [따듯한눈썹은되고싶지않아요]는 나는 모호의 첫번째 정규 음반이다. 나는 모호는 모호의 솔로프로젝트이다. 모호는 지난8월 [팔랑귀]라는 EP로 데뷔한 3인조 록 밴드 구텐버즈에서 기타와 보컬을 담당하고 있다. 모호는 구텐버즈로 정력적인 활동을 이어가는 와중에도 가끔씩, 포크 기타 한 대 만을 들고선 작은 무대에 올라 혼자만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 나가곤 했다. 모호는 전부터 자신의 포크송들을 녹음하고 싶다 말해왔다. 그러나 바람이 실제가 되기까진 적 잖은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음반을 들어보면, 역시 늦게라도 나온것이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촘촘하게 짜인 어레인지를 바탕 삼아, 3인조 임에도 매 번의 라이브 마다 에너제틱한 연주를 들려주는 구텐버즈의 음악을 기억하는 이에게 나는 모호의 단정함은 조금 당황스럽게 다가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내 일맥상통한 정서를 발견할 수 있기도 하다. 단서는 주로 구텐버즈의 불안하고 외로운 곡들에서 찾을 수 있다. 이를테면 음반의 첫 트랙, <그대를보낸다>에서 모호는 귀여운 실로폰 소리와 명랑한 통기타 스트로크사이로 나지막히 “잠이라도 들 참이면 울어대며 생을 마감하는 매미소리” 와 같이서 늘 한 노랫말을 실어보낸다. 역시 밝은 뉘앙스의 다음곡 <편서풍>에서도 모호는 “뒤집어진 요트”와 “구름진 기침” 같은, 불안하고 모순적인 이미지들을 배치한다. 비슷한 작법이 음반 전체에 걸쳐 즐겨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스타일을 설득력있는 형태로 완성시킴에 있어 가장 큰 기여를 하고 있는 것은 역시 모호의 목소리다. 날카롭고 거친 보컬을 선보였던 구텐버즈 때와는 달리 이 음반에서 모호는 낮고 조용한 목소리를 들려주고 있다. 원래의 장기였던─팜므파탈의 이미지를 연상시키는─허스키한 보이스에 앳된 소녀의 목소리같은 톤이 섞여 들어가며 이상한 기분을 느끼게 만든다. 하지만 그 이상함은 부담스러운 종류의 것이 아니며, 사운드와 가사와 함께 미묘하게 맞아 떨어지며 오히려 다양한 감정과 생각을 불러 일으키는 촉매와 같은 작용을 한다. 이 음반의 가장 멋진 순간들은 그로부터 탄생한다.
전반적인 스케일이 크지 않아야 심작보다는 소품집에 가까운 인상을 준다. 그러나 그것이 만듬새가 좋지 않거나 대충 만들었음을 의미하진 않는다. 음반에 담긴 트랙들은 저마다의 충분한 완결성을 갖추었다. 또한 입체적인 내래티브를 담아 좋은 구성을 보여주는 노래들도 있다. 무엇보다 한국적인 포크송으로 들리면서도 콕 집어 ‘누구’의 계보를 잇고있다 말할 수 없다는 점도 강점으로 작용한다. 나름의 독자적인 문법을 갖추고 있는 좋은 송라이터의 데뷔작이다. 듣지않을 이유가 없다.
음악가단편선
멜로디컬한 어쿠스틱 사운드와 모호스런 보컬이 어우러진 '모호 1집'
모호는 소위 파커시브 포크가 주류를 이루는 대중음악계에 잔잔한 '편서풍'을 타고 다가와 멜로디컬한 포크를 들려준다. 그녀의 모호한 보컬은 또다른 악기가 되어 음악을 아우른다.
모호 1집은 숲 속에서 듣고싶다. 강가에서 흐르는 물소리랑 같이 듣고싶다. 한 낮과 도시에 지친 '푸념'을 털고 시원한 밤바람과 듣고싶다. 그녀의 음반을 들으며 그녀가 '왜 그렇게' 돌아앉아 눈물만 글썽이며 노래를 끄적였는지 생각해본다. 그녀에게 음악은 강 건너 어디쯤에 흐르는 하늘이었던게다. 가 닿고 싶지만 좀처럼 가까워지지않는 그 거리가 그녀의 음악이었던게다.
음악가백자
모호의 공연을 볼 때 마다 마치 빙의에 든게 아닌가 생각 했었다. 열정과 감흥이 극에 달했다는 뜻이다... 그러한 모호가 음반을 만들었다. 여백이 있는 과장없는 소리...모호의 영혼이 흐르는 강물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기억되는 음반이 되길 바란다.
기타리스트김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