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춘 [가축병원블루스]
세상의 패배자들에게 바치는 위로의 노래
여기 노래가 있다. 거진 어쿠스틱 기타와 목소리만으로 부르는 이 노래들은 거칠고 성기다. 이야기는 어둡고 직설적이다. 욕설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에게 묻는다, 김태춘은 어떤 음악을 하는 음악가인가? “김태춘은 컨트리, 고스펠, 블루스가 섞인 노래를 부르는 가수입니다. 김태춘 자신 자체가 어둡고 직설적인 사람이기 때문에 그런 이야기들이 자연스럽게 나오는 거 같습니다. 노래에 욕이 많아서 사람들이 왜 그러나 생각을 할거 같은데 욕을 할 만큼 어둡고 더러운 얘기는 욕으로 표현해야만 제대로 표현이 되는 것 같습니다. 진짜 개새끼라는 말을 들어야 될 인간은 개새끼라는 표현 말고는 달리 방법이 없습니다. 실상은 이런저런 것인데 그걸 너무 두리뭉실하게 완화시킨 표현들이 많은 거 같습니다.”
부산을 근거지로 ‘일요일의 패배자들’이란 밴드를 했던 김태춘은 밴드 해체 후 솔로로 활동을 시작했다. 그의 데뷔음반 [가축병원블루스]는 컨트리, 포크 블루스에 뿌리를 둔 10곡이 담겨 있다. 일요일의 패배자들 시절부터 컨트리, 록큰롤, 블루스에 대해 애정을 아끼지 않았던 김태춘은 자신의 취향을 고스란히 담은 음악을 데뷔음반에 담았다. 하지만 그는 음악장르나 스타일 이상으로 가사를 무척이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음악가이다. “노래라는 건 멜로디뿐만 아니라 가사도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멜로디나 음악의 구성이란 건 자신의 감성이나 느낌을 간접적으로 표현하기 편하고 가사는 내 생각을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표현하기 편한데 저는 음악으로 내 생각을 구체적이고 직접적으로 표현하고 싶습니다. 멋있는 가수는 멋있는 시인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세계의 거의 모든 민속음악이 그렇듯이 컨트리라는 음악도 우리 주변에 일어날수 있는 일들과 슬픔, 기쁨을 현실적으로 재치 있게 표현합니다. 컨트리는 오래된 음악이지만 그 장르를 빌려와서 현재 내 주위에 일어나는 다른 일들과 생각들을 노래하고 싶습니다. 굳이 그게 사실 꼭 컨트리일 필요도 없는 것 같습니다. 음악의 형태라는 건 내 알몸에 입히는 옷 정도로 생각합니다.”
음반 제목이자 수록곡 제목인 “가축병원블루스”는 음반을 대표하는 노래이다. “가축병원블루스는 버스를 타고 가다 정류소 앞에 있는 오래된 가축병원을 보고 떠오른 노래입니다. 노래를 만들 당시에 어시장, 조선소 등 이곳 저곳 힘든 일을 떠돌면서 살아가는 형님이 있었는데 그 형님을 생각하면서 만든 노래입니다. 한편으로 평생을 농부로 힘들게 살다가 병원에서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마지막 모습을 떠올리기도 했습니다. 사람이 사람처럼 사는 게 아니라 소처럼 살고 닭처럼 살다가 끝내는 병에 걸려서 죽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이 젊고 힘이 있을 때는 힘을 쪽쪽 빨아먹다가 쓸모가 없어지면 사료 정도로 취급한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김태춘의 노래에는 강한 자와 약한 자가 항상 대립하고 있는 세상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누구나 살면서 한번쯤은 패배하고, 아니 한번이 아니라 세상사람들이 얘기하는 성공은 죽을 때까지 이루지 못하고 죽는 세상, 약한 자들은 죽을 때까지 뺏기기만 하다가 죽는 세상. “왠지 모르게 그럴 때는 억울합니다. 김태춘의 음악은 패배자에게 바치는 위로의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