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감독의 헐리웃 진출작 《스토커》에서 발견한 신비로운 목소리,
《Becomes The Color》의 그녀 에밀리 웰스!
자신만의 방식으로 과거,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사운드를 만들어낸 세 번째 앨범 [Mama]
햇빛 화창한 멜랑콜리
[Mama] by Emily Wells
에밀리 웰스는 흔하지 않은 방식으로 음악을 한다. 노래가 그렇고 연주는 더욱 그렇다. 보통 멀티 인스트루멘틀리스트라고 했을 때 그것은 여러 가지 악기를 다룰 수 있다는 뜻이지만, 그녀의 경우는 거기에 '동시에'라는 킬러 옵션이 붙는다. 그녀는 무대 위에서 직접 자신의 연주를 룹(loop)으로 떠서 실시간으로 계속 발전시켜나간다. 그리고 사이사이 드럼을 치고 바이올린을 켜고 멜로디카를 불고 노래를 부른다.
그렇다고 그녀의 라이브가 꼭 무슨 기인열전 같아야 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이모젠 힙(Imogen Heap) 같은 뮤지션에 비하면 훨씬 '덜' 하이테크적이고 오히려 올드스쿨스럽다고 해야 할 것이다. 4살 때 스즈키 바이올린 교습을 시작한 클래식 생도가 사춘기 시절 재즈에 홀딱 반했다가 마침내 랩과 힙합에서 계시를 받게 된다 해서, 누구나 《Fire Song》이나 《Darlin'》 같은 곡을 만들 수 있지는 않을 것이다. 그녀 또한 여기까지 오기까지 많은 실험과 도전과 실패를 거쳤을 것이고.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Mama](2012)가 그녀가 지금껏 해온 음악적 결과물 중에서 가장 유의미하고 대중적인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Beautiful Sleepyhead & the Laughing Yaks](2007)의 전위적인 포크와 [Symphonies](2008)의 1인 교향악이란 상반된 도정이 드디어 하나의 길에서 만나 화해하게 된 것이다.
화해에 대해서라면, 아마 이 앨범은 그 누구보다도 에밀리 자신에게 화해의 제스처가 될 지 모른다. 결코 컨셉트 앨범의 c자도 본인이 말한 적은 없지만 이 앨범에는 묘하게 일관적인 뉘앙스가 흐르는데, 그것은 엄마라는 타이틀과 자신의 어린 시절 모습(귀엽다)이 담긴 재킷 사진이 환기시키는 에밀리 그녀의 자전성, 혹은 귀소본능이다. 작사 면에서 스스로 밥 딜런과 레너드 코엔을 언급함에도 불구하고 이 앨범의 가사는 스토리텔링이라기 보다는 일종의 주문이거나 동요의 라임에 가깝고, 내러티브보다 이미지를 택한 그 노랫말들은 무척 혼란스럽지만 종종 아름답다. 그리고 가끔 손쓸 수 없이 슬프다. 실연이라는 경험이 주는 이 끈질긴 상실감은 노래를 만들게 하는 단골 모티브지만 그것이 그녀의 음악에 이렇게 전혀 새로운 차원의 멜랑콜리를 부여할 줄은 몰랐다. 모르긴 해도 그녀에게 [Mama]는 고향/집이자 가장 사랑하는 사람, 그리고 치유(의 과정) 그 모두가 아니었을까.
이미지는 에밀리 웰스의 작곡에서 중요한 요소다. 특히 '빛'은 그녀에게 중요한 심상이 되는 것 같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 '스토커'의 엔딩 테마로 쓰인 《Becomes The Color》(이 앨범에는 수록되어 있지 않다)와 그 영상도, 흑백의 실마리가 총천연색의 진실로 나아가는 과정에 필요한 빛을 떠올리게 한다. 《Piece Of It》이나 《Johnny Cash's Mama's House》에서 그녀가 강조하는 찬란한 햇빛은 그녀 자신의 말마따나 필요에 따른 선택이 아니라 본능적인 결과이다. 어떻게 보면 비주얼을 다루어야 할 방식으로 음을 그려나가는 것이 그녀의 이런 남다른 음악세계를 만든 가장 근원적인 동력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리고 [Mama]는 아마도 그녀가 이렇게 그려낸 가장 화창한 멜랑콜리, 가장 리드미컬한 바니타스일 것이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 성문영(13.0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