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크한 블랙/데스/고딕 메탈 음악을 들려주는 밴드 크레이들 오브 필스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두 번째 정규 앨범이다. 이 밴드는 '91년에 영국에서 결성되었는데, 메탈이 분화,진화한 극단의 장르들을 죄다 섞어 놓은 듯하다. 따라서 블랙 메탈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음울한 키보드에 날카로운 보컬 그리고 대곡 지향성의 음악, 데스 메탈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극단적인 스피드와 그로울링(짐승같은 울부짖음), 그리고 고딕 메탈의 클래시컬하면서 그로테스크한 서정미까지 갖추고 있다. 따라서 메탈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 듣는다면 전율을 느낄 수밖에 없는 공포스러운 음악이지만, 극단적인 메탈 장르의 매니아들이 감상한다면 다소 불결(filth)하지만 안락한 요람(cradle)에 누워있는 듯한 편안함(?)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의 멤버 소개를 보면 이들의 엽기적 취향을 잘 알 수 있다. 팀의 리더인 대니 필스(Dani Filth)는 '입의 즐거움(Oral pleasures)'라는 포지션을 맡고 있는데, 아마 보컬을 의미하는 듯하다. 글랜(Glan)은 '광란의 핥기(Carniverous licks)', 스투어트(Stuart)는 '지옥의 과잉살상(Infernal overkill)'이라는 포지션인데 트윈 기타리스트인 듯하다. 또한 렉토(Lector)의 '탯줄의 현들/고통의 체임버 뮤직(Umbilical chords/Torture chamber music)'은 키보드를 의미하는 것 같으며, 로빈 그레이브스(Robin Graves)는 '밤의 맥박(Nocturnal pulse)'인 것으로 보아 베이스 같으며, 니콜라스(Nicholas)는 '신들의 망치(Hammer of the Gods)'인 것으로 미루어 드러머일 확률이 높다(필자가 가진 자료의 일천함으로 틀릴 수 있다는 것을 밝혀둔다). 하지만 어쩌면 이들의 포지션이 어떻게 된다는 것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 지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이들이 만들어 내는 살벌하고 가공할만한 사운드다.
본작은 과다한 이펙스 사용으로 '94년 데뷔 앨범 THE PRINCIPLE OF EVIL MADE FLESH보다 한층 거친 사운드를 들려주었던 '96년 미니 앨범 VEMPIRE 이후에 레이블을 <Cacophonous>에서 <Music For Nations>로 옮겨 같은 해에 발표한 앨범이다. 전작에 비해 다양한(극단적이라할 만한 거의 모든) 음악적 요소들이 섞여 있지만, 훨씬 짜임새 있고 응집력 있는 사운드를 선보이고 있다. 명실공히 크레이들 오브 필스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이 앨범은 곡과 곡이 서로 밀접한 관계로 연결되어 컨셉트 앨범적인 성격을 띠고 있기도 하다. 보너스 트랙을 포함하여 모두 12곡이 수록되어 있는데, 호기심 많은 어설픈 감상자들은 절대 청취 엄금이다. 노약자나 임신부도 마찬가지다. 단, 블랙이나 둠 그리고 데스 메탈 매니아들은 필구입 필청 앨범!
[gmv 1999년 03월
이기원]
1. Humana Inspired To Nightmare
2. Heaven Torn Asunder
3. Funeral In Carpathia
4. A Gothic Romance
5. Nocturnal Supremacy 96
6. Malice Through The Looking Glass
7. Dusk And Her Embrace
8. The Graveyard By Moonlight
9. Beauty Slept In Sodom
10. Haunted Shores
11. Hell Awaits
12. Camilla's Masq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