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진오는 노래를 찾는 사람들에서 음악을 시작해 햇빛세상과 노래를 찾는 사람들 활동을 병행하며 솔로로 독립한 싱어송라이터이다. 그동안 3장의 솔로 앨범을 발표한 그는 최근 노래를 찾는 사람들 활동을 중단하고 솔로 활동에만 전념하고 있는 중이다. 노래를 찾는 사람들에서 활동했던 이들 가운데에서는 가장 뒤늦게 솔로 활동을 시작한 그의 음악은 묵직하고 텁텁한 보컬이 인상적이다. 포크와 포크 록의 범주에 묶일 그의 음악은 시종일관 진지한 태도가 돋보인다. 결코 가볍게 들을 수 없는 그의 음악에서 감지되는 것은 바로 1970년대 김민기로부터 시작되어 한동헌, 문승현으로 이어지는 지사적이고 지식인적인 포크 음악의 계보이며, 팝이 되지 않은 포크의 고전적인 태도이다.
하지만 이번 4집에서 그는 예전 음반과는 달리 자신의 보컬을 다양하게 변화시키며 자신의 음악적 스펙트럼을 확대하고 있다. 늘상 불러오던 우직한 포크만이 아니라 동요에 도전하고, 블루지하거나 사이키델릭한 사운드에 도전하며 문진오에게서 연상되었던 진지함과 고뇌를 탈피하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훨씬 부드럽고 다정한 질감을 선사하는 곡들도 적지 않다.
그렇다고 현실에 대한 성찰과 발언을 중단한 것은 아니다. 그의 시선은 항상 사람이 사는 세상과 사람들 사이에 맞춰져 있다. 고뇌하고 분노하고 절망하더라도 결국 한시도 떠날 수 없는 세상을 붙들고 어떻게든 이해하며 희망을 찾고 만들려는 의지는 그의 음악이 바로 1980년대로부터 출발하였으며 그때부터 지금까지 지금 이곳에 옹골차게 뿌리내리고 있는 사람의 것임을 의심할 수 없게 한다. 그의 음악은 관찰하고 기록하는데 그치지 않고 긍정하고 개입하고 바꾸려는 이의 정직한 믿음과 의지와 열정으로 가득 차 있다. 이것이 바로 1980년대에서 출발한 이의 현실 참여적인 음악과 그 이후에 출발한 이들의 현실 참여적인 음악을 가르는 경계일 것이다. 문진오의 음악은 그 역사적 증거이며 산물이다.
이번 음반에서 완전히 새로운 사운드를 선보이거나 전복적인 실험을 감행하지는 않고 있지만 문진오의 음악에서는 서정적인 음악의 안정감을 유지하는 미덕과 그에 어울리는 긍정과 깊이의 성찰을 확인할 수 있다. 이미 오래 전에 들었던 음악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변하지 않는 음악의 가치가 있는 법이다. 물론 고전적인 어법이 항상 동일한 감동으로 치환되는 것은 아니어서 때로는 발언의 무게감을 상쇄시키기도 하지만 ‘인생이란 것의 품위를 지켜갈 다른 방도가 없’기에 ‘사랑을 잃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극한의 절망을 열렬하고 절박하게 증언할 때 문진오의 노래는 어느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서정성과 시대성과 현장성을 고수하는 오늘의 노래로 피어난다.
그리고 매혹적인 것은 확신만이 아니어서 불안과 의심으로 어지러운 [내 맘 속 나를 보는 눈]은 문진오의 보컬이 오늘과 만날 수 있는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준다. 모든 세대에게는 그 세대의 정서와 어법이 있지만 돌직구 대신 변화구를 구사하며 오늘의 음악과 만날 때 그의 진정성은 세대를 뛰어넘어 더욱 확장될 것이다. 거짓 낭만 대신 정직하게 고통을 마주하게 하는 거울 같은 노래의 힘.
서정민갑 (대중음악의견가)
1. 걷는 사람
2. 흔들리며 피는 꽃
3. 홍동마을
4. 우리 아빠
5. 꽃과 나
6. 안녕
7. 또 친구에게
8. 내 맘 속 나를 보는 눈
9. 난 좌파가 아니다
10. 그 사람을 가졌는가?
11. 나의 무한 혁명에게
12. 이 산하에
13. 호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