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병집이 돌아왔다. –영화 ‘돌아온 장고’처럼- 40년의 세월이 지난 후 권총대신 기타 한 자루와 ‘EGO & LOGOS’ 앨범을 들고… “이번 앨범의 타이틀을 ‘Detour(돌아가다)’로 할까?”하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왜냐하면 이제와 제 인생을 되돌아보니 오늘날 요기까지 오기 위하여 참으로 많은 길을 돌아왔다는 느낌이 들었으니까요. 제가 좀 더 똑똑했더라면 가까운 길도 있었을 텐데 말이지요.” 이번 앨범의 녹음 작업을 끝낸 후 밝힌 그의 소감이다.
“저는 그리 오래 살 것 같지 않아요. 그래서 죽기 전에 제대로 된 제 목소리가 담긴 CD 하나는 남기고 싶었습니다. 그게 전부입니다. 어차피 판은 옛날처럼 그렇게 많이 팔리진 않을 테니까요. 저는 싱어송 라이터가 아님니다. 저를 굳이 그런 식으로 표현하자면 싱어 & 가사 라이터라고 해야겠지요. 그러나 제가 음악을 시작할 땐 솔직히 내 자신은 그런 타이틀보다 뛰어난 가창력을 가진 훌륭한 가수가 되고 싶었지요. 불행히 그럴 수 있는 기회가 제겐 오지 않았었지만…”
그 사람, 에고와 로고스, 너와 나의 땅, 타복(박)네, 이제는 안녕, 서울하늘…느낌이 다 다르다. 이채로운 것은 아홉 번째에 들어있는 ‘어느 독립군의 노래’이다. ‘타복(박)네’와 마찬가지로 양병집의 어머니를 통해 전수받은 이 노래는 지금부터 약 7~80년 전에 만들어졌을 법한 노래이나 오늘날에 와서 들어도 전혀 구닥다리 같은 냄새가 나지 않고 도리어 듣는 사람의 소름이 끼칠 것 같은 전율이 생기는 이상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가수 이장희의 동생인 이정한의 클래시컬한 편곡 덕분이긴 하겠으나…(그는 양병집 옆에서 편곡은 물론 앨범 전체의 음악적 연출을 도왔다.)
또 하나 재미있는 것은 다분히 뽕(?)끼가 있는 ‘그 사람’이란 노래를 호주 음악인들로 구성된 밴드가 연주했다는 사실이다. 호주교포 2세 태연회로부터 곡을 받아 양병집이 가사를 얹어 완성한 ‘어깨처럼 오늘도’의 경우는 그러한 사실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지만, 아무튼 70년대의 불행한 저항가수 중 한 명으로 불리는 양병집이 이번 앨범으로 가슴에 맺혔던 한이나 좀 풀렸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