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지은 1. <해금 소곡집 (Haegeum Pieces)>
“어떤 개념과 이념을 떠나 아름다운 해금의 노래”
해금 연주자 강지은의 첫 번째 앨범 <해금 소곡집>은 지극히 해금다운 음색으로 현재에 관한 정서를 노래한다.
해금이란 악기는 그렇다. 작고 예민하고 날카롭고 원시적이고 단순하며 거칠고 흔들리며 불안정하고 희극적이자 비극적이다. 그렇기에 누가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인 소리를 낸다. 그럼 강지은의 해금은 어떠한가. 강지은이 연주하는 해금은 가냘프면서도 꼿꼿하고, 투명하기에 한없이 깊고 절박한 생명력을 지녔으며, 요소요소의 불안을 특유의 따스함과 부드러움으로 감쌀 줄 안다.
해금 소곡집은 그런 해금과 그녀의 매력을 고스란히 담아 지금의 언어로 만들어진 음반이다. 어어부 프로젝트의 장영규 프로듀서의 진두지휘 하에 영화, 연극, 무용음악 작곡가인 장영규, 김선, 주준영과 각 분야에서 왕성하게 활동 중인 연주자들이 참여하여 기존의 창작국악곡과는 차원이 다른 음악으로 완성되었다.
총 6곡이 수록되어있으며 피아노, 첼로, 비브라폰, 가야금, 장구 등의 악기가 해금과 함께 서로 기대어 어우러진 어쿠스틱한 사운드는 충분한 공간감을 형성하며 해금을 위한 노래가 되었다. 음정, 리듬, 편성 등 소재의 절제는 응축되었던 감정의 증폭으로 이어진다.
해금 소곡집은 무엇을 말하고 싶은 것인가?
해금 소곡집 안에는 다양한 감정과 상황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를 설명하고자 억지를 부리지 않는다. 과장된 화려함, 불필요한 정보, 무분별한 기교를 배제하였다. 어떠한 의도를 전달하지 않음으로써 무엇에 대한 강요가 없다. 결국, 모든 것은 가능성이며, 단순함으로 모든 것을 아름답게 품어낸다. 이 음악은 그저 그대로를 듣고 상상하면 된다. 볼 수 없는 환상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해금 소곡집은 국악인가? 퓨전? 월드뮤직? 과연 무엇인가?
이에 대한 정의는 앞으로 음악을 들을 이와 시대가 내릴 몫이다.
해금 소곡집은 다만, 노래다. 음악이다.
어떤 개념과 어떤 이념을 떠나 사랑스럽고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