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 같은 거 되지 않아도 괜찮아
문미영 [빨간 구두를 신은 소녀]
언제 소녀는 어른이 될까.주어진 일을 찾아내고 무리 없이 척척 해내는 믿음직한 어른 말이다.
어쩌면 세상엔 절대로 어른이 되지 못하는 소녀들이 있는지도 모른다. 어른의 속도와 규칙에 적응하지 못하고 늘 한 발쯤 뒤에 서 있는 소녀들. 그들은 무심한 어른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작고 약한 것들의 이야기에 공명한다.
10년간 써온 곡들을 골라 첫 번째 앨범을 낸 싱어송라이터 문미영도 그 중 하나인 모양이다.그녀에게는 각종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보았던 화려한 어른의 기교는 없다. 다만 조곤조곤 정직한 목소리로, 노래라는 건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게 아니냐고 내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조심스럽게 말을 걸어 온다.
경쾌한 탭댄스 비트가 인상적인 타이틀곡 ‘빨간 구두를 신은 소녀’
무기력한 모습을 차분히 들여다보는 ‘태엽 풀린 인형처럼’과 ‘해파리’.
담담하게 자신의 약한 부분을 고백하는 ‘또 다시 여기’, ‘소심’, ‘나비’. ‘수다쟁이’.
불면의 밤을 위트 있게 표현한 ‘밤의 요정들의 축제’.
실제 키우고 있는 강아지가 피처링한‘해피엔딩’에 이르기까지 문미영은 세상에 무해한 약한 존재들을 주인공으로 아홉 편의 동화를 들려준다.
그녀가 담백한 물빛 목소리로 들려주는 동화에 위로 받는 우리들은 절대로 어른이 될 수 없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괜찮지 않은가. 적어도 당신, 혼자는 아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