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내가 별로 이 세상에 필요가 없는데도 이렇게 있는 데에는 어느 밤에 엄마 아빠가 뜨겁게 안아버렸기 때문이에요' (나의 쓸모 中 - 요조)
Yozoh 의 새 앨범 <나의 쓸모>는 종종 새처럼 우리 곁에 날아와 춤을 춘다는 느낌을 불러일으키며(<춤>) 그만큼 때로는 고양이처럼 두리번거리면서 지금 막 여기에 도착했음을 알린다. (<나영이>) 나는 몇 차례이고 두 노래를 듣고 다시 들었다. 아직 비는 그치지 않았다.
그때 Yozoh는 마치 변신의 기술을 익히기라도 한 것처럼 자기 목소리를 이용해서 고양이가 되어 연희동 골목길을 거친 다음 홍대 앞 모퉁이에서 새가 되어 지칠 만큼 많은 계단을 단숨에 지나쳐서 자기의 어두운 방으로 날아 들어가 거기 오랫동안 아프기로 계약한 그 방안의 또 한명의 자기에게 함께 춤을 추자며 노래한다.
당신은 이 두 곡의 노래를 듣기 위해서는 그저 Yozoh를 지우고 당신의 이름을 써 넣은 다음 위로를 받으면 된다. 이보다 더 간단한 방법이 또 어디 있겠는가. 당신에게 이 두 개의 노래가 쓸모가 있었다면 나는 그런 다음 세 번째 노래로 <화분>을 권할 것이다.
누군가 내게 <나의 쓸모>를 한 마디로 설명해달라고 물어본다면 망설이지 않고 대답할 것이다. 이 음반은 무엇보다도 씩씩하다. 용기를 내서 이 말을 하고 나니 힘이 난다.
Yozoh는 이렇게 씩씩했던 적이 없다. 넘쳐나는 긍정의 힘. 당신이 <이불 빨래>를 듣고 난 다음에도 세상을 긍정하지 않는다면 당신의 세상은 아직도 밤이 끝나지 않았음에 틀림없다. 아니, 차라리 그렇다면 더욱 더 희한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박자와 함께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지난밤을 음미하며 그 다음 날 아침을 긍정하는 콧노래와 함께 세상을 느껴보아야 한다.
그런 당신에게 버려진 꽃들도 세상이여, 다시 한 번, 이라고 함께 로큰롤을 부르기 시작할 것이다. 세상의 대답이 노래라는 것보다 더 한 격려가 어디 있겠는가. 긍정의 리듬. 긍정의 비트. Yozoh의 <나의 쓸모>는 그렇게 행진한다. 그녀에게 깃발 따위란 필요 없다. 마치 협객처럼 등에 찬 그녀만의 멜로디언이 있는데 무엇이 두렵겠는가. 그래서 노래한다.
앞으로 걸으니 바다가 가까워졌어. 가만히 있었더니 아무 것도 움직이지 않았지. 외로워지지 않으려면 계속 걸어야했어. (<안식 없는 평안>) 그렇게 행진하면서 맹세한다.
우리는 이제 오늘부터 아침에 제일 먼저 보는 사람, 자기 전에 절박하게 찾게 되는 사람. 늘 함께 이겨내든지 늘 함께 질 거라오, (<그런 사람>) 말하자면 연대의 맹세. 그러므로 <나의 쓸모>는 우리의 쓸모를 위한 호소이며, 세상의 쓸모에 대한 선언이다.
나는 서둘러 이 힘을 빌려 지금 막 새로운 시나리오의 새로운 장면을 써나가고 있다. 당신도 이 힘을 빌려 당신의 세상을 긍정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나의 쓸모. 우리의 쓸모, 세상의 쓸모. (영화감독 - 정성일)
1. 나의 쓸모
이 앨범에서 가장 적나라한 곡.
연주에는 소질이 없는데 가이드로 친 내 연주를 그냥 사용했고, 노래도 자고 일어나 침대에 걸터앉아서 노트북을 열고 불렀다. 가사도 적나라하다.
쓸모 있는 사람인가, 하고 자신에게 묻는 일이 참 쓸모없는 짓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왜 이렇게 잊을 만하면 묻게 되는지 모르겠다.
2. 화분
타이틀 곡이다.
2집 앨범을 작업하면서 가장 먼저 만든 곡이었고, 다른 곡들은 듣지도 않은 상황에서 만장일치로 이 곡을 타이틀로 해주길 원했다. 뜬금없지만 이 곡은 '바람이 분다' 의 한 구절에서 시작했다.
"추억은 다르게 적힌다."
3. 이불빨래
가사도 구상도 굉장히 편안하고 빠르게 진행된 곡.
단순한 내용이지만 생각할 거리가 많은 가사다.
브라스악기와 멜로디언 연주를 같이 하고 싶었는데 그 꿈을 이루었다.
4. 안식 없는 평안
꿈 얘기다.
바다 앞에 서 있었는데 내가 움직이지 않으면 파도도 물고기도 가차 없이 움직이지 않았다.
어떻게든 움직이는 파도와 움직이는 물고기를 보고 싶어서 편하게 가만히 서있지 못하고 앞으로 뒤로 연신 걷다가 깼다. 이 곡의 제목은 나를 잘 아는 친한 동생이 지어주었다.
5. 춤
옛날에 시처럼 써서 홈페이지에 올려두었던 글이었다. 나중에 멜로디를 붙였다.
춤은 늘 어딘가 슬퍼보인다. 슬프고 느린 춤을 추는 것 같은 곡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6. mr. smith
미스터스미스는, 실제로 있었던 제 친구에 대한 이야기에요. 타코집에서 알바를 했었는데
너무 맛있어서 자주 갔거든요. 너무 자주 가서 그곳의 여러 가지가 익숙했어요.
그때의 이야기를 소소하게 담아보았어요.
7. 나영이
연희동에 살 때, 동네에 길 고양이가 참 많았어요. 성탄절에 동네를 한 바퀴 돌면서 길에 고양이 사료를 선물처럼 두기도 했었어요. 김춘수의 꽃이라는 시에 대한 감회가 점점 새로워요. 누가 이름을 불러주는 일이 생각보다 대단한 것 같아요. 그 마음을 이름도 없이 사는 고양이들에게 투영시켜봤어요.
8. 그런 사람
친구의 결혼 선물로 만든 곡이다.
별로 결혼에 대해 호의적이지 않은 편이지만, 이 곡의 주인공인 내 친구 부부는 꼭 헤어지지 말고 오래오래 잘 살았으면 좋겠다.
9. the selfish
너무너무 차가운데 결코 얼지도 않는 물. 나로서는 너무 차가워서 뛰어들 수도 없고 차라리 꽝꽝 얼어버리면 포기하고 돌아 설 텐데 절대 얼지도 않고. 결국 너나 나나 이기적인 마음 뿐이구나, 그게 결론이라면 결론이죠.
대외적으로는 이런 말은 하지 않아요.
그냥 백프로 착한 사람 백프로 악한 사람 그런 거 없고 단지 이기적인 사람만 있는 거 같다는 식으로 말하곤 하죠.
10. My name is YOZOH
데뷔곡이니 만큼 나에게 굉장히 의미가 깊은 곡이다.
편곡을 다르게 해보았다. 33살버전이라고 제목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