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워커 (The Jaywalker) < Hands Are Tied >
제이워커는 독자적인 ‘사운드스케이프(Soundscape)’를 가진다. 방경호의 노래는 몽환적인 안개처럼 잡힐 듯 잡히지 않고, 기타와 드럼, 건반의 연주는 잿빛 도시처럼 복잡하게 얽혀 내달린다. 눈부시게 빛나지만 조금은 창백한 도시의 풍경이 날카롭고 세밀한 터치로 눈앞에 그려진다. 앨범 속엔 어두운 명도와 탁한 채도로 톤 다운된 12가지의 색깔이 아찔할 정도로 넓게 펼쳐진다.
이는 20년 동안 음악을 만들어온 멤버들의 ‘개성’이자 ‘본색’이 강하게 묻어나기 때문이다. 제이워커의 원년 멤버이자 리더인 방경호(보컬, 기타)는 1990년대 중반 하드코어와 인더스트리얼 사운드를 국내에 도입했던 밴드 레처(Lecher)의 일원이었고, 김호일(베이스)은 인기 밴드 럼블피쉬의 베이시스트로 활약했다.
두 사람의 내공은 곡 속에 깊숙하게 배어난다. 그들의 음악은 분명하게 구분 짓기가 힘들 정도로 게러지, 사이키델릭, 메탈의 영역이 뒤섞여 있다. 하지만 선명한 멜로디를 따라, 진행을 계속 변주시켜 나감으로서 곡의 완성도를 한층 높인다. 특히 타이틀곡 ‘I Don’t See You’는 점진적으로 연주를 증폭시켜서 끝까지 마음을 조이게 하는 긴장감을 가진다.
2년 만에 발표된 3집은 다양한 시도를 통해 전작에서 한 보 더 앞으로 나아간다. ‘Hands Are Tied’에서 과거 E.O.S보컬과 토이 객원보컬을 거친 김형중과의 협업이나, 클래식 곡을 슈게이징 장르에서 자주 쓰는 쉼머(Shimmering) 이펙터로 변주한 ‘Pavane Pour Une Infunte Defunte’는 그동안 보여주지 않은 새로운 이면이다. ‘Don't Look Back’의 반복되는 루프 진행과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 사이로 지독한 슬픔을 고백하는 ‘끝나지 않았어’는 자신의 테두리를 과감하게 무너뜨린 의미 있는 결과물이다.
타이틀 제목이기도 한 <Hands Are Tied>는 ‘손이 묶이다’는 즉 ‘어쩔 수 없다’는 뜻을 가진다. 뮤지션이 느꼈을 처절한 심정은 음악으로 치환되면서 강렬한 올가미가 되었다. 제이워커의 음악 사이를 가로지르다 보면 그야말로 ‘어쩔 수 없는 힘’에 매료되어 길을 잃어버리기 일쑤다.
글, 김반야 (대중음악평론가, 음악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