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아홉살 동갑내기 혼성듀오 ‘학교친구’의 첫 EP ‘보내다’가 발매되었다.
싱어송라이터 김예슬이 같은 학교에서 만난 학교친구, 기타리스트 문동훈과 의기투합하여 만들어낸 앨범이다. 두 사람을 만나게 한 서울실용음악학교는 샤이니의 종현, 블락비의 지코 등 실력파 아이돌 스타를 배출하고 미국의 버클리 음대에 매년 실기 우수 장학생을 합격시키는 성과를 거두는 음악 교육 명문 고등학교이다.
또래답지 않게 인디 음악에 심취해 어린 나이부터 이미 홍대 라이브 클럽을 즐겨 다니던 김예슬은 고2가 되던 해 학교를 자퇴하고 본인의 꿈을 구체화하게 된다. 사제지간으로 만나 비슷한 음악 취향 덕에 각별한 인연을 유지하던 싱어송라이터 이솔이의 프로듀싱으로 본인의 앨범을 만들기로 한 것. 열여덟, 열아홉. 유난히 작은 체구 때문에 더 어려 보이는 이 소녀 뮤지션은 많은 습작을 써 내려갔고 마침내 그 중 다섯 곡을 뽑아내 EP 제작을 시작한다. 그리고 녹음에 들어갈 무렵 편곡에 대한 고민 끝에 학교친구였던 기타리스트 문동훈에게 연주를 부탁하게 되는데, 기타를 치며 화음을 흥얼거리던 그의 목소리가 제법 본인의 음악과 잘 어울린다는 것을 알게 된 그녀는 팀 앨범을 제안하게 되고 이렇게 ‘학교친구’가 탄생하게 됐다. ‘학교친구’는 싱어송라이터 김예슬의 듀엣 프로젝트 팀이라고도 할 수 있는 것이다.
타이틀곡이자 첫 번째 트랙인 ‘숲’은 열아홉 살만이 표현할 수 있는 순수함이 빛을 발하는 곡이다. 가만히 이 곡을 듣고 있자니 앞으로 본인의 음악이 펼쳐질 숲에 조심스럽지만 당차게 발을 들여놓는 어린 두 뮤지션의 모습에 미소 짓게 된다. 김예슬의 매력 있는 음색과 문동훈의 시원한 연주가 돋보인다.
‘위로’는 마지막까지 타이틀곡 자리를 놓고 경합을 벌인 트랙이다. 어린 나이에 남들보다 많은 고민과 아픔을 겪었던 김예슬이 써 내려간 깊이 있는 가사에 담긴 상처와 위로를 동시에 표현해내는 호소력 있는 보컬이 일품이다. 애틋하게 흐르던 노래는 후반부 강렬한 기타의 스트러밍과 하모니카 선율로 드라마틱한 반전을 보여주는데, 지치고 상처받은 마음을 위로 받고 싶은 간절함을 힘껏 끌어안아주는 안도감이 느껴진다.
트랙리스트의 중앙에 위치한 ‘우린 서로의 그늘 되어’는 앨범의 중심을 잡아주며 혼성듀오만이 들려줄 수 있는 화음의 매력이 듬뿍 담겨있는 곡이다. 바람, 쉴 곳이 되어주겠다는 가사와 두 목소리가 제대로 어우러져 그늘에 나란히 앉아있는 두 사람-친구, 연인, 혹은 가족, 그 어떤 관계이든-의 모습이 그려지기도 한다.
‘흐려지다’를 듣고 있으면 이제 겨우 첫 앨범임에도 본인의 음색을 이토록 확실하게 갖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펼쳐나갈 김예슬의 음악을 더욱 기대하게 된다. 담담하고 무심하게 아쉬움을 전하는 보컬과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전환되는 기타 리듬 패턴이 묘한 화학반응을 일으킨다.
마지막 트랙 ‘꽃’. 소년과 소녀의 풋풋한 만남에 듣는 이의 마음마저 설레게 하는 곡이다. 작업팀 전원이 김예슬에게 ‘조금만 더 달콤하게’ ‘조금만 더 오글거리게’ 노래해달라고 끊임없이 요구하자 평소 수줍음 많은 성격에 어찌할 바를 모르다가 몇 차례의 재 녹음을 거치게 된, 이 앨범에서 의외로 가장 긴 시간의 작업 기간을 가진 곡이라고 한다. (러닝타임은 3분이 채 되지 않는다.) 그 결과 민망하다며 앓는 소리를 냈었다는 것을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달콤한 작품이 탄생했다.
이렇게, 숲 속으로 들어온 그들의 첫 걸음은 예쁜 꽃 한 송이 앞에서 마무리된다.
미완성된, 조금은 비어있는, 그런 느낌이 있어 더 듣기 좋은 앨범이라는 표현이 적절할까. ‘학교친구’ 앨범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음악 활동을 펼쳐갈 두 어린 음악인의 앞날이 기대된다. 특히, 대형 기획사의 연습생 자리를 버리고 나와 본인이 좋아하는 음악을 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로 쉽지 않은 길을 걷기로 한 김예슬의 선택에 박수를 보낸다. 인디씬에 새로운 작은 꽃이 필 듯 하다.
다섯 트랙에 담긴 마음을 보내고 싶다는 의미로 지은 앨범명 ‘보내다’. 기쁜 마음으로 ‘학교친구’가 보내는 그 마음을 받아들여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