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닦는 선수행(禪修行)의 과정을 그린 십우도(十牛圖) 음악! 팔상도(八相圖)에 이어 국내 최초로 발매되는 <십우도> 앨범이다. 인간의 본성을 소로, 마음을 닦는 일을 소 기르는 일에 비유하여 수행자가 정진(精進)을 통해 자신의 본성을 깨달아 가는 참선공부의 과정을 10가지 장면으로 그린 선화(禪畵)인 십우도(十牛圖)를 중국의 대나무 피리와 퉁소 명인 장유량이 다도(茶道)와 접목하여 음악으로 표현한 역작이다. 중국현악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범종소리가 실제 소리와 유사하게 들리는 10번 곡 “저자에 들어가 중생을 돕다”가 매우 인상적이다. 십우도(十牛圖)란 ‘위로는 깨달음을 구하고, 아래로는 중생을 교화한다’는 뜻의 ‘상구보리 하화중생(上求菩提 下化衆生)’의 가르침을 나타내는데, 이는 깨달음을 구하는 수행과 자비의 실천을 의미한다.
우리들이 사찰에 가면, 대웅전의 외벽에서 가장 많이 보게 되는 2개의 벽화가 십우도(十牛圖)와 팔상도(八相圖)이다. 십우도(十牛圖)는 심우도(尋牛圖) 또는 목우도(牧牛圖)라고도 하며, 십우도에서 소는 중생이 본래 갖추고 있는 청정한 성품인 인간의 본성, 소치는 동자승이나 스님은 수행자를 상징한다. 1 번째 ‘심우’부터 9 번째 ‘반본환원’ 단계까지는 자신의 내적수행(內的修行)인 자리행(自利行)의 ‘상구보리(上求菩提)’라면, 10 번째 단계인 ‘입전수수(入廛垂手)’는 이타행(利他行)의 ‘하화중생(下化衆生)’을 나타낸다. ‘위로는 열심히 수행 정진하여 석가모니 부처님이 성취하신 바와 같이 깨달음을 얻고, 아래로는 중생들을 교화한다’는 의미의 ‘상구보리 하화중생(上求菩提 下化衆生)’은 대승불교 가르침의 핵심이자 불교 수행자의 지표(指標)이다. ‘깨달음을 구하는 수행’과 ‘자비의 ‘실천’은 불교의 궁극적인 목적으로 수레의 양쪽 바퀴와 같으며 서로 조화되어야 함을 뜻한다.
♥ 앨범 리뷰
1 번째 곡 “소를 찾아 나서다 (심우, 尋牛) - Flying Rain”
흩날리는 비가 티끌과 먼지를 일으키듯, 수행자가 미혹한 상태에 있기에 처음 보리심을 발하여 자신의 본성인 소를 찾아 나서는 것을 표현하고 있다. 인트로에서 무거운 저음과 함께 중국 전통현악기 고쟁(古筝) 연주에 이어 퉁소명인 장유량(張維良)의 퉁소연주 부분에서 악곡은 천천히 가볍게 부드러워지다가 중국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장중한 연주와 조화를 이룬다.
2번째 곡 “소의 발자국을 발견하다 (견적, 見跡) – Rain Talking”
비가 갠 후에 소의 발자국을 발견하고 그 흔적을 따라 가듯, 꾸준한 수행으로 어렴풋이 나마 이때까지 잃어버렸던 자기의 본성(本性)의 자취를 느끼게 됨을 표현하고 있다. 인트로의 비 내리는 소리에 이어서 고쟁, 비파, 퉁소 선율이 번갈아 나오거나 2중주, 3중주의 협연이 계속 이어진다.
3번째 곡 “소를 보다 (견우, 見牛) - Fragrance of Water”
숯불에 찻물을 달이자 은은히 번지는 향기를 느끼듯, 저 멀리 있는 소의 뒷모습을 겨우 본 단계로 자신의 본성을 보는 견성(見性), 즉 깨우침이 열리기 시작하는 것을 표현하고 있다. 부드러운 얼후의 음색이 지저귀는 새소리 등 자연의 소리와 어우러져 더할 나위 없는 평온함을 만들어낸다.
4번째 곡 “소를 얻다 (득우, 得牛) - Essence of the Green”
연 푸른 찻잎 속에 맺혀있는 것이 단순한 푸르름이 아닌 천지의 정수이듯, 마침내 소를 붙잡아 막 고삐를 낀 모습으로 견성(見性)의 단계에 이르렀음을 표현하고 있다. 유유히 울려 퍼지는 장유량의 피리선율은 마치 하늘과 땅 사이에 가득한 정기와 같고 자욱한 안개 속에서 천지의 정기를 흡입한 찻잎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5번째 곡 “소를 기르고 길들이다 (牧牛 , 목우) - Scents of Colors”
차탕 위로 우러난 거품을 완전히 제거하여 호수의 맑은 빛처럼 가라앉은 차의 빛깔과 향기를 음미하듯, 오랫동안 길들여진 습관으로 인해 제멋대로 움직이는 거친 소를 고삐와 채찍으로 길들이는 단계로 우리들 마음의 눈을 가리는 삼독(三毒)의 때를 씻어내기 위해 각성과 수행정진의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은은한 피리소리는 중국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깨끗하고 맑은 선율에 감미로움을 더해, 그윽한 차 향기가 번지는 듯 하다.
6번째 곡 “소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다 (기우귀가, 騎牛歸家 ) - Taste Zen in Tea”
다선일미(茶禪一味) 즉 ‘차를 마시는 마음은 참선하는 마음과 같다’고 하듯, 길들여진 소를 타고 피리를 불며 집으로 돌아오는 모습으로 드디어 망상에서 벗어나 본성의 자리에 들었음을 표현하고 있다. 인트로의 범종과 목탁소리를 배경으로 은은한 퉁소선율에 맑은 음색과 섬세하고 풍부한 중국의 전통현악기 칠현금(고금, 古琴)과 오케스트라의 절묘한 조화가 다선일미의 정취를 자아낸다.
7번째 곡 “소를 잊고 사람만 남다 (망우존인, 忘牛存人 ) - Drunken is the Bone, Awaken is the Soul”
차의 풍아한 정취에 정신은 맑아오고 육신이 취하듯, 집에는 돌아왔지만 소는 어디 간데 없고 오직 동자승만 홀로 남아 있는 모습으로 소승불교의 측면에서 보리를 성취하는 단계를 표현하고 있다. 자신의 본성을 찾아 이제 하나가 되었으니 굳이 본성에 집착할 필요가 없음을 뜻한다. 들릴 듯 말 듯 첨려군이 나지막이 연주하는 고요한 얼후의 선율을 따라 몸을 맡기다 보면 어느 사이엔가 차의 맛에 도취된 취기가 온 몸을 타고 흐른다.
8번째 곡 “소와 사람 둘 다 잊다 (인우구망, 人牛俱忘) - Both are Forgotten”
차를 마시면 차와 하나가 되어 물아일체(物我一體)의 경지에 이르듯, 소도 자신도 모두 잊어버린 상태로 이들 모두 공(空)임을 깨닫는 수행의 정점에 달한 일원상의 단계로 대승불교의 측면에서 보리를 성취하는 단계를 표현하고 있다. 인트로부터 막힘 없이 흐르는 퉁소의 선율은 황매가 연주하는 칠현금의 깊은 음색과 어우러지며, 악기의 선율이 서서히 잦아드는 텅 빈 공(空) 속에서 물아일체의 경지를 맛보게 한다.
9번째 곡 “근원으로 돌아가다 (반본환원, 返本還源) - No Nothing At All”
본래 아무 것도 없다는 뜻의 본래무일물(本來無一物)이듯, 텅 빈 원상(圓相) 속에 주객의 구별이 없는 자연 그대로의 수록산청(水綠山靑)의 광경을 담은 모습으로 비로소 '견성(見性)'에 이르러 참된 지혜를 터득한 경지를 표현하고 있다. 인트로의 칠현금 독주에 이어 흐르는 오케스트라 선율은 고요하면서도 우아한 칠현금의 소리를 더욱 돋보이게 조화를 이루고, 마치 잠자리가 물에 발을 살짝 담그는 듯한 여운을 남긴다.
10번째 마지막 곡 “저자에 들어가 중생을 돕다(입전수수, 入纏垂手) - Temple Dream”
불교의 목적이 궁극적으로 중생제도에 있듯, 석장을 짚고 포대를 맨 행각승(行脚僧)의 모습으로 속세의 저잣거리로 나가 ‘하화중생(下化衆生)’의 이타행을 실행하는 방편구경(方便究경)의 단계를 표현하고 있다. 인트로에서 중국 현악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악기소리로 내는 범종소리가 실제 소리와 너무 유사하게 들려오며, 이어지는 장유량의 퉁소선율이 저잣거리로 나서는 행각승의 모습을 떠 올리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