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훈남의깊은사랑고백 ―전창영의데뷔앨범

성기완(밴드3호선버터플라이멤버음악평론가)
전창영.이 이름을 아는가.이제 솔로 데뷔음반을 발매하게될 신인이라 아마도 모르는 분들이많을줄안다. 그러나 그의 청춘은 오로지 음악 안에서, 음악을 위하여 바쳐졌다. 때로는 카톨릭 가스펠 밴드에서(성밴드), 때로는 드라마OST에서(‘범생이의첫사랑’), 펑키한 인디 밴드에서(커먼그라운드),전국민을 들끓게 했던 ‘나는가수다’에서, 그리고 전설의밴드‘사랑과평화’에서 그는 쉬지 않고 노래했다.

그의 음악 세계는 흑인 음악에 뿌리를 두고 있다. 미국 흑인음악의 두 뿌리는 블루스와 흑인영가라 할 수 있다. 아프리카에서 강제이주당한 흑인들은 음악을 통해 비참한 노예생활의설움을 달래고 극심한 노동의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했는데, 블루스와 흑인영가는 모두 아프리카적인 기원을 계승하면서 신대륙에서 스스로 익힌 새로운 음악어법을 더하여 만들어졌다. 블루스는 삶의 애환을 표현하는 뼈속깊은 울부짖음이고 흑인영가는 이승의 속박에서 벗어나 복된 평화를 누리겠다는 절실한 믿음의 표현이다. 두 장르는 형제와도같다. 블루스로달래고 영가로 고양된다. 이 장르들은 진화를 거듭하여 리듬앤블루스가 되고 다시 록

이되고, 힙합이 되어 전 세계 젊은이들을 사로잡고 있다. 한국의 동시대 대중음악 역시 이러한 세계음악 지형도에서 멀지 않다. 이른바‘리듬앤블루스’는 우리 고유의 정서와 만나 세계화되어 전세계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으며 세계 대중음악 씬에서 독특한 개성을 발휘하고있다.

오랜 숙련의 과정을 거쳐 첫 앨범을 발표한 전창영 역시 이러한 세계적 흐름을 내면화하면서 자신만의 스타일을연마했다. 오랫동안 가스펠 밴드에서 활약한 그는 특히 흑인영가적인소울풀한 매력을 지닌 흔치 않은 보컬리스트다.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플로우를 지녔으면서도 그 위에 허스키한 색깔이 더해져 입체감 있게 다가오는 목소리는 R&B를 기반으로 힙합,포크, 록, 심지어 약간은 노라존스적인 컨트리적 스타일 등 다양한 장르를 소화함으로써 놀라운 해석력을 발휘한다.

이번 데뷔 앨범을 통해 전창영은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특히 타이틀곡 ‘Everything‘과 ‘Let you down’등 거의 대부분의 곡들을 스스로 작곡,작사함으로써 싱어송라이터적인 재능까지도 보여준다.

증음역대의 허스키하고 몽환적인 보이스로 감성을 자극하는‘Everything’은 담담한 톤으로 절실한 사랑의 마음을 노래하고 있다. 격하게 감정을 토로하는 약간은 천박한 직접성이 대세인 요즘 분위기에서 이처럼 과하지 않게, 그러나 절실하게 마음을 노래하는 가수는 드물다. 자기고백적인 가사와 톤은 종교적인 순수함마저 지니고 있다. 거기에 소울풀한 아일랜드밴드 U2의 반복적이고 잔향많은 프레이즈를 연상시키는 편곡은 전창영이 R&B뿐만 아니라 록적인 흐름까지도 놓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곡을 통해 전창영은 어느 훈남의 진실된 사랑고백의 한 전형을 만들어 내고 있다.

느리면서도 평키한 리듬이 인상적인‘Letyoudown’은 한때 사랑했던 사람을 달에 의인화해서표현한곡으로, 우울하면서도 멜랑콜리한 감정을 리드미컬하게 표현하고 있다. 역시 중음역대의 깊은톤으로 과하지 않게 다가오는 목소리는 추억에 젖은 분위기 속에서 은은한 빛을 발하는 달빛처럼 귓전을 적신다.

그루브감을 자극하는 강렬한 리프가 인상적인‘RomanticHoliday’는 팝재즈적인 편곡을 기반으로 하고있다. 자연스러우면서도 개성이 있는 전조는 곡의 분위기를 한층 더 고양시키고 있다. 중반 이후의 스캣과 4비트 리듬은 적절히 8비트의 R&B와 섞이며 재즈적인 흥겨움을더함으로써 사랑하는 사람과 있는 시간이‘휴가’같다는 이 곡의 유쾌한 분위기를 한층 고조시킨다. 엔딩부분의 스캣은 보다 더 재즈적으로 전창영의 보컬이 소화할 수 있는 영역이 참 넓다는 점을 잘 드러내 준다. 진문식 작사 작곡의 R&B발라드인‘사랑의시간’은 엇갈리는 사랑의 감정을 애절하게 표현한 수준급 사랑노래다. 역시 쓸데없는 격함을 배제한채 깊은 그리움을 잘 표현하고 있는 전창영의 목소리는 속삭이듯 자신의 이야기를 일기체의 느낌으로들려준다. 대부분의 곡들에서 그렇듯, 전창영은 조용히 다가와 결국은 아픈 마음을 표현하는 인상적인 하이톤으로 넘어간다.

기다려도 다시 오지않는 사람을 향해 이젠 모든걸 놓아주겠다는 체념을 위트있게 표현한‘하루해’는 노라존스적인 컨트리풍의 분위기 마저도 거침없이 소화하는 전창영의 숨은 실력을보여준다.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도 일관성을 유지하는 그의 넓이와 깊이가 이런 데서 잘 드러난다. 서정적인 R&B발라드인 이곡은 다양한 굴곡을 어렵지 않게 소화하는 가창력과 부드러운 감성을 자극하는 편안하고 어쿠스틱한 편곡이 돋보이는 곡이다.

그 밖에도 개구쟁이 같은 노랫말에 탁,탁,머리를 치는 리드미컬한 어쿠스틱이 인상적인‘이제봄’, 펑키한 브라스 사운드와 리듬이 자미로콰이를 연상시키면서 댄서블한 분위기를 자극하는‘바라봐you’, 새콤달콤하고 소프트한 팝적 감수성의 사랑 노래‘Anymore’, 곡 중간의 하몬드 오르간사운드가 인상적인, 퓨전재즈의 분위기와 펑키한 느낌을 잘 믹스한 미드 템포의 펑키한 넘버“Wakeup’등 다채로운 색깔의 곡들이 앨범의 구색을 맛깔나게 만들고 있다.

전창영의 이번 데뷔 앨범은 데뷔 뮤지션으로는 믿어지지 않는 완성도를 갖추고있다. 사운드의 일관성을 유지할 줄 아는 프로듀서 진문식의 프로듀싱은 전창영의 깊이있는 목소리와 잘어울린다. 동시대 대중음악의 스펙트럼 안에 존재하는 다양한 장르적 특성들을 곡마다 담으면서도 전체적인 톤은 흑인음악적 감수성과 펑키한 리듬속에서 일관된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깊이 있는 호소력. 한 마디로 그렇게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전창영, 그는 한 순간에 타버리는 불꽃이 아니라 오랫동안 따스함을 유지한 채 방 전체에 온기를 전파하는 화로와도 같다. 인스턴트 식품처럼 대중의 구미를 자극하는 싸구려 달달함으로 한 순간 팬들을 사로잡았다가 사라지는 그런 음악이 아니다. 늘 곁에 머물면서, 천천히 사랑을 전해주는 훈남의 깊이. 그것이 전창영이 우리에게 전해주는 따스함의 기원 아닐까. 노래에 바쳐진 시간들 속에서 그의 목소리는 늘 빛을 발해왔다. 다만 대중에게 그의 이름이 전해지지 않았을뿐, 이미 그의 목소리는 우리 귓전에 머물러있다.

전창영의 노래는 그의 인생 모든 것, 삶의 소명이다.

1. Everything
2. Let You Down
3. Romantic Holiday
4. 사랑의 시간
5. 하루해
6. 이제 봄
7. 바라봐You
8. Anymore
9. Wake Up
10. Let You Down (Contemporary Ver.)
11. 사랑의 시간 (In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