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단 같은 가성과 노스탤지어로 노래하는 마술 같은 쿠바찬가.
마테오 스톤맨 두 번째 작품집 <Mi linda Havana(내 아름다운 하바나)>
*2014 SXSW에서 마테오 스톤맨이 첫 앨범을 녹음하기까지의 여정을 다룬 다큐멘터리 <MATEO> 공개 예정
언젠가 한 뮤지션이 쿠바음악에 대해 열변을 토하면서 ‘이 음악에는 현대음악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그 날 돌아오면서 이 말을 몇 번 되짚어 보았는데 전적으로는 동의하기 힘들지만 많은 부분에 공감할 수 있었다. 독자적인 체계의 리듬, 탁월한 성량과 음색의 가수들, 영재교육을 통해 체득한 빈틈없는 기교로 펼치는 감성적인 연주, 아프리칸 전통의 폴리리듬과 재즈/리듬 앤 블루스의 정교한 융합에서 탄생한 이 음악은 현대음악이 지향하는 가능성의 많은 부분을 보여주는 것이 사실이다.
이 음반의 주인공 마테오 스톤맨의 인생여정은 천로역정을 보는 것 같다. 멀쩡히 뉴욕에서 잘 태어났고 LA로 이주해서 스튜디오에서 일하던 중에 악기와 그 밖의 기자재를 횡령한 죄로 교도소에서 4년간 복역하게 된다. 복역하던 중 본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에 반해서 출소 후에는 클래식 기타를 들고 LA의 레스토랑과 카페를 돌며 소규모의 공연을 하며 LA내의 지역방송에서 오디션 프로그램에 참가하며 기회를 만들어가던 중에 우연히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의 사운드 엔지니어로 참여한 제리 보이즈(Jerry Boys)의 주선으로 쿠바의 국영 레이블이자 스튜디오인 에그렘(Egrem)에서 자신의 앨범을 녹음했고 그 첫 앨범 <Mateo>를 발표하며 2004년 프로뮤지션으로 첫 발을 내딛게 된다.
그로부터 장장 9년만에 두 번째 앨범인 <Mi Landa Havana(나의 아름다운 아바나)>를 발표한다. 전작이 꽤 사회적인 메시지를 강조했던 것에 비해 이 앨범은 본연의 쿠바를 노래하는 데 집중한다. 또한 음악적으로는 볼레로(트로바를 바탕으로 발전한 쿠바의 근대가요)와 재즈의 융합으로 대변되는 1집의 기조를 이어가며 보다 필린(Fillin’ 볼레로에서 좀 더 모던 재즈와 영미권 팝의 어법을 받아들인 서정적인 발라드. 엘레나 부르케, 오마라 포루투온도등이 활동하던 코러스 그룹 콰르테토 다이다가 유명하다)으로 대표되는 쿠바음악의 서정적인 면모가 곳곳에 녹아있다.
오프닝을 우아하게 수놓는 ‘Alma con Alma’의 피아노 연주만으로도 이 작품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된다. 친숙하고 달콤한 ‘Andando por el Malecon’는 편곡의 깊이를 체험하게 해주는 관악기와 현악기의 앙상블이 좋다. 조빔의 곡을 재즈 발라드로 편곡한 ‘Eu Se Que Voce Amar’를 지나 맑은 하이 톤의 목소리와 안타까운 선율이 일품의 ‘Los Aretes’, 그리고 후반부의 ‘La Gloria eres Tu’는 마치 마테오 스톤맨이 필린이란 장르를 날 때부터 가지고 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표현한다. 우아한 현악기가 이끄는 낭만적이고 극적인 리듬에 감탄하게 되는 ‘Cuando Vuelvan las Mariposas’, 이 정서를 이어가며 속도감은 그대로이나 편곡의 규모를 더 꽉 죄어서 보다 경쾌하게 긴장감을 더하는 ‘La Virtud de Cuba’ 역시 좋다.
하지만 이 앨범이 가장 강세를 두는 부분은 애수다. 낭만의 뒤에 숨어있던 서글픔을 보이는 ‘Tres Palabras’는 최상의 피아노 연주를 접할 수 있는 곡이며 역시 인상적인 피아노로 분위기를 이끄는 ‘Pasitos’, 말을 아끼고 여운으로 애수를 강조하는 듯한 몽환적인 ‘Navegar el Mar’의 애수 3연작은 앨범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마테오 스톤맨의 자작곡 가운데서도 특별히 주의를 기울여서 들어 볼만한 그의 재능을 충실히 담은 곡들이다.
쿠바의 대중음악이 지니는 특징은 고전음악, 민속음악, 영미권의 대중음악의 코드가 배타적인 영역없이 어우러진다는 것이다. 이 앨범 또한 마찬가지이다. 복잡하고 정교한 코드웤과 개성이 녹아있는 순발력넘치는 솔로가 더해진 고급스러운 연주. 마테오 스톤맨의 부드럽고 애수어린 팔세토와 애잔한 멜로디. 중남미식의 유려한 스페인어 가사가 문제없이 한 그릇에 섞여있다. 거기에 쿠바 현지의 스튜디오에서 녹음한 다소 먹먹하고 아련한 소리는 익숙하고 좋았던 예전과 꽤 멀게 느껴지는 다가올 순간을 어색하지 않게 이어준다. 균형이 어그러진 전위도 아닌 허술한 의고주의도 아닌 노스탤지어와 현대적인 세계관이 공존하는 이 앨범은 대중음악의 정의를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독자적인 감상을 발견할 수 있다.
해설: 박주혁 (반디에라 뮤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