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음악을 전공하고 학교를 졸업한 후 그녀는 어떤 음악을 해야 하는지 고민했다. 오랜 시간 고민 끝에 ‘배윤진’은 그저 담담히 그녀의 이야기를 만들고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었다. 공부를 위한 음악만을 만들다 자신의 이야기를 만든다는 거 자체만으로도 큰 희열을 느꼈지만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평범한 일상의 지루한 무게를 견디며 많이 배워야 했고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비우고 채우기를 반복하며 천천히 그녀의 이야기를 만들며 20대를 보낸 그녀는 서른이 넘어 그동안 써놓은 여러 곡들 중 5곡을 골라 작사, 작곡, 편곡과 연주 ,프로듀싱까지 직접 해내며 그녀의 첫 번째 앨범을 만들었다.
어쩌면 노래는 이미 우리 안에서 시작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서툴렀지만 영원할 것을 믿었던 사랑,
그 불꽃이 환하면 환할수록 뒤따르는 어둠의 농도는 더욱 짙어지는 법.
하염없는 그리움에 무작정 걷던 날도, 서로에게 다가서지 못해 머뭇거렸던 아쉬움의 날도
지금 여기 '배윤진'의 몽환적 보이스와 담담한 피아노 선율을 타고 다시 되살아난다.
비어있는 것 같지만 꼭 필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간결하면서도 단출한 악기구성과
끊어질 듯 이어지며 감성의 끝을 예민하게 건드리는 멜로디언 소리는
채워지지 않는 깊고도 근원적인 외로움을 애잔하게 이끌어내고 있다.
잔인한 체념을 따뜻하게 어루만지며 위로하는 '배윤진'의 노래를 통해
우리는, 다시 안타깝게 사그라질지언정, 또 다른 불꽃을 환하게 밝히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Track coments
1. 남겨진 멜로디
나를 스치고 간 사람들, 나와 함께 했던 사람들
그들이 남기고 간 그들과 나의 순간들은 멜로디가 되어 남겨지고 노래로 만들어져
그 때의 당신과 나를, 그리고 그 때의 우리를 오랫동안 기억하게 되길 바래본다.
2 . 단념
당신과 나의 마음이 다르다는 걸 안 순간 가장 고독하고 비참한 시간을 걷게 된다.
더 이상 서로를 찾지 않게 되는 순간 이제는 서로에게 남아있는 마음을 단념하고 그것을 인정하고 그 관계를
잘라내야 한다. 그 순간 세상은 가장 잔인하며 가장 고독한 시간이 된다.
시간이 흘러 평행성 같은 당신과 나의 마음을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순간 고독과 외로움은 더 이상 슬프지 않을 지
모르겠지만 그것을 처음 알았던 순간은 가장 큰 슬픔과 고독을 경험하게 된다
오로지 피아노 한대와 목소리만으로 서로를 단념해야만 했던 괴롭고 고독한 순간을 담담하게 노래했다
3 . 에피소드
서투름과 어리숙함 때문에 어쩌면 서로의 이기심 때문에 서로를 바랬음에도 불구하고 다가가지 못한 채
흘러 보내야 했던 안타까웠던 순간들이 우리에게는 얼마나 많았을까?
나를 버리지 못하고 당신에게 가지 못했던 그 순간
그 때의 우리는 작고 어렸기에 그 순간을 태우지 못하고 잔인하게 흘러 보내야 했다.
4 .날 데려가 줘요.
나의 시간을 견딜 수 없던 날. 당신을 통해 새로이 태어나고 싶던 날. 그대를 위해 만든 노래.
5. 어떤 숨
당신의 손을 좀 더 따뜻하게 잡아주지 못했고 더 가까이에서 그대의 눈을 온전히 바라봐 주지 못했는데
2007년 봄. 당신이 떠났다.
나는 그대 삶의 이유가 되지 못했음을 괴로워했다.
바람 속 작은 먼지 같은 우리들이지만 서로에게 이유가 되어 오랫동안 함께 이 시간을 견디기를 바랬는데.
더 이상 괴로움 없는 그곳에서 그대- 이 노래와 함께 편안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