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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eachers has more fun than Fun."
블리쳐스가 펀.보다 재미있다. - Time (타임지)
그래미를 석권한 유쾌한 3인조 밴드 펀(Fun.) 의 멤버
“잭 안토노프”의 솔로 프로젝트
★블리쳐스★Bleachers★
요코 오노, 빈스 클락, 그렉 커스틴, 그라임스 등 참여!
80년대의 향수와 모던한 팝 사운드가 만나 탄생한
결코 ‘뻔하지 않은’ 즐거움!
알려진 대로 펀의 2011년 작 [Some Nights]는 그야말로 화제의 중심에 서있었다. 자넬 모네이(Janelle Monae)가 피쳐링한 싱글 ‘We Are Young’은 유튜브 조회수 2억 회를 돌파하고 미국 싱글 차트에서 6주 연속 1위를 획득해내면서 승승장구해갔다. 앨범 또한 전세계에 1천 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다. 앞서 얘기했던 대로 이 노래는 단순히 2011, 2012년도를 넘어 한 시대를 대표하는 히트곡이 되었다. 수순대로 2013년에 열린 제55회 그래미 시상식에서 총 6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었고 '올해의 신인', 그리고 '올해의 노래' 부문을 수상하기에 이른다.
기타리스트 잭 안토노프 역시 착실하게 개인 커리어를 쌓아나갔다. 잭 안토노프는 레드 불 뮤직이 꼽은 30세 이하 최고의 기타리스트 30명 중 한 명으로 꼽힌 바 있기도 한데 그의 기타 연주도 출중했지만 송라이터로서의 활약 또한 두드러졌다. 테일러 스위프트(Taylor Swift)가 부른 영화 [원 챈스(One Chance)]의 주제곡 ‘Sweeter Than Fiction’이라던가 티건 앤 새라(Tegan and Sara)의 ‘How Come You Don't Want Me’, 그리고 사라 바렐리스(Sara Bareilles)의 앨범 [Blessed Unrest]의 첫 싱글 ‘Brave’ 등을 작곡하기도 했는데 사라 바렐리스의 ‘Brave’의 경우엔 제56회 그래미 시상식에서 '최우수 팝 솔로 퍼포먼스' 부문에 노미네이트되면서 잭 안토노프 역시 다시금 그래미 후보로 지목된다. 이런 식으로 그가 작업한 곡들 또한 별개로 높은 평가를 얻어내고 있었다.
이 앨범은 잭 안토노프가 80년대에 바치는 트리뷰트라고 짐짓 결론지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또 어떻게 보면 본 작은 다프트 펑크(Daft Punk)의 걸작 [Random Access Memories]의 귀여운 버전처럼 감지되기도 한다. 과거의 전설들(오노 요코, 빈스 클락)과 현재의 스타들(그라임스, 그렉 커스틴)을 꽤나 적재적소 하게 배치시키면서 80년대 특유의 정취를 그럴듯하게 완수해냈기 때문이다. 오히려 잭 안토노프가 펀과 스틸 트레인의 음악적 방향을 전혀 의식하지 않은 것 같아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따라서 펀과는 전혀 별개의 음악으로 이를 감상해도 무방할 것 같다. 일단 펀과는 차별되는 캐치하고 애절한 멜로디를 결코 뻔하지 않게 담아냈다. 타임(Time)지는 블리쳐스가 ‘펀보다 더 재미있다(More fun than Fun)'고 언급하고 있기도 하다. 일단 본 작을 통해 잭 안토노프는 '낯선 욕망(Strange Desire)'을 마음껏 분출시켜내고 있는 듯 보인다. 80년대 음악은 잭 안토노프에게 있어 낯선 욕망, 혹은 길티 플레져에 다름 아니었는지도 모르겠다.
매스 어필할 수 있는 곡들은 물론 인디 팬들의 마음마저 확실히 잡아 끌만한 균형 잡힌 팝 사운드가 존재한다. 섬세하면서 어떤 확고한 색깔을 유지하고 있었고 거기에는 일말의 지성마저 겸비되어 있는 듯 보였다. 이미 펀과 스틸 트레인 활동을 통해 정평이 나있는 훌륭한 팝적 취향에 쿨한 유머, 그리고 무엇보다 80년대를 겸비해냈다. 펀의 음악에서 미약하게나마 감지해낼 수 있었던 별개의 DNA를 발견할 수 있는 작품이다. 그러니까 이는 펀과는 다른 방식으로 흥미로운 시대 착오를 범하고 있는 앨범이라 하겠다. 대책 없이 즐겁지도 그렇다고 지나치게 절망적이지도 않은 괴짜의 팝 레코딩은 어떤 축복으로 가득한 망상의 결과물로 돌출됐다. 진중하되 처지지 않는, 은밀하면서도 건강한 한줌의 위로 같은 레코드다.